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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공원 홀로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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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8-20 16:48

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버나비에 있는 중앙공원(Central Park)은 “도시의 보석”(A Jewel in the City)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큰 도시의 한복판에 자리 잡은 아름다운 공원이다. 지리적으로 광역
밴쿠버의 중앙에 자리 잡고 있어 부친 이름으로 사료된다. 별명 그대로 보석같이
희귀하고, 아름다운 공원이다. 역사를 알아보니 1891년에 공원으로 지정되었는데
그전에는 벌목장이었다고 한다. 이로 미뤄보면 130여 년 전에는 버나비 일대가 울창한
숲이었다고 짐작할 수 있다. 태평양 연안에 위치해서 멕시코 난류의 영향으로 연중
강우량이 많고, 온난한 기후여서 소위 온대림(Temperate Forest)이 무성한 지대이다. 대
도시의 중앙에 80여 미터의 쭉쭉 뻗은 사철나무들이 빽빽이 들어서 있어 지친
시민들에게 쾌적한 쉼의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군데군데 거대한 죽은 나무 그루터기가
남겨져 있는 것으로 보아 현재 나무들은 벌목한 후 새로 심어 놓은 게 분명하다. 공원
안에는 시민들의 건강과 휴식을 위해 산책할 수 있게 여러 개의 둘레길이 있고,
요소요소에 가벼운 운동할 수 있는 시설을 해 놓았다. 면적도 엄청나게 커서 인공
호수가 2개 있고, 여러 곳의 피크닉 시설은 물론, 야외 수영장, 골퍼를 위한 ‘Pitch &
Putt’시설, 프로 스포츠를 위한 대형 경기장도 갖추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공원
내에 한국전쟁기념탑 (Korean War Memorial)이 있다는 사실이다. 기념탑 위에는
‘평화의 사도’ (Ambassador of Peace)인 조형물로 소녀상이 세워져 있다. 소녀상
후면을 둘러싼 시멘트벽에는 British Columbia (BC)주 출신으로 한국전쟁 (1950-1953)

