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태린 / 캐나다 한국문협 부회장
돌격 앞으로! 와 하는 함성이 들렸어요
겨우내 잠만 자던 풀들이 일제히 푸른 머리를 풀어 헤치고
언덕을 빠르게 점령하면서 내지르는 소리예요
배추는 양지 켠 아늑한 땅에서 노래나 부르며
흰나비가 곱게 접은 꽃 편지를 읽고 있었어요
룰루랄라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말이지요
그런데 때아닌 호랑나비가 날아왔어요
두 날개 정중히 접은 무서운 사연을 받고 나서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면서 이렇게 탄식했어요
메뚜기도 한철이라 푸성귀가 두 철일까
뚱뚱한 몸뚱어리 지푸라기 한 가닥에
찬 이슬 옷깃조차 눈물로도 다 훔치고
육신을 가르는 서슬 푸른 목숨 다하네
자, 그래도 배추김치가,
입에 잘 넘어가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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