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래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아내의 머리칼은 빠지고 또 난다
화장을 하러 거울을 들여다보는 날이면
가슴에 앓던 꿈들이
머리 끝에서 종착지를 신고한다
카락 하나를 떨구고도
새 살이 돋아나던 희망 같은 것
그녀는 참빗으로
촘촘히 긁어내고 있는 것이다
내 생애에 행복이 있다면
그녀의 머리카락을 줍는 순간이다
손을 오무려 둥지를 만들면
카타르시스의 전율이
엄지에서 검지 촘촘히 몰려온다
수많은 부활의 증인 앞에
무언가를 줍고 모으는 일 하나 조차
떨어진 존재가 있는 자리 어딘가엔
실타래처럼 쉬 풀리지 않는 부정맥이
무리져 있는 것을 말하려 함이지
아, 나는 참 행복한 남자다
무릎을 사용해야 그에게 다가갈 수 있는
저품격 불구 현상이
때로는 절대자에 대한 복종을 대신하지 않는가
그것도 생명이 저장된 몸뚱어리에서
또 다른 생명이 피고 지는 일을
매일 장례위원처럼 보고 있다니.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김경래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