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기차여행기 - 밴쿠버에서 퀘벡까지

늘산 박병준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9-30 11:34

늘산 박병준
긴 열차가 깊은 산속을 느릿느릿 달린다.
나이가 들어 석양이 지척인데 느긋이 앉아 기차여행을 하는 호사를 누린다.
기차가 가는 게 아니라 우리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지나가는 것은 산이요 호수요 들판이다. 

전망 칸이 4개, 식당차가 2개, 침대칸을 포함하여 모두 25개의 차를 연결하였다. 대륙을 관통하는 VIA Rail 열차다.
밴쿠버의 산군 10명이 의기투합하여 지난 3월부터 준비해온 여행이다.

9월 첫 주, 아직 단풍이 들지 않은 산야가 싱싱한데 열차는 산비탈을 따라가기도 하고 호수를 비켜간다.
밴쿠버에서 떠나는 알래스카 크루즈는 바다를 가르며 달려가지만 밴쿠버에서 시작하는 대륙횡단 열차는 산속을 누비며 간다고 볼 수 있다.
같은 것이 있다면 여행기간 동안 매일 짐을 싸지 않아도 된다는 것과 잠자리와 식사가 제공된다는 점일 것이다.
다른 점은 크루즈는 식사가 셀프서비스이지만 기차는 매 식사 때마다 정중한 서비스를 받으며 그 식사가 어느 식당과도 비교를 할 수 없이 훌륭하다는 것이다.
최고의 식단이다.

오후 3시 Pacific Central을 떠난 열차가 느릿느릿 시내를 관통한다. 버나비를 지나 코퀴틀람을 비켜서 페틀로 다리를 건너면 강을 끼고 간다. 미션을 지나면 호프에 이른다. 그 아름다운 프레이저 계곡을 따라 Hells Gate를 거쳐 Cache Creek. 자스퍼를 향해 북쪽으로 달려간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산들과 만나다가 잠자리에 든다.
크루즈는 잠자리가 비교적 조용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기차는 침대가 흔들리고 바퀴가 선로를 따라가는 소리가 밤새 요란하다.
첫날밤은 모두 잠을 설친듯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적응되는 게 신기했다.
좌우로 흔들리는 침대는 요람이요 선로를 따라가면서 울리는 소리는 자장가가 아니던가. 그것은 토론토에 내려 호텔에서 잠을 잘 때 확인된다.

처음 아침을 맞는다. 흔들리는 침대에서 선잠을 자고 일어나면 양쪽 산맥 가운데를 지난다. 왼편은 카리브산맥 오른편은 로키산맥이다.
아침식사 시간이다. 한 테이블에 4사람씩 자리를 잡으면 서비스가 시작된다. Table은 두 겹의 상보를 폈다. 옛날에는 3겹이었다.
그때쯤에는 열차가 롭슨산을 지나게 된다. 역시나 롭슨 정상은 구름으로 가려있다.
옷을 활짝 벗었다면 방송을 한다. 그러면 승객들은 카메라를 들고 왼편으로 몰린다.

그 롭슨 산 뒤편에는 롭슨 빙하가 발을 담그고 있는 버그호수가 있다. 오래 전 9월, 헬기로 들어가 천막 두 동을 쳤는데 밤새 눈이 내려 하나가 무너졌다. 여자 3사람이 들어간 천막에는 랜턴 덕분에 눈이 녹아 무사했기에 우리 남자 두 사람이 침낭을 들고 들어가 3인용 천막에 5사람이 잤던 일이 있었다. 여러 가지 불편했던 것은 독자의 상상에 맡길 수밖에 없다.

식사를 마치면 전망 칸으로 올라간다. 천장과 전후좌우는 모두 유리로 되어있어 360도가 열려있는 공간이다.
산들이 지나간다.
지구상의 75억 인구가 같은 사람이 하나도 없듯이 세일 수 없는 지구상의 모든 산들도 같은 산은 하나도 없을 터. 산은 신비롭게 다가오고 스쳐간다.
그런데 오늘의 산은 어제의 산이 아니다. 산은 매일 새롭게 단장하고 우리를 만난다. 물론 계절에 따라 옷을 갈아입으며 기후에 따라 다른 얼굴이 되기도 한다.

