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노년의 멋

심정석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9-23 11:53

심정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성경의 시편에 사람의 수명이 70세요, 강건 해야 80세를 산다고 했다. 나는 올해 산수(傘壽)를  넘어 3년을 더 살고 있으니 하나님으로부터 강건의 축복을 받았다고 하겠다. 생물학적 통계를 보면 사람이 생장 연수의 여섯 배, 즉 120년을 살 수 있다고 했고, 성경 창세기에도 하나님이 우리와 120년은 함께 하겠다고 하셨다. 우리는 지금 100세 시대를 살고 있고, 120세 시대를 바라보고 있다. 이렇듯 사회가 빠르게 고령화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본은 나라 전체 인구의 28%의 인구가 노인들이고, 한국과 캐나다도  25%의 인구가 노인인 인구 고령화 국가가 되었다.

  하지만 우리의 수명이 늘어간다고 해서 다 좋지만은 않은 것 같다. 솔직히 나이 들고 늙는 것이 싫다. 가능한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 그러나 지름길로 빠르게 찾아오는 백발을 어떻게 막을 수 있겠는가. 그것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그리고 나도 막상 83세가 되고 보니 노년의 삶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노년은 늙고, 병들고, 죽음을 앞둔 외로운 세대이다. 그러나 올해 막 100세를 넘었지만 여전히 왕성하게 일하며 살아가는 김형석 교수의 말을 들으면서 위로를 받는다. 김 교수는 우리에게 나이 듦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한다. 젊은이들로부터 괄시를 받지 않기 위해 늘 꾸준히 무엇인가를 배우라고 조언한다. 그간 살아온 삶의 경험과 지식 위에 지혜를 더 높이 쌓는 일을 하라고 조언한다. 그런 노년은 멋있는 삶이라고 한다. “나는 늙었다. 하지만 현명한 사람들을 보면 내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는 에머슨의 말이 있는데, 유튜브 영상 속에 나타난 김형석 교수의 모습은 나이는 들었지만 영락없는 젊은이의 모습이다. 노년의 지혜가 돋보이는 그분의 얼굴이 참 멋져 보인다.

   지식 위에 지혜를 쌓는 노년의 모습, 멋있는 도전이다. 성경에는 지혜로운 믿음의 선배들이 많다.그 중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인물은 모세이다. 나는 그의 강한 믿음과 겸손이 부럽다. 또 그의 노년의 지혜도 부럽다. 모세가 120세가 되던 해에 하나님은 그를 데리고 모압 땅 느보 산으로 오르신다. 그리고는 젖과 꿀이 흐르는 약속의 땅을 모세의 눈앞에 훤히 펼쳐 보이신다. 광야에서 40년의 고행 끝에 얻게 될 약속의 땅을 보며 환희를 맛보았을 모세의 얼굴이 눈에 보이는 듯하다. 그러나 하나님은 모세가 그 약속의 땅에는 가지 못한다고 말씀하신다. 참으로 모질고 엄한 말씀이다. 내가 보기에 모세는 요즘 시쳇말로  명퇴를 당했다(신명기34:1-5). 얼마나 섭섭하였으랴! 하나님께 원망도 하고 싶었을 게다. 그러나 시편 90편에서 모세는 우리의 연수보다 하나님과 함께 하는 순간 순간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하나님과 함께 하는 하루 하루의 삶을 계수하는 지혜의 마음을 달라고 하나님께 절실히 간구하며 그의 삶의 마지막을 준비한다.

  이처럼 덧없는 인생의 피난처가 되시는 하나님만을 의지하는 모세에게서 나는 인생을 배우고 싶다. 그의 믿음과 겸손, 그리고 지혜를 배우고 싶다. 그의 출애굽 40년의 마지막은 100미터 달리기의 마지막 질주 와도 같다. 이제 막 산수를 넘긴 내 남은 삶도 100미터 달리기의 마지막 질주와 같이 멋있으면 참 좋겠다. 모세는 그의 삶 전부가 진정 하나님께 속하게 해 달라고 늘 기도하며 살았다. 하루 하루 다가오는 새 날에 하나님과 늘 동행하게 해 달라고 그는 기도했다. 느보 산에서 하나님으로부터 받았을 섭섭함은 찾아볼 수가 없다. 상처는 이미 말끔히 치유되고 의젓하게 120세의 파란만장한 삶을 마감하는 하나님의 노종 모세를 보면서 나는 혼자 조용히 기도한다. “하나님, 저도 모세처럼 멋있게 이 인생 경주를 마감하고 싶어요!”  하나님과 함께 하는 삶 외에 내게 무슨 갈망이 더 있겠는가!

