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옥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이번 가을에 한국에서 있었던 고교 졸업 50주년 기념행사와 여행에 참석하였다. 그동안
고교졸업 30주년, 40주년, 45주년 행사가 있었다고 하지만, 캐나다로 나와 살고 있어서
참석하지 못했다. 6년 전에 남편의 고교 졸업 50주년 기념행사와 여행에 부부 동반으로
참석하고, 나의 고교 졸업 50주년에는 꼭 참석하기로 다짐하였었다. 480명의 학생이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으로 6년간 같은 학교에서 공부하며 지냈는데, 그 시간은 특별히 소중한
것 같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린이에서 소녀로, 여성으로 성장해 가는 시기에 마음도,
신체도 자라나며 성숙하는 시간을 같이 보낸 것은 인생 여정에서 참으로 순수하고 아름다운
시절이었다. 그 당시에는 중학교 입학시험, 고등학교 입학시험이 있었다. 중학교에서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입학시험에서 본교생 중 약 60명 정도는 떨어지고, 타교생들이
들어왔지만 대부분의 학생들과는 6년을 같이 공부하며 지낸 셈이다. 친하게 지낸 친구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동창은 같은 반을 하여 알거나, 교내에서 오며 가며 얼굴과 이름이
익숙하게 된 셈이다. 졸업 행사와 여행을 위하여 일 년 전에 이미 동창회에는 참석 여부를
알려 주었고, 한국으로 떠나기 전에 고교 앨범을 보고 얼굴과 이름을 보고 가려다가, 내 기억
속에 있는 모습들만 간직하고 출발하였다.
동창회 기념행사는 소공동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있었고, 졸업 50주년 기념
여행은 남해안 담양, 여수, 순천으로 2박 3일의 여행이었다. 기념행사 전날에는 해외 거주
동창들을 위하여, 전야제가 압구정 한일관에서 있었다. 참석하러 가기 전부터 어떻게들
변했을까 하는 마음에 두근거리기도 하였다. 1990년도와 2013년도 한국방문 때 동창회
정기모임에 잠깐 참석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때에는 동창생들이 모임에 많이 참석하지
않았고, 개인적으로 같이 이야기를 나눌 시간도 없었다. 한일관으로 들어서니 주최자로
수고하는 동창생이 맞아 주는데, 솔직히 전혀 누구인지 알아볼 수가 없었다. 사실 특별히
친하지 않았던 동창들은 50년의 세월이 지난 모습을 보고 더욱 알아보기가 어려운 것 같다.
다른 동창들이 들어오는데, 차츰 옛 모습과 특징이 그대로 있어 알아보게 되었다. 날씬하게
몸을 관리한 동창들도 있고, 소위 “뻥튀기”로 몸이 부해진 동창들도 있는데, 모두 얼굴에
주름진 것을 보며, 50년의 세월의 흐름을 실감하였다. 하얗게 변한 머리카락을 그대로 한
동창들도 있어 명실상부 할머니들임을 절감하였다.
117명이 해외 거주자라고 하니, 사망자 37명을 제하면, 졸업생 중 4분의 1이 해외
거주인데, 대부분이 미국에 거주하고, 캐나다, 영국, 호주에 몇 명씩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남편 동창회와는 달리, 여자 고교 동창회에서는 남편들이 초대받지 않았다. 모든 행사에서
부인들을 잘 대해 주어야 한다며 진행하였던 남편의 고교 졸업 행사 및 여행을 기억하며,
남편들이 역시 아량 있는 남자들임을 확실히 느꼈다. 한국에는 최신 시설이 관광버스
내에도 설치되어, WIFI가 되고, 스마트폰 충전도 각 좌석에서 할 수 있게 되어 있음에
놀랐다. 비행기 비즈니스 좌석에나 있는 시설이 되어 좌석 의자가 뒤로 앞으로 평평히
펼치게 되어 있어, 잠을 편하게 잘 수 있게 되어 있었다. WIFI가 되어 있어, 한 장소에서
관광 후에 다른 곳으로 이동하며 버스를 타면, 각자 찍은 사진들을 카톡으로 올렸다. 무려
300여장들이 올라와서, 다음 이 동지까지 가는 동안에 사진들을 보고, 삭제하느라 바쁘게
지냈다.
다행히 이름표들을 목에 걸고 총회도, 여행도 같이 다니어, 누구인지 알아볼 수 있게 하였다.
중, 고교 학생 시절, 참 예쁘다고 생각하였던 동창들이 몇 명 있었는데, 이번에 만나 보고
실망하였다. 세월 앞에 장사 없다더니, 그 옛날 풋풋하고 싱싱한 아름다움은 멀리 사라지고,
모두 주름지고, 늘어진, 살찐, 머리 숱도 많지 않아진 할머니들이 되어 있었다. 학생 시절
청춘의 젊음이 곧 아름다움이다. 학생 시절에는 오직 공부하고, 미래를 꿈꾸는 희망에 가득
찬 얼굴들이었는데, 이번에 보니, 지나간 세월을 대충 짐작할 수 있는 표정으로 굳어진
얼굴들을 볼 수 있었다. 흔히 40대 이후의 얼굴은 자신이 책임지어야 한다고 한다.
근심하며, 걱정과 스트레스 가운데 살아온 표정, 밝고 평안한 표정, 화를 내며 살아온 표정
등, 오랜 기간 동안 살아온 삶이 드러나는 얼굴의 모습은 쉽게 바뀌지도 않고 감추어지는
것도 아닌 것 같다. 사회에서 성공하고, 좋은 지위에서 은퇴한 동창들의 당당함도 있었고,
남편이 아픈 가운데 있어 어려운 상황에 있는 동창도 있었지만, 모두 그 옛날의 학창 시절로
돌아간 듯이 반가워하며 좋아하였다. 고교 졸업 후에 처음 보는 친구들과 반갑게 만나고,
옛이야기를 함께 나누며, 같이 여행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이제 그 시간은 다시 소중한
추억이 되었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현옥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