롭슨산을 지나면 Moose lake를 만나고 그 다음이 Jasper다. 거기서 한 시간 반쯤 시간이 있다. 시내를 둘러보며 사진을 찍는다.

자스퍼에는 멀지 않는 곳에 Edith Cavell이라는 산이 있다. 명소다. 그런데 일반 관광코스에는 빠져있다. 큰 관광버스가 올라갈 수 없는 급커브가 여러 곳 있기 때문이다.
Edith Cavell은 영국 여인으로 부르셀에 있는 간호학교 교장이었다. 1차 대전이 발발하자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부상병들을 치료하였다 한다. 그 와중에 연합군 포로들을 도피 시키는 일에 연루 되어 총살을 당한다. 이런 사실이 캐나다에 알려져 그 혼이 이 산에 머물게 된다. 거기에는 간호사 이미지에 걸맞게 천사의 빙하가 산중턱에 걸려 있는데 지금은 지구 온난화로 많이 녹아있는 상태다.

BC주와 Alberta주는 산과 호수로 구성되어 지루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런데 다음 Saskatchewan주와 manitoba주는 가도 가도 끝없는 벌판이다. 지금 잘 익은 밀밭이 아득하다.
김삿갓이 이를 보았다면 무슨 시가 나올 것이며 봉이 김선달이 이 밀밭을 만났다면 어떻게 사기를 칠지도 궁금하다.
캐나다의 빵 바구니란 말이 실감난다. 이 많은 밀을 캐나다 국민이 다 먹어 치울 가. 아니다 허풍을 떤다면 세계의 인구를 다 먹여도 남을듯하다. 하늘이 캐나다에 준 선물이다. 땅만 기름진 게 아니다. 지하에는 무진장 광물도 매장되어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지하 100m를 내려가 Pick up 트럭으로 30분을 달려 막장에 이르는 지하광산에 들어갔던 일이 있다. 상하좌우가 모두 붉은색의 Potsh란 광물이다. 양질의 질소비료이고 방부제나 다른 유용한 물질을 찾아 2차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하여 연구 중이라 한다.

밀밭만 보이기에 심심하다. 여기서는 책도 읽고 낮잠도 잔다. 한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아직도 밀밭이다.

Winnepeg에서 Crew가 바뀐다. 기차에 물도 채우고 하수를 내 보내고 쓰레기나 세탁물도 새것으로 들여온다. 또 식당차에도 새로 식품을 실을 것이다.
Wiinnepeg은 마니토바주의 수도다. 또 캐나다의 중심이다. 세계 60개국의 동전을 만들어 공급하는 Mint라는 기관이 있다.
또 지반이 약한 툰드라 위에 설치된 선로를 따라 울렁거리는 열차를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면 Hudson Bay에 위치한 Churchill에 이른다. 북극곰을 만나는 곳이다. 곰 감옥도 있었다.

Winnepeg를 떠나면 금방 Ontario주에 들어선다. Ontario주는 호수의 고장이라 할 것이다. 연거푸 호수를 만난다. 크고 작은 호수, 작은 섬에 나무들이 서 있어 신비함을 더해 준다.
캐나다는 세계 담수의 30%를 보유하고 맑고 깨끗한 것으로 유명하다. 캐나다의 호수는 모두 몇 개나 될까? 3제곱키로 이상 되는 호수가 3만개이상이고 이름 없는 호수까지 모두 포함한다면 세일 수 없다고 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천오백만 개나 된다고도 한다.
담수는 온 인류의 마지막 자원이 될 수도 있다. 지구의 물이 오염되어 우리의 삶을 위협한다 해도 캐나다는 끄떡없다.
깨끗한 물은 캐나다의 자랑이다.

