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희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이 글은 지난 6월 2일부터 13일까지지 예루살렘 성지 순례 후 조선일보 6월 22일자에 기고 한 감상문 ‘순례 지팡이’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예루살렘 성지 순례 기간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점심 저녁 식탁에 올리브 피클과 올리브기름이 필수로 올라왔다. 기름은 빵에 묻혀 먹거나 야채에 뿌려 먹고 올리브 피클은 우리 한국인들이 김치를 먹듯 이 곳 사람들의 필수 반찬인 격이었다.
올리브의 원산지는 지중해 연안의 스페인, 이탤리, 아프리카 일부 지역에서 자란다. 지중해 연안을 끼고 있는 나라들의 식탁에서 흔히 볼 수 있고 또 우리 캐나다에서도 흔하게 먹는 음식이라 별식은 아니었다. 그러나 2천전에 예수님이 잡수신 음식 이였고 또 그 분의 고향에서 그 분이 잡수신 음식을 먹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그 기분은 참으로 묘했다. 마치 그 분의 식탁에 초대받아 함께 식사하는 그런 기분이랄까...
우리 순례단은 예수가 가끔 기도하셨다는 게세마니 동산을 찾았다. 그가 그토록 고뇌하고 기도 했던 동산에는 여기 저기 올리브 나무들이 있었고 어떤 나무는 거의 2천년 이상을 살고 있다고 한다. 수령 2천년을 넘게 살아 있는 나무의 모습은 뒤틀리고 꼬여서 살아 있다기 보다는 차라리 죽기 직전의 몸부림치는 진통 자체의 처참한 모습이었다. 마치 예수의 고뇌를 몸으로 재현하듯이... 비가 오나 눈이 오나 태풍이 불거나 그대로 서 있으면서 인간의 고뇌를 알고 있는 이 올리브나무가 나를 2천년 전의 역사 속을 거슬러 걷게 해 주었다. 수령 2천년으로 이스라엘의 역사를 침묵하고 있는 이 올리브 나무의 속성은 무엇일까?
올리브는 극한 상황에서도 잘 살아 남는 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 이유는 면역체계가 독특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메뚜기 때가 공격해 와서 나무를 갉아 먹을 때 그 나무는 죽으면서 독특한 화학 성분을 합성하여 냄새를 분비하는데 이것이 바람에 날려 옆 나무에 옮겨진다고 한다. 그러면 옆 나무는 메뚜기 떼의 공격을 막는 화학 물질을 합성하여 스스로를 메뚜기 떼 공격을 피하여 살아남는다고 한다.(출처: 인터넷 산들 꽃 이야기-향기에 빠지다) 먼저 공격당한 나무는 죽으면서도 옆에 사는 이웃 나무들을 살린다는 말이다. 나는 동물이나 새 또는 곤충들이 자신의 몸을 포기하고 새끼를 보존하여 그들의 종족을 이어간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러나 나무가 자기는 죽더라도 이웃 나무를 살린다는 이야기는 예루살렘 성지 순례에서 내가 받은 충격의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이웃 나무를 살리는 올리브 나무는 구약에서는 노아가 방주에서 비둘기를 날려 밖으로 보냈을 때 올리브 나무 잎을 물고 돌아 왔다는 이야기가 있다. 아마도 다른 나무들은 다 물에 쓸려 내려가 죽었어도 생명력이 강한 올리브 나무는 홍수에도 살아남아 파란 이파리를 싹 트게 하여 노아에게 길조의 표징을 선사했을 것이다. 그런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올리브 나무는 평화를 상징하여 유네스코 깃발에도 그려져 있다.
이러한 올리브의 생태 이야기는 이스라엘이 건국 후 그들이 오늘의 이스라엘을 만들기 까지 어떠한 노력을 해 왔는지를 되새김질 하게 해 주었다.
순례 길 여기저기에 뜨염 뜨염 보이는 빨간 지붕의 집들이 그것을 말해 주었다. 그 빨간 지붕의 집들은 이스라엘 건국 초기 사회주의 공동체 주의적 시스템으로 단기간에 나라의 토대를 일궈 낸 집단 농장 시스템(키브스 시스템이라 불린다)을 할 때 지은 집들이였다고 안내자는 말 해 주었다. 이 시스템 안에서 그들은 모든 것을 집단으로, 공동생산, 공동 분배 생활을 하였고 심지어 아이를 낳으면 곧바로 탁아소에 맡겨 육아를 했고 여자도 남자들과 함께 작업장으로 달려 가 일을 했다고 한다. 키브스는 현재 모두 사라졌지만 키브스 아이들은 후에 이스라엘의 기둥이 되어 나라를 지켰다고 한다. 이러한 자기희생과 나라 건설에 온 국민이 합심하여 일궈 낸 토양에는 당연히 많은 열매가 맺게 되어 있다. 마치 올리브 나무가 다양한 먹거리를 우리들에게 제공하듯 키브스를 딛고 선진국으로 앞서 갔던 이스라엘은 건국 이후 12명의 노벨 수상자를 배출한 놀라운 열매를 맺은 나라가 되었다.
우리는 이스라엘을 보며 그리고 올리브 나무를 보며 배워야 한다. 나라를 세우기 위하여 자신의 이익과 행복을 뒤로 하고 공동체에서 일한 그들의 삶이 마치 올리브 나무가 자기는 죽더라도 이웃 나무를 살리는 모습과 비슷한 속성이지 않은가! 이웃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 라는 속담을 갖고 있는 우리는 어떠한가? 서로가 잘 살기 위하여 이웃에게 기여하는 삶을 나무에게서 그리고 이스라엘에게서 배워야 할 것이다.
예수가 자기 제자에게 배반당하여 은전 몇 푼에 팔려 십자가형을 받기 전에 고뇌 했다는 그 동산에는 거의 2천년을 살고 있는 올리브 나무 주위를 철책을 세워 보호하고 있다. 나무는 예수가 왜 고뇌하며 피땀을 흘렸는지를 알고 있다. 알고 있지만 침묵하고 있다. 그의 침묵이 오늘도 내 가슴을 때린다. 지금도 올리브 나무는 2천년의 침묵으로 우리의 인생 순례를 안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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