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철현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추적추적 젖어드는 누른 11월
씻어도 닦아내어도 초록은 멀기만 하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잿빛 버거운 하늘과
질퍽거리기만 하는 길
달릴수록
찢겨 나딩구는 것은 가엾은 수평이다
곧추세워져 덮쳐오는 것은 경건한 수직이다
수평과 수직
쪼개질 줄 알면서
그러나 만나야 하는 그 가증할
공존
내 안에 병든 cross
녹슨 못 자국
그 이름으로 남발한 부도 수표들
구천을 떠도는 헐벗은 유기견들
남은 삶을 산다는 건
새벽 서리 하얗게 너를 덮어줄 때까지
떨며 떨며
뜨겁게 뜨겁게
엎드려야 하는 일일 것이다
시간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은데
초록은 여전히 멀기만 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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