BC주 가운데 있는 Keslo의 시장은 시내를 따라 흐르고 있는 Kootenay Lake의 물은 어디에서나 그냥 퍼 마셔도 된다고 선언한바 있다.
캐나다 정부는 자연을 잘 보호하고 유지하기 위하여 안간힘을 쓰고 국민들은 그 뜻을 잘 따르고 있는 선진국이다.

드디어 Toronto에 내린다.
토론토는 캐나다 제일의 도시다. 산업의 중심이고 시내에는 CN 타워가 있고 가까이에 그 유명한 나이아가라가 있다. Thousand Island는 Thousand Island Dressing을 만든 어부의 아내 Sophie Lalonde가 살았던 섬군이다. 천섬은 천개가 아니다. 천팔백 개나 된다고 한다. 캐나다의 수도 오타와도, 단풍으로 유명한 알공퀸 공원도 온타리오주에 있다.

토론토에서 내려 나이아가라를 가기로 계획하였는데 기차가 연착할 것을 계산하고 나니 퇴근시간대가 되어 토론토 시내를 빠져 나가는 데만 2시간 반이 걸린다기에 포기하였다.
그런데 마니토바에 들어 설 때 2시간이나 늦었던 기차가 밤새 줄기차게 달려 정시에 도착하였다. 그래서 요람을 더 흔들었던 것일 게다. 정시에 도착했으니 생각이 바뀌었다.
예약된 근처 호텔에 체크인하고 프론트에 부탁하니 금방 연락이 되어 차가 온단다. 10사람 중 두 내외는 토론토에 사는 아들과 저녁식사로 남고 호텔 문을 나서니 까만 리무진이 와 있다. 얼씨구, 8인승 리무진을 타고 나이아가라로 달렸다. 나이아가라에 이르러 배를 타고 폭포 밑에까지 가보고 나흘간 서양식만 먹다가 김치찌개를 만나니 기분이 그만이다. 식사를 마치니 어두워져서 폭포의 야경을 본 것은 덤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나이아가라를 다시 만난 것은 의외의 수확이다. 일행 중에 나이아가라를 보지 못한 분이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밴쿠버에서 토론토까지 4박을 하고 내려 호텔에 들었는데 오늘밤은 정말 편한 잠을 자리라 기대했는데 웬걸 오히려 잠을 들지 못했다. 며칠간 흔들리며 잠들었던 환경에 적응했기 때문일 것이다.
토론토에서 아침 일찍 일어나 또 기차를 타고 몬트리올로 향한다. 여기서부터는 안내방송이 불어가 먼저다. 불어권에 들어선 것이다. 한곳에서 두 나라를 새로 만난다.
최근에 몬트리올에서 사업하다가 밴쿠버로 이사 온 분이 있었는데 정부관리가 와서 영어를 하지 말고 불어로만 손님을 맞으라고 윽박지르기에 다 정리하고 떠나 왔다고 했다.

몬트리올에서 내릴 때 사건이 하나 생긴다. 내가 짐칸에 옷을 두고 내린 것이다. 후닥닥 돌아 가보니 그 자리에 없다, Lost & found에 신고를 하고 돌아왔는데 금방 연락이 와서 뛰어가니 역무원이 내 옷을 흔들며 마중 나왔다. 그 옷에는 전화기와 운전면허증 Credit Card등 중요한 물건들이 다 들어있었던 것이다.

몬트리올은 북미의 파리라 불린다.
몬트리올에는 32km 길이의 지하도시가 있다. 세계에서 제일 큰 지하도시이다.
4개의 열차 정거장과 10개의 호텔, 10,000개의 주차장, 265개의 식당, 5개의 종합대학과 1개의 단과대학, 6개의 공연장, 수많은 도서관, 40개의 영화관, 2개의 Ice rink, 3개의 박물관 등이 있고 버스와 기차 지하철이 지상과 연계되어 있다.

