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2년 전 서울 방문 중에는 주로 지하철을 이용하였다. 해마다 서울의 지하철은 새로운 노선이 생기는 것 같아 마치 나에게는 지하철 노선이 거미줄 같은 느낌이었다. 늘어난 노선은 마치 미로를 찾는 것 과도 같아 수년 만에 고국을 찾는 동포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한편, 한국을 찾는 외국인들에게는 미로를 헤매는 즐거움을 주지 않나 생각해 본다. 이번 방문에는 나보다 며칠 늦게 인천공항에 도착한 처와 딸 내외를 맞이하러 인천공항 지하철역을 이용할 수 있어 참으로 편리해졌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나는 서류 가방을 하나 들고 4호선 사당 역을 도착지로 삼고 종로 5가에서 1호선을 탔다. 종로 5가는 1호선 국철이고, 서울 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야 되는데 잠시 착각해 노량진 역에 와서야 잘못 왔다는 것을 알고 갑자기 급하게 내렸다.
아뿔싸! 내가 잠시 무릎 위에 놓인 서류가방이 무거워 머리 위 선반 위에 올려놓았는데 가방을 놓고 내린 것이다. 그 가방에는 나의 여권과 한국의 은행 통장, 돌아가는 비행기 일정표 등이 들어 있었다. 누님 집을 방문해서 선물 주는 것은 중요하지 않은데, 캐나다 여권은 다시 발급 받기에는 좀 복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찾을 것 같은 믿음에 실망은 뒷전에 두고 침착하게 일을 진행하였다. 우선 다시 4호선을 갈아타기 위하여 역내부로 돌아가 가방 분실을 얘기하니, 그곳 노량진 역은 자기네 관할이 아니라 1호선 쪽으로 가라고 한다. 다시 오던 길을 되돌아 1호선 역사무실에 가니 그곳 역무원은 흔히 있는 일이라고 보며, 내가 내린 위치를 알아 오라는 것이다. 나는 다시 역에 내린 위치 파악을 알려고 그곳으로 갔다. 열차 한 칸마다 내리는 번호가 바닥에 적혀 있었다.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지만 앞으로는 내가 내린 곳의 번호판을 한번쯤 눈여겨 볼만 하였다. 그러나 무엇보다 좀 무겁다고 열차 위에 내가 가진 소지품을 올려놓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흔히 선반에 올려놓으면, 십중팔구 잊어버리고 내린다는 것이 친구의 이야기이다. 나는 다시 역내 사무실에 가니 친절하게도 내린 시간에서 지금쯤 그 열차가 도착하는 역으로 전화해 가방이 놓인 위치의 객차를 조사해 달라는 부탁 전화를 하였다. 한두 군데는 안 되었다. 좀 더 멀리 떨어진 성균관대(분교)에도 연락을 했는데 없다고 한다. 결국 이 열차의 종착역은 서동탄 역에서 알려준다고 해 나의 연락처를 남겨두고 떠났다. 매우 불안한 시간을 보냈지만 서너 시간쯤 지났을까. 서동탄 역에서 내 핸드폰으로 연락이 왔다. 가방을 찾았단다. 그 가방 색깔이 무엇이고, 그 속에 무엇이 들었냐고 묻기에 대답해 주고, 그 곳으로 오라고 해 다시 서동탄 역을 향해 갔다. 그 곳에서는 내 신분증을 확인하고 드디어 찾았다.
하나의 해프닝이었지만, 조직적이고 협조적이고 친절한 역무원의 감사함을 느끼고 새로운 교훈을 깨달았다. 조금 무겁더라도 내 개인 소유 물건을 늘 지니고 있어야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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