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엄마, 그리고 장미

김베로니카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5-13 15:04

김베로니카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곱게 누워 계신 엄마는 정말 아름다웠다. 연하게 화장한 얼굴에 고운 색의 한복으로 마지막 성장을 한 모습은 돌아가신 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았다. 생전에 이렇게 많은 장미 꽃 속에 계신 적이 있었을까……. 장미 한 송이도 손에 들려드리지 못한 자식들의 한을 풀어주듯 장미꽃 속에 그렇게 누워서 우리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눴다. 검은 색과 아름다운 유채색의 조화가 여기가 장례식장인지 모를 정도로 묘하게 어우러진다. 



 새벽의 하이웨이를 달린다.  우울한 기분을 조금은 씻어준다.  차창 문을 여니 상쾌한 바람이 나의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언제나 이 길을 달릴 때면 기분이 좋다.  가을이면 불타는 듯 단풍이 너무 아름다워서 저절로 탄성이 나온다.  구불구불 몇 굽이를 돌면 경치에 취해서 어지러워진다.  여름이면 푸름 이 깊은 산 속에 온 듯 녹음이 좋고 겨울이면 하얗게  눈 쌓인 계곡이 또 내 마음을 앗아간다. 



 어제도 병원에서 밤을 새우고 집으로 가는 길이다.  이틀에 한번 씩 집에 가서 샤워도 하고 일도 보고 저녁엔 또 병원으로 간다. 엄마는 언제나 나를 옆에 두고 싶어 한다. 영어도 못 하고 외국인들만 있으니 불안하고 불편한가 보다. 늘 같이 못 있으니 언제나 가슴이 아프다.  하지만 간호사들이 친절히 가족처럼 대해준다. 손발 세수까지 시켜주고 하루에 한 번씩 시트도 갈아준다. 약도 보호자가 없으면 먹여주고 식사도 챙겨준다.  특별히 엄마는 의사의 배려로 보호자가 옆에 있을 수 있는 허락을 받았다.  

 췌장암 선고를 받으시고도 벌써 많은 시간이 흘렀다. 그 날은 정말 하늘이 무너졌다. 아! 우리 엄마도 돌아가시는구나 하면서 가슴을 쳤다. 이국땅에서 그렇게 마지막을 맞이하시고 계셨다. 아버지가 평생에 그렇게 우는 모습을 을 본 적이 없었다. 딸 셋과 함께 병원 앞 벤치에서 크리넥스 한 통을 다 쓰실 정도로 울었다. 

 돌아가실 때까지 엄마는 자신이 그런 병에 걸린 것을  믿지 않으려고 했다. 가끔은 그런 사실이 더욱더 자식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아버지의 회한은 정말 유달랐다. 지나간 세월의 못 다한  아쉬움이 그렇게 가슴을 파고들었을까?......  아버진 엄마가 돌아가실 때까지 옆에서 속옷 뒷바라지까지  다했다.  



 그 날은 눈이 정말 많이 왔다. 엄마가 위독하다는 연락을 받고 모두가 병원으로 가고 집은 텅 비었다. 눈이 너무 많이 오고 있어서 운전은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버스를 타려고 두꺼운 코트에 모자 부츠  영화 속의 여주인공처럼 무장하고 집을 나섰다. 정말 오늘 돌아가시면 이 눈 속에 엄마를 묻을 일을 생각하니 억장이 무너졌다.  마음을 졸이면서 하이웨이에 들어서니 늦은 시간에 눈까지 와서인지  차들도 별로 없고 내리는 눈 속에서 엄마의 슬픈 얼굴이 차창에 어른거린다. 

 병원에 도착하니 다행히 엄마는 의식을 회복하고 오히려 늦은 밤에 왜 왔느냐고 걱정이다. 우리 형제들은 피로와 함께 각자의 깊은 생각에 빠져서 아무 말도 못 했다.  그렇게 어려운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는 점점 약해지고 돌아가실 날 만을 기다리는  상황이 되었다. 

그래도 세상은  아무런 일없는 듯이 잘 돌아가고 우리들도 그 나름대로 살아가고 있었다.  세월은 흐르고 그 눈 많은 겨울도 지나고 봄이 왔다. 이 봄은 정말 언제 왔는지 모르게 지나가고 빠르게 여름이 왔다.  엄마의 병세는 점점 악화되었고 그래도 기운이 있으면 아버지를 위해서 무엇이라도 해 드리려고 부엌에 서 계신다. 그때가 엄마에게는 이 세상에서 마지막으로 행복했던 시간이었겠지……. 