기차역에서 멀지 않는 곳에 예약한 호텔에 체크 인하고 오후는 6시까지 자유 시간. 그 유명한 노틀담 성당과 시내를 돌아보았다. 저녁은 Sunset dinner cruise에서 5코스 디너를 대접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다음날은 이번 여행의 종착지 Quebec City다.
퀘벡주는 캐나다 속의 프랑스라 불린다.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쓰는 유일한 주이다. 캐나다 내에서 독립하겠다고 여러 차례 국민투표를 하였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그렇지만 심심하면 들고 나오는 사안이다.
퀘벡 때문에 캐나다 내 모든 공식 문서나 물건 안내에도 영어와 불어를 병행하니 그 불편함과 경비가 얼마인가. 차라리 독립해서 떨어져 나가게 하면 어떨까도 해 본다. 어디까지나 내 사견이다.

지난 역사를 돌아보면 영국군과 프랑스군 간의 7년 전쟁이 있었다. 영국군이 승리를 거둔 후 다시 미국과 전쟁을 치렀다. 그 흔적으로 북미에서 유일한 성곽도시가 되어 남아있는 곳이다.

퀘벡에는 유명한 겨울카니발이 있다. 2월 달에 보름간 열리는데 어름 조각전과 각종 스포츠, 재미있는 겨울 놀이가 많이 있다. 아내가 얼음낚시에서 큰 송어를 낚기도 했다
그 겨울 카니발이 열리는 겨울에 Ice Hotel이 생긴다. 북미유일의 얼음궁전이다. 각종 얼음 조각이 조명을 받아 번쩍이고 얼음으로 만든 잔에 보드카를 한잔 마셔본다. 결혼식이 열리는 교회당도 있다. 압권은 얼음 침대에서 밤을 보내는 것이다. 영하 40도를 커버하는 침낭에 들어가서 잠을 자 보았다.
추워서 잠을 잘 수 없으면 옆에 따뜻한 방이 준비되어 있다.
침낭에는 옷을 다 벗고 들어 가 자라 한다. 그런데 화장실 갈 일이 생기면 좁은 침낭 속에서 옷을 주워 입고 가야 한다. 아내는 땀을 흘리며 잠을 잘 잤다고 했다.

퀘벡주는 메이플 시럽을 생산하는 고장이다, 3월이 되면 단풍나무 수액을 받느라 분주한 곳이 400군데나 된다. 세계시장에 70%를 공급한다.