  나는 80세에 교수직에서 은퇴를 했다. 은퇴의 삶은 마냥 편하기는 했지만 한 해 쉬고 보니 일하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들이 멋있어 보였다. 사람은 늙든 젊든 열정을 다해 일을 할 때 멋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일에 몰두하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라고 했다. 그러니 내게 주어진 삶이 다할 때까지 모세처럼 살아보자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또 짐을 싸서 일을 찾아 선교지로 나섰다. 일이 곧 멋이니까!

  빠른 기술 혁명 시대를 사는 우리는 새 기술을 배워야 한다. 인류가 누린 기술혁명은 놀랍기만 하다. 나는 80 평생 살면서 그 혁명적 기술의 혜택을 하나 하나 누려보았다. 강원도 시골 신작로를 걸어 학교를 다녔고 우마차를 타다가 기차를 탔고 어른이 다 돼서 비행기도 타 본다. 석유 등잔불 밑에서 책을 보다 서울로 옮겨 전등불의 혜택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3차 지식정보 혁명의 덕택으로 컴퓨터와 인터넷으로, 이메일과  카카오톡으로 지인들과 교류도한다. 그런데 앞으로는 4차 초 지능 혁명 시대를 살게 될 것이라고들 한다. 우리의 삶 속에 벌써 그 변화가 빨리 파고든다.. 사람 아닌 알파고, 환자를 검진하는 AI 닥터, AI 가정 도우미까지 등장했다. 앞으로 세상이 어떻게 변할지 전혀 예측을 할 수 없고, 그 변화는 간단히 예측할 수가 없다고 하니 두렵기까지 하다.

