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하는 일은 카나다에서 생산되는 물건을 미국으로 보내고 다시 미국의 제품들을 카나다로 갖고 오는 일이다. 때문에 미국 국경을 넘나드는 일은 이제 나의 일상이 되었다. 그리고 미국의 고속도로와 주변의 환경은 매우 친숙하여 딴 나라 같지 않다. 내가 자주 다니는 곳이 I-5고속도로 Exit 208 이며 그 곳 지명이 Arlington이다. 미국의 기름 값이 카나다 보다 약 30% 정도 싸기 때문에 많은 트럭 운전사들이 이용하고 있다.
오랫동안 이곳을 다니다 보면서 여러가지를 눈여겨 볼 기회가 있었다. 오래 전에는 한 곳 뿐이였던 트럭 주유소이였지만 5년 전 부터 길 건너편에 대형 주유소가 새로 생겼다. 더우기 넓은 주차장이 있어 많은 트럭들이 오래된 주유소를 이용하기 보다 새롭게 생긴 곳을 다니기 시작하였다. 이 뿐 만 아니다, 유명 후랜차이즈 식당, 즉 Subway, Arbis, Dennis, 등등이 등장하더니 여러 주유소들이 확장을 하였다. 즉 대형 주유소가 7군데, 한 곳 빼고는 모두 24 시간 영업을하고 있다. 그리고 각종 음식은 물론 커피를 만들어 팔고 있었다.
그리고 미국의 골목마다 있는 Drive thru 라고 하여 작은 집을 만들고 그 안에서 커피를 파는 곳이 수 없이 많이 있는 데 여기에도 4곳이 있다. 아마 미국의 커피 전문점은 스타박스와 이 작은 집 커피점들이라 해도 과언은 아니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며 아무리 미국의 경기가 좋다 하여도 이 곳처럼 모두가 치열하게 경쟁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였다. 즉 이 작은 알링턴 고속도로 진입로에 만 커피를 파는 데가 15곳에 이른다.
내가 가끔 이곳의 새 주차장에서 잠을 잘 때가 있다. 왜냐하면 시애틀의 다운타운을 거쳐 바닷가 쪽에 있는 부두에 정박한 쿠르즈배에 물건을 내려 주려면 이른 새벽에 그 곳에 도착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애틀은 워낙 교통의 지옥이라 주차장에서 잠을 자고 일찍 출발해야 한다. 지난 7월 초순, 나는 알링턴 주차장에서 잠을 잔 후, 이른 새벽 트럭을 몰고 시애틀로 출발하였다. 새벽 5시가 되기도 전 모든 주유소는 환한 불빛이였으며 작은 집 속에서 커피를 파는 4 곳 모두 새벽부터 빨간색의 Open 싸인을 켜고 커피를 팔고 있었다. 특히 한 곳은 아주 젊은 아가씨가 한 여름 해수욕장에서 입는 비키니 차림으로 커피를 팔기위해 영업 중인 곳으로 그 곳 간판에 비키니 바리스타라고 안내판을 해놓았다. 나는 혹시 이른 새벽에는 옷은 입었겠지 하였지만 트럭위에서 멀리 내려다보니 비키니 차림으로 커피를 팔고 있었다. 비가 온 다음 날 그래도 약간 쌀살한 새벽이였지만 그녀는 추위를 아랑곳 않고 커피를 만들어 손님에게 파는 데 열중인 것 같았다. 그런데 “겨울이 오면 어쩌나?”하는 공연한 걱정이 잠시 들었다.
그리고 나는 어제 저녁 본 장면, 그 모습이 너무 생생하여 오랫동안 잊을 수가 없었다. 내가 주차장 안의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후에 시간이 좀 남아 야외에 비치된 휴계용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옆에도 큰 주유소인데 주차공간이 좀 넓어 귀퉁이 한 곳에는 간이 테이블을 펴고 워싱턴 주에서 나오는 체리를 파는 곳이 있었다. 그 곳에는 어린 학생 둘이 방학 중에 부모님을 도와 손님들에게 체리를 팔고 있어 나는 그 모습을 좀 보다가 그 곳으로 가서 체리 한 봉지를 샀다. 그리고 내가 앉았던 곳으로 돌아와 그 곳을 계속 보게 되었다. 해 질 무렵 한 차례 소나기가 지나가고 이제는 부슬비로 바뀌고 있었다. 그즈음 부모님이 차를 타고 와서 체리 좌판을 걷는 모양이었다. 오빠는 14살, 동생은 12살 정도되는 어린 남매는 엄마를 반갑게 맏이하고 서로 서로 이야기를 하는 모습이였다. 아마 “오늘 많이 팔았다” 하며 엄마한테 말하는 듯 하였다. 그리고 엄마가 체리 한 봉지를 딸의 손에 쥐어 주더니 주유소 사무실에 갖다 주라고 한 모양이다. (내 생각에는 장소를 빌려주어서 고맙다는 뜻이 아니가 싶었다.) 그러자 그 딸아이는 부슬비를 맞으며 두 손으로 든 체리봉투를 갖고 주유소 사무실을 향해 총총걸음으로 가는 모습을 나는 멀리서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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