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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 문턱 (Pain thresh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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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6-10 17:08

김명준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어떤 자극을 주었을 때 통증을 감지하는 최소한의 강도를 통증 문턱이라고 한다. 통증
문턱은 어떤 주어진 자극에 대하여 환자가 느끼는 상태가 대체로 일정하다. 예를 들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섭씨 50도가 되면 열로 인한 자극이 아프다고 할 것이다. 그와 비슷하게
환자의 질환은 환자에게 가하는 같은 정도의 물리적 압박에 통증을 유발할 것이다. 통증
문턱이 낮은 사람은 압박을 조금만 가해도 아프다고 할 것이고 통증 문턱이 높으면 압박을
상당히 세게 가해도 별로 아프지 않다고 할 것이다.
 

 독일의 산모는 출산할 때 아프다고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다. 미리 출산 과정을 숙지하여
당연히 아픈 줄 알고 참는다. 그와는 대조적으로 소리를 지르고 생난리를 치는 산모도 본다.
통증을 잘 참는 것은 문화적인 차이가 주요 요소라고 한다. 젊은 사람보다 노인이 더 잘 참는
경향이 있다.
 
 한편 통증을 참는 인내심(Pain tolerance)은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최대한의 통증 수위를
말한다. 난치성 만성 통증 환자는 대개 뼈에서 오는 통증이 아니고 신경이 눌려서 오는
근육병이다. 어떤 원인으로 신경이 눌리면 신경 전달과 혈액 순환이 잘 안되어 해당 근육이
붓고 굳어서 오는 말초 신경염이다.
 
 근육이 소고기처럼 말랑말랑해야 하는데 굳어서 힘줄이나 전선처럼 딱딱하게 만져진다.
통증 부위를 눌러서 압통이 있는 부위를 일일이 자침하여 굳은 부위를 풀어야 통증이
없어진다. MRI 같은 방사선으로 사진을 촬영해도 근육병은 나타나지 않는다. 종합병원에서
통증 부위를 자세히 눌러가며 촉진하는 의사는 미국, 캐나다와 한국을 통틀어 찾아볼 수가
없다. 방사선 촬영상으로 이상이 없으면 괜찮다며 소염진통제나 처방하고 갖가지
대증치료를 해보라고 권유한다. 캐나다와 한국을 오가며 별별 치료를 다해도 낫지 않는다는
환자가 부지기수다. 말초신경염을 조기에 완치시키지 않으면 점점 진행되어 결국엔
족저근막염까지 발생한다.
 
 한두 번 치료받다가 치료가 아프다고 느끼면 아프지 않게 치료하는 여러 병원을 찾아
전전하는 환자를 보면 그 말로가 눈에 훤히 보이는데도 도와줄 방법이 없으니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 말로를 지켜보는 수 밖에 도리가 없다. 신경염은 자침으로 신경을 자극해야
치료됨으로 때로는 아픔을 느낄 수 있다. 전혀 아프지 않게 자침하면 기분은 좋지만 소기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허리나 둔부처럼 아픈 부위가 깊으면 깊이 자침하여 굳어진 근육을
찾아 그 안의 신경을 자극해야 딱딱한 근육이 풀어지므로 깊이 자침할 수 밖에 없다.  
 
 환자나 가족들이 적극적으로 치료하게 도와줄 마음이 없는 경우도 가끔 본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속담과 같이 은근히 그만 돌아가셨으면 하는 안타까운 경우도 본다. 의사를 잘
만나는 것도 오복에 포함시켜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종명(終命)전에 치료가
우선이다.  
 
 어떤 캐내디언은 발이 많이 아프고 발가락 사이에 종괴가 만져진다며 병원에서 방사선
사진도 촬영하고 자신이 인터넷을 검색하여 족지간신경종(Morton’s Neuroma)이라고
주장하기에 진찰이나 해보자고 권하여 자세히 진찰해보니 엄지 발가락과 둘째 발가락
사이에 생긴 족저근막염이 오래되어 혹처럼 만져졌다. 발바닥 여러 곳과 발등에도 족부
근막염이 있었다. 엄살이 얼마나 심한지 내가 진찰한 환자 중에 단연 으뜸이었다. 한번 오면

겨우 몇 군데만 자침하는데 보통 난리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족지간신경종이라던
종괴가 없어졌다. 그 캐내디언을 생각하면 아무리 통증 문턱이 낮아도 치료 못 할 환자가
없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침이라면 무조건 무서워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 사람이 어쩌다가 침을 맞아보고는 참을
만하다는 사람도 있다. 옛날부터 일침 이약이라는 말이 있는데 약을 복용하기 전에 우선
침으로 먼저 치료하라는 말이다. 침 치료가 간단하면서 그 효과가 빠르기 때문일 것이다.
감기도 침으로 치료하냐고 묻는 분들이 의외로 많은데 침으로 치료가 신속히 된다. 금년
감기는 유달리 심하여 낫는 듯하다가 또 재발하여 상기도염으로 악화되어 장기간 고생하는
환자도 많이 본다. 심지어 젊은 사람이 만 하루만에 쓰러져 사망하는 어처구니없는 경우도
보았다.
 
충수돌기염(일명 맹장염)도 침으로 치료된다. 한국에서 외과의사로 진료할 때는 충수염을
침으로 치료한다면 미친 사람이라고 비난했는데 여기서 침으로 치료되는 경우를 경험하고
있다. 만성 충수염은 여기서는 진단하는 의사도 드물고 진단이 되어도 만성 충수염은 수술을
해주지 않는다. 만성 충수염은 충수강 내에 분변이 들어가 물기는 흡수되고 똥이 돌처럼
생긴 분석(糞石)이 되어 빠져나오지 않고 들어 있는 경우를 일컫는 질환이다. 은근히
재발하며 그 증상은 천태만상이다. 환자는 무언가 불편하여 병원을 전전하지만 눌러서
촉진하는 의사를 만나기가 어려운 현실에서는 진단이 어렵다. 침술로 간단히 치료되고 있다.
방사선 영상으로 침술로 치료하는 장면을 보면 자침 즉시 충수돌기가 움직여 분석이
큰창자의 첫 부분인 맹장 속으로 빠져나간다. 그렇게 빠져나가면 낫는 것이다. 책에는 만성
충수염은 15회 이상 치료한다고 하는데 실제로는 수차례 치료하면 낫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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