중에 젊음을 희생한 36명의 이름패가 부착되어 있다. 시멘트벽 뒷면에는 기념탑 건립을
위해 공헌한 한국계 캐나다 시민들의 이름과 관련된 공공기관 이름들이 새겨져 있다.
국가의 기념일, 즉 3.1절이나 광복절에는 교민들이 이곳에 모여 기념식을 올리는
곳이다.
밴쿠버 광역시에 거주하는 고등학교 동문의 모임 중에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중앙공원을 걷는 팀이 있다. 은퇴한 동문이 부부 동반하여 건강과
친목을 위해 ‘If You Rest, You Rust’(쉬면 쉰다) 또는‘누죽 걸산’(누우면 죽고,
걸으면 산다)이라는 표어를 내 걸고 걷고 있다. 오전에 1시간 빠른 걸음으로 걸은 후
점심을 같이한다. 7년 전에 시작한 모임인데 아직도 변함없이 열심히 걷고 있다. 점심은
주위에 있는 여러 나라 식당을 섭렵한다. 팀원 구성은 13년 년 상의 선배님이 계신 가
하면, 아래로는 6년 년 하의 후배로 되어 있어 나이 차도 적지 않다. 거주하는 위치도
가깝게는 버나비, 멀게는 밴쿠버 다운타운, 노스밴쿠버, 포트메도우, 코큇틀람 이어서
공원 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각각 다르다. 지난 수년간은 전원 스마트폰으로 무장되어
카톡방을 통해 거의 실시간 소통이 가능하여 출석 여부를 미리 통보한다.
나만이 홀로 걷게 된 것은 자동차 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사고 즉시 X-Ray 결과는
뼈는 상하지 않았다고 하는데 허리에 통증이 있고 걷기가 불편했다. 마사지 치료에 이어
재활 운동을 하는데 거의 6개월이 지났다. 그동안 CT 촬영과 MRI 사진을 찍고 등뼈
전문의와 신경 전문의를 만났다. 진단 결과는 심한 등골 협착증에 약간의 퇴행성
관절염이 있다고 했다. 이러한 현상은 나이가 들면 자연적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오른쪽
발의 정강이 부분에 감각이 없고 무릎 반사 반응이 없었다. 협착증의 증세라고 했다.
의사들은 운동해서 근육을 단련하는 방법 외에는 수술하거나 주사를 맞는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근육 단련하기로 결심하고 수영장에서 걷기 운동과 수영을 하며, 팀과는 점심만
같이하기를 거의 1년 동안 했다. 가끔 공원에 나가 지팡이를 짚고 걸어 보기도 했지만.
한 해가 지난 후 팀에 합류했지만 빨리 걸을 수 없어 늘 혼자 걸었다. 4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통증은 거의 사라져 지팡이는 놓았지만, 팀에 낄 정도는 못 되었다. 그런데
또 사고를 당해 6개월의 마사지 요법과 재활 운동을 했다. 이번에는 왼쪽 발가락의
감각이 둔 해졌고 재활하는 동안 쌍지팡이 (Walking Poles)를 사용했다. 꾸준한 걷기
운동 결과인지 허리 통증은 사라졌고, 지금은 지팡이 없이 걷는 데 1시간 이상 걷기가
힘들다.
홀로 걷게 되니 대화할 사람이 없어 옛날에 나온 Apple 사의 iPod를 들으며 걷는다.
자연히 주위에 걷는 사람들을 관찰하게 되고 환경을 더 자세히 보게 된다. 여러 인종을
만나는데 황색 인종이 많이 눈에 띈다. 백인은 가물에 콩 나듯 하고 한국말 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특히 중국인들은 개인뿐만 아니라 단체로 타이치, 검도, 체조 등, 열심히
공원을 활용하고 있다. 걷는 스타일도 여러 모양이어서, 배를 두드리며 걷는 사람, 손뼉
치며 걷는 사람, 체조하며 걷는 사람, 경기하듯 뛰는 사람, 심지어 뒤로 걷는 사람도
있다. 다 건강을 위해서 자기 나름대로 몸을 훈련하는 것이리라. 물론 귀에 이어폰을
끼고 걷는 사람도 있다. 항상 느끼는 것은 재활 운동하기에 중앙공원만큼 자연환경이
좋은 곳이 없다는 사실이다. 우선 둘레길이 많아서 선택해서 걸을 수 있고, 숲이 우거져
햇볕을 가려주고, 경사가 없는 걷기에 최적의 조건이다. 혼자 걸으니 아내는 절대로
한적한 곳을 피하고 사람이 많은 곳을 걸으라고 지시한다.
음악을 들으며 걷다 보면 가끔 눈을 감고 걷는 경우가 있다. 눈을 감고 걸으면 몸
균형감각이 불안해 몇 발자국 못 가서 눈을 뜨게 된다. 처음에는 10보 눈 감고 걷기가
쉽지 않았다. 직진한다고 생각하고 걷지만 눈 떠 보면 방향이 틀렸고 균형감각이
불안하다. 수년간 연습을 하다 보니 눈 감고 걷는 도보 수도 늘고 균형감각도 향상되어
지금은 30보 정도는 별로 불안을 느끼지 않고 걸을 수 있다. 아내는 빠른 팀과 걷기
때문에 내가 어떤 방법으로 걷는가를 알 길이 없다. 한 번은 눈 감고 걷다가 방향이
틀어져 나무에 부딪혀 코에 약간 피가 나고 입술이 부어올랐다. 주위를 살펴보니 마침

아무도 없어 다행이었다. 팀 멤버들과 아내는 부은 입술을 보고 무슨 일이냐고 추궁했고
사실을 말했더니 멤버들은 실소를 했지만, 아내는 가볍게 넘기지 않았다. 앞으로 걷는
데 만 집중하고 한눈 팔지 못하게 이어폰과 iPod를 빼앗아 감췄다. 잠깐 눈을 떠 앞의
상황을 살핀 후 20-30보를 걸으니 둘레길을 90% 이상 눈 감고 걷는 셈이다. 걷는 도보
수를 보면 빠른 팀은 9,000보 이상인데 나는 5,000-6,000보 정도이다. 3000보 정도에서
시작했으니 많이 향상된 것이다.
몇 차례의 차 사고로 걷는 것이 불편했지만 몸은 상한 데가 없고 똑바로 서서 걸을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통증이 사라져 걷는 자세도 좋아졌고 정기적으로 걸으니
육체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 또한 감사하다. 동문이 정기적으로 만나 같이 걷고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정신 건강에도 도움이 되니 또한 감사한다. 무엇보다도
원시림같이 우거진 중앙공원의 숲 속은 걷기 운동하는데 최적의 환경을 제공한다.
오늘도 나는 위험에서 보호하시고, 친구들과 즐겁게 지내며, 아름다운 환경에서 살게
허락하신 하나님의 은혜를 감사하며 열심히 걷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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