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동짓날 밤 내내 활짝 핀 꽃송이
작은 꽃술이 열리며 피워내는 환한
향기 소복한 다발에 취한 발걸음
꿈길인 듯 둥둥 어둠을 헤아리는데
오랫동안 묻어 두었던 첫사랑 그
전설 같은 기억 새록새록 피어난다
그대를 만나 처음 사랑에 빠질 때
우리를 설레게 하는 일 웃게 하는 일
그런 일들 사방에 등불로 반짝였지
어제와 다르지 않은 오늘처럼
내일도 새롭지 않을 것 같은 일상
지친 우리를 슬프게 하고 아프게 하는
그런 것들은 앞서거니 뒤서거니 늘
어깨를 겨루며 함께 몰려오는데
거친 시간을 몰아 꽃대를 올리고
밤이 새도록 아직은 살아 있다고
꽃술은 소리 없는 고백을 쏟아내다가
금세 열린 입술 모두 닫아 버리겠지
일곱 번 해의 강을 건너
그대가 안고 왔을 꽃 핀 행운
어디에 숨어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지
이 어둠이 가고 열리는 아침 어디쯤
내일은 우리 서로 마주할 수 있을까
*시작 노트: 행운목에 꽃이 피면 큰 행운이 온다는 속설을 믿고,
마음에 들여놓은 지 7년 만에 행운목꽃이 피었다.
큰 행운은 어디에서 올까, 마냥 기다려도 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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