  컴맹이었던 내가 한글 자판을 익히는 데 진땀을 뺐었다. 앞으로 파도처럼 밀려올 새 변화는 우리 같은 노인들에게는 도전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걸 피할 수 만은 없지 않은가?   “If you cannot beat them, then just join them.” 라는 말처럼 정신 바짝 차리고 열심히 배우자.  한번 뒤지면 따라잡기 정말 어렵다. 이 나이에 맥북을 들고 파워포인트를 사용해 강의를 할라치면 “장로님, 멋 있으세요!” 하는 감탄의 말을 듣곤 한다. 과찬은  칭찬이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 나면 조끔은 젊어진 기분이다. 어린애 같은 늙은이가 된다. 늙으면 다 어린애가 된다는 얘기가 맞나 보다. 희대의 천재 아이슈타인도 “오래 살게 되어도 늙지는 마십시오. 우리가 태어나게 된 '위대한 신비’ 앞에서 호기심으로 가득 찬 아이들처럼 계속 살아가십시오” 라 조언한다. 그래 호기심으로 가득 찬 어린애 같은 노인이 돼 보자. 그래야 노인도 멋이 있단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골덴 바지 2024.01.29 (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 나는 겨울이면 늘 어깨를 웅크리고 다녔다. 어머니는 내가 키가 크지 않은 이유가 그 때문이라며 자주 나무라셨다. 그게 마음에 걸렸던 지 어느 날 어머니가 나를 위해 골덴 바지를 한 벌 사오셨다.  바지에 대한 촉감은 허벅지까지 먼저 알아차린다. 병아리 털에 닿은 듯 부드럽고 포근하면서 약간 간지럽기도 했다. 그런데 길이가 길고 품이 컸다. 내 허리춤을 잡아보며 어머니도 다소 난감한 표정을 지었지만...
정성화
어미 2024.01.29 (월)
처음은 어둠이었다가다음은 점이다가그 다음은 점 점 점 선명해지는눈 코 입 손 그리고 발가락그렇게 생긴 꽃들이 내게 와서나는 저절로 꽃이 되고덩달아 꽃이 되어어미의 이름으로 사는꽃의 나날난얼마나 환하고뜨겁고겁 없이 용감했는지
어미
쏟아지는 모시빛의 햇살아래너는 눈이 부시게도 빛나고 있었지.누군가를 향한 너의 기다림은하얀 여백이 되어가고 있었고지울 수 없는 명징한 약속은까만 상흔이 되어 나부끼고 있었어.고결하게 새겨진 너의 이름은성실한 애달픔을 묵묵히 지우며무심한 시간을 견뎌내고 있었지.하얗게 사무치는 천년의 침묵은한겹 두겹 수피를 벗겨 내었고,영혼을 향한 순백의 기도로 다시 태어났었어.빛과 어둠은 자리를 바꾸어 나갔지만너의 가녀린 뿌리는...
이봉란
황혼의 찬미 2024.01.22 (월)
J 에게,엊그제 이민 온 것 같은데 어언 30년이 훌쩍 지나고 이제는 성숙한 디아스포라의 길을 가고 있는 중이네. 내 인생에도 황혼의 자유가 찾아온 셈일세.자네가 보내 준 ‘황혼의 자유’ 라는 글 속에 보면 나이가 들어가면 노숙해지는 것도 있어 참 좋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서글픈 일도 있다네. 오미크론이 지난 이즈음 아는 목사님의 거동이 불편한 모습을 보면서……그렇지만 자고 싶으면 자고, 먹고 싶으면 먹고, 웃고 싶으면 웃고 내...
이종구
나의 문학 수업기 2024.01.22 (월)
  학원이란 잡지가 있었다. 1960 년대 중, 고교생들의 인기 잡지로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소년, 소녀 문사들의 문학 등용문 역할을 했다. 참으로 글을 잘 쓰는 친구들이 많았다. 거기에 실린 주옥같은 글들을 보면서 나는 언제나 저들처럼 멋지게 글을 잘 쓸 수 있을까 하고 한탄하고는 했다.  필자가 다녔던 대전 중학교 도서관은 규모가 꽤 큰 편이었다. 동, 서양의 고전을 비롯해 현대물, 교양 서적 등 만 여권의 장서가 사방 벽면을 가득 메우고...
이현재
끝끝내 매달리려마침내 매운 바람 끝흘러 내리는 눈물처럼마지막 잎 새는 떨어져 나갔다내가 지르고 싶은폐 깊이 눌렀던 고함을 걷어가을 나무 잎 새는 떨어져 나갔다작은 가지에 모든 얘기 걸어 놓고마지막 잎 새는떨어져 나갔다연 고등 새싹 피어 오르던 봄나는 네 앞에 서서새 출발의 새 다짐을갈증의 한 모금 찬물처럼입에 물었다견디다 보니 견디어도 무너지는세월의 회초리는고통에 웃으라고 윽박 지르더라그래도 봄이 오면겨울 견딘 나무에 새...
조규남
설화 2024.01.15 (월)
따사로운 햇살에들력을 풍요롭게 익히었던가을 바람도록키 넘어온 북서풍에 미련이 남아있는 사연들눈 속에 모두다 묻었다겨우내 창 두두리고흰 머리 날리며정이 많아 속 눈물 흘리는 너는살을에는 칼 바람 부는날별이 좋아 밤새워앙상한 가지에 피어낸 꽃 향기없이 피어난설화뒤 돌아볼 시간 없이 사라질 운명명일 햇님이 찿아오시면차거운 세상에 힘겨웠던 마음도함께 반짝이겠지또 시린 가슴 호호 부는날다시 피어나는 숭고함에옷 깃을...
리차드양
 언젠가 고국에서 유행했던 노래가 있다. 그 노래는 “쨍하고 해뜰날 돌아온단다~ ,”였다.  이 노래는 대한민국이 어려웠던 시절 많은 서민들에게 희망을 주며 많은 사람들에게 불리어졌던 대중가요이다. 그 당시 방송에서 흘려나오는 노랫가락은 내 입에서 무심코 흘러나올 정도로 잘 알려졌다. 모두가 힘든 시기에는 이렇게 희망을 주는 노래와 꿈을 갖게하는 설교는 듣는이들에게 희망을 갖게하거나 꿈을 꾸게하는 동기를 부여하는 힘이...
김유훈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