퀘벡시에서는 시외버스 관광을 하였고 구경만 했던 빨간 2층 버스를 타고 시내를 돌아보는 시간도 가졌다.
퀘벡에는 돼지고기가 특별히 맛있다는 말이 있어 이를 시식하고자 했으나 제대로 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밤 비행기를 타고 자정 무렵에 밴쿠버에 내린다. 딸이 비행장에 마중 나와 있었다. 9일간 먼 길을 다녀온 나그네를 맞는 내 보금자리는 언제나처럼 아늑하다.
역시 내 집이 좋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나의 문학 수업기 2024.01.22 (월)
  학원이란 잡지가 있었다. 1960 년대 중, 고교생들의 인기 잡지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소년, 소녀 문사들의 문학 등용문 역할을 했다. 참으로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 많았다. 거기에 실린 주옥같은 글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나 저들처럼 멋지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고 한탄하고는 했다.  필자가 다녔던 대전 중학교 도서관은 규모가 꽤 큰 편이었다. 동, 서양의 고전을 비롯해 현대물, 교양 서적 등 만 여권의 장서가 사방 벽면을 가득 메우고...
이현재
끝끝내 매달리려마침내 매운 바람 끝흘러 내리는 눈물처럼마지막 잎 새는 떨어져 나갔다내가 지르고 싶은폐 깊이 눌렀던 고함을 걷어가을 나무 잎 새는 떨어져 나갔다작은 가지에 모든 얘기 걸어 놓고마지막 잎 새는떨어져 나갔다연 고등 새싹 피어 오르던 봄나는 네 앞에 서서새 출발의 새 다짐을갈증의 한 모금 찬물처럼입에 물었다견디다 보니 견디어도 무너지는세월의 회초리는고통에 웃으라고 윽박 지르더라그래도 봄이 오면겨울 견딘 나무에 새...
조규남
설화 2024.01.15 (월)
따사로운 햇살에들력을 풍요롭게 익히었던가을 바람도록키 넘어온 북서풍에 미련이 남아있는 사연들눈 속에 모두다 묻었다겨우내 창 두두리고흰 머리 날리며정이 많아 속 눈물 흘리는 너는살을에는 칼 바람 부는날별이 좋아 밤새워앙상한 가지에 피어낸 꽃 향기없이 피어난설화뒤 돌아볼 시간 없이 사라질 운명명일 햇님이 찿아오시면차거운 세상에 힘겨웠던 마음도함께 반짝이겠지또 시린 가슴 호호 부는날다시 피어나는 숭고함에옷 깃을...
리차드양
 언젠가 고국에서 유행했던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였다.  이 노래는 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 많은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어졌던 대중가요이다. 그 당시 방송에서 흘려나오는 노랫가락은 내 입에서 무심코 흘러나올 정도로 잘 알려졌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는 이렇게 희망을 주는 노래와 꿈을 갖게하는 설교는 듣는이들에게 희망을 갖게하거나 꿈을 꾸게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
김유훈
왕궁의 후예 2024.01.15 (월)
   나이 어린 새 각시 수줍어 반 쯤 내민 빼꼼한 얼굴처럼 신비로움 품은 비밀의 정원, 비원이었던가? 그동안 키워준 친 어미 품이 식상했다고 성급히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입양 부모 품으로 황급히 달려가는 꼴이 되어 버렸던게지.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무지한 채 새로운 미래에 대한 설렘으로 채워진 지루한 기다림이었다. 어쩌면 대열에서 쳐지고 지쳐 버렸기에 무언가 새로운 인생의 달콤한 변화를 꿈꾸었을 것이다. 고국을 떠나기 전...
박혜경
새해의 기도 2024.01.15 (월)
올해도 저를 고통의 방법으로 사랑해주세요저를 사랑하시는 방법이 고통의 방법이라는 것을결코 잊지 않도록 해주세요그렇지만 올해도 견딜 수 없는 고통은 허락하지 마소서올해도 저를 쓰러뜨려주세요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쓰러뜨리신다는 것을 이제 아오니올해도 저를 거침없이 쓰러뜨려주세요그렇지만 다시 일어날 수 없을 정도로 쓰러뜨리지는 말아주소서올해도 저를 분노에 떨지 않게 해주세요아무리 억울한 일을 당해도 두 주먹을 불끈...
정호승
새해 기도 2024.01.08 (월)
겸허하게 하소서.내게 없는 것에 불만 하지 않고내가 이미 가진 것들에늘 감사하게 하소서나 여기에 존재하므로저기에 하늘 땅 바다가 존재하며나 여기에 고른 숨쉬고 있음에온 우주가 맥동하는 것이 얼마나 큰 축복인가!봄 여름 가을 겨울내 작은 발로 헤쳐갈 삶의 여로에서건네는 눈길마다, 마주 잡는 손길마다꽃잎 줍는 가슴처럼 따뜻하게 하소서덧칠 안 된 언어로 기도하게 하소서허락하신다면, 인연이여세월에도 녹슬지 않는 영혼으로심장엔...
안봉자
  2024년은 나에게는 특별한 해다. 정확히 말하자면  1994년 11월 23일  우리가  독립 이민자로 캐나다 퀘벡주에 있는 몬트리올 공항에 발을 디딘 지  50년을 맞는 해다. 반세기를 캐나다에서 살고 있다.     1974년 육군본부에서 공병 장교로 일 잘하던 남편을 설득하여 아직  두 살이 채 안 되는 딸아기를 안고 아무도 우리를 반겨주지 않았던 낯선 캐나다 땅에 랜딩 했다. 남편의 본적은 함경북도, 하얼빈 출생이다. 러시아계와...
김춘희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