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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다(Masada) 이야기-순례 감상문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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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11-12 16:48

김춘희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이 글은 지난 6월 2일부터 13일까지지 예루살렘 성지 순례 후 조선일보 6월 22일자 기고 감상문 ‘순례 지팡이’와 7월 31일자 기고 ‘올리브 나무의 침묵’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우리 순례 일행은 사해 바다를 왼쪽으로 끼고 오른 쪽으로 우뚝 서 있는 마사다를 케이블 카를 타고 올랐다. 요새란 뜻을 지닌 마사다는성지는 아니지만 이스라 엘의 국립 공원으로많은 관광객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450m의 고지대로 절벽 위에 오르면 마치 거대한 마름모 꼴 테이블 위에 올라 앉아 있는 기분이다. 남북 길이가 600m, 절벽 동쪽으로는400m 서쪽으로는 90m로 절벽 정상은 마름모 꼴로 남북이 550m 동서가 24m 의 거대한 정상. 서기 73년에 있었던 제 1차 유대-로마의전투와 기원전 37-31 사이에 헤롯 대왕이 하필이면 이 마사다 정상위에 독수리 집을 짓듯 바위 정상 위에 왕궁을 지었다는 전설 같은 역사의 의구심을 풀기 위해 안내자는 섭씨 40도를 웃도는 뙤약볕도 아랑곳없이 열심히 이스라엘의 역사를 들려주었다.

 헤롯 대왕은 로마의 분봉왕(로마에서 영토를 지정받고 다스린 왕)으로 악정을 하여 유대 사람들의 항거에 대비하여 마사다에 왕궁을 지어 천혜의 요새로 삼았고 요새이면서도 작은 왕궁을 지어 호화를 누렸다. 이 분봉왕 제도가 총독 체제로 바뀌면서 요새의 의미도 사라지고 로마군의 초소로 남게 된다. 유다인들이 예수를 십자가 형틀에 사형을 처한 사건 이후 서기 66년에 제 1차 유대-로마 전쟁이라는 유대독립 운동 전쟁이 일어나 예루살렘은 로마군에 의해 초토화 되었고 거의 모든 유대인들은 로마에 항복하게 된다.

 그러나 극우파 유대의 독립운동 저항군들인 시카리(Sicari=단검을 진닌 남자. 라틴어로는 Sicarius 암살자란 뜻이다)집단들은 로마군에항거하여 성벽 둘레가 1,300m나 되는 이 거대한 마사다 요새의 로마 수비대을 축출하고 피해 들어간다. 시카리들의 가족들도 합류하여그들의 숫자는 967명이였다. 요새에서 그들은 거의 2년 이상을 항거했다. 천혜의 요새에서 물을 저장하고 농사짓고 수비를 단단히 했다. 로마 군들은 그들이 요새 안에서 얼마 버티지 못하리라 생각했지만 2년이 지나도록 유대인들은 끄덕도 않았다. 로마 군대는 마사다 성 밖에 1만 5천명 이상의 군대를 투입해 싸웠으나 요새의 함락은 난공불락이 되자 드디어 성의 가장 낮은 서쪽 벽을 택하여 마사다와 비슷한토산(土山)을 쌓아 올려 거의 2년여의 전쟁 끝에 유대인들의 무저항으로 요새를 함락한다.

 한편 요새 안에 있던 967(아녀자 포함)명의 유대인들은 로마에 항복 하여 노예가 되느니 차라리 자유인으로 죽자는 의견을 낸다. 유대 법에 자살이 금지되어 있는 그들에게는 서로 죽여주는 방법을 쓸 수밖에 없었다. 그리하여 남자들은 자기 가족을 먼저 죽이고 난 후 제비를뽑아 10명의 장정들이 돌아가며 남아 있는 남자들을 죽인 후 또 제비를 뽑아 서로 죽이고 나머지 2명이 남았을 때 제비로 뽑힌 자가 상대를 죽이고 자기는 자살을 한다. 로마 군사들이 요새에 침입 해 들어 왔을 때 그들은 960명의 시체를 발견하고 숨어 있던 여자2 명과 어린이 5명을 발견하였으나 그들을 살려 두어 마사다의 유대인들의 마지막 이야기를 듣게 된다. 무저항의 요새로 처 들어 온 로마군들은 여기저기 방마다 산재한 시체들과 저장고에 양식이 그득 했던 것을 발견한다. 그들이 저항 할 능력이 부족하여 집단 자살을 한 것이 아니라 토성을 쌓아 올리는 노역에 동족인 유대 노예들이 동원된 사실을 알고 동족을 죽이느니 차라리 집단 자살을 할 것을 선택했던 것이다.

 로마군들은 그들의 승리를 승리라 할 수 없었고 유대인들의 패전을 패전이라 할 수 없었다. 적에게 패배했으나 양심은 승리하였고 로마군들은 승리 했으나 적군의 민족적 양심에 머리를 숙였다. 비굴하게 목숨을 구걸하지 않고 목숨을 바쳐 양심과 민족적 자존감을 지킨 유대인들에게서 또 배운다. 요즘 조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인, 교수 등 우리민족의 지도자들이 얼마만큼의 양심을 걸고 살고 있는지 묻고 싶다. 물질적 욕망과 명예욕에 눈이 어두워져서 하지 말아야 할 것과 해야 할 것을 구분 하지 못하는 지도자들이 어떻게 국민을 지키는지도자라 할 수 있을까? 얼핏 생각하면 타협하는 세상은 살기가 쉽다. 그러나 종국에는 타협 때문에 자신이 몰락한다는 진실을 왜 모를까? 농촌에서 비교적 단순한 협동 노동 형식의 품앗이라는 말이 있다. 돌려 가며 서로 돕고 산다는 뜻이리라. 서로 돕는다는 의미에서는좋게 들릴지 모른다. 그러나 정치인이나 대학 교수들 간의 품앗이는 타협이고 양심을 거스르는 비 지도자적 행위이다. 누구에게나 자기직책이 있다. 그 직책에 합당한 삶을 살지 못할 때 우리는 본연의 자기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마사다를 돌아보면서 자신들이 유대인이라는 정체성과 양심의 소리를 잃지 않기 위하여 집단 자살까지 감행한 그들에게서 배우고 또 배운다.

지금도 이스라엘 신병학교 마지막 훈련을 마사다에서 한다. 훈련 마지막은 아래와 같은 선서를 하도록 한다고 한다.

‘조상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잊지 마라 !
마사다를 기억하라 !’

양심을 일깨우는 신병학도들의 우렁찬 외침이 마사다의 절벽에 메아리쳐 내 가슴을 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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