 엄마가 가시던 날은 일요일이었다. 식구들이 다 모였다. 마치 알고 있었다는 듯이 …….  설마 오늘 엄마가 세상을 떠나실 줄도 모르고 " 엄마 나 왔어 셋 째!" 하면서 몇 번을  소릴 질렀다. 엄마는 어렵게 눈을 뜨시곤 또 혼미해지셨다 그것이 마지막이었다. 하얀 잠옷으로 갈아입으시고 집을 떠나실 때 우리들은 장례식장에서 온 사람들을 붙잡고 목 놓아 울었다. 

 다음날에는 식구들이 엄마에게 수의를 입히는 날이었다. 엄마는 몇 년 전에 한국에 가셨을 때 고운 한복 수의를 지어 왔다.  언니와 나, 동생, 언니 친구 한 명 이렇게 옷을 입히려고 갔는데 너무나 수척해서 가슴이 미어지는 듯 아팠다.  소독을 하고 곱게 화장까지 했지만,  가슴이 저리고 눈물이 앞을 가려서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게 끝내고 돌아왔다. 손자들과 자식들은 마지막 가시는 고인에게 편지를 쓴다. 하늘나라 가는 길이 너무 쓸쓸할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온 마음으로 마지막을 준비 한다.  



 장례식 날은 무척 더웠다. 경찰차의 호의를 받으면서 생전에 누려 보지 못했던 호사를 돌아가시는 길에 받으시고 많은 장미 꽃 과 더불어 늘 끼고 계시던 오팔반지, 또 손 때 묻은 묵주와 함께 엄마는 이세상과 하직인사를 했다. 아름답게 장식했던 장미꽃도 시신과 함께 무덤에 내려지고 엄마의 육신과 같이 거기서 그렇게 시들어갔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마스크 인생 2023.12.18 (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COVID-19) 팬데믹이 2020년 1월 30일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는 3년 4개월 만인 지난 2023년 5월 5일에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하였다. 이제 COVID-19은 독감과 같은 엔데믹(풍토병)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COVID-19은 변이를 일으키며 감염을 일으키고 있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계속 개발, 접종하고 있다.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되었다. 팬데믹 초기에 약국이나...
김현옥
가을의 그림자 2023.12.18 (월)
가을은 차츰 가을다워저 가고 있다세월을 견디어 나가기 위해자연은 버리며 산다가을 바람이 일면남길 것과 버릴 것으로가을 비가 내리면가질 것과 보낼 것으로가을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아름다운 가을의 멋과소중했던 가을의 추억까지도아낌없이 떠나보내며가을의 그림자는 점점 익어 만 가는데난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줄 뻔히 알면서늘 청춘인 줄 착각하고늘 건강한 줄 오해하고늘 당연한 줄 생각하며허전하다며, 부족하다며, 비어 있다며뭔가...
나영표
길을 가는 사람들 2023.12.11 (월)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가는무한의 시간이어라잠시 다녀가는 생명들이오가던 길모퉁이에서 낙엽처럼 모였어라반갑게 즐겁게웃음을 나누고 꿈을 나누고 그 마음 우울할 때는슬픔과 회포를 나누고어느 날그 인연 다 하는 갈림길에 다다르면조용히 손 흔들며추억 한두 개 가슴에 보듬고 가는 길 친구 주고받은 우정에 감사하며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약속하지 못하는 내일의 어느 길목에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며우리에겐 좀 더 가야 할 각자의...
안봉자
아버지의 뒷모습 2023.12.11 (월)
 딸아이를 만나러 시애틀에 갔다. 거의 일 년 만이다. 마중 나온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내 품 안으로 파고든다. 어색하게 끌어안으며 살가운 냄새를 맡는다. 새로 이사한 집을 둘러본다. 이 많은 짐을 혼자 싸고 풀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하다. 홀로 살아도 갖추어야 할 것은 한 가족이 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직도 어린애 같이 느껴지는 딸아이가 또 다른 나라에서 직장 다니며, 잘 적응하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
민정희
벌거숭이 산 2023.12.04 (월)
캐나다 로키에는 세 자매 봉이 다정하게 솟아있습니다. 요정이 살 것 같은 아름다운 산입니다. 세 자매 봉에는 일 년 내내 하얀 눈이 덮여 하늘에 닿을 듯했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세 자매 봉 꼭대기에는 더 이상 눈이 없습니다. 이제 세 자매 봉은 덩그러니 벌거벗은 바위산이 되어버렸습니다.“아이 추워! 언니들!”막내는 포근하던 눈옷이 벗겨지자 추웠습니다. 두꺼운 눈옷을 입고 있을 때는 춥지 않았습니다. 눈 속은 참 따뜻하고...
이정순
솔방울의 추억 2023.12.04 (월)
카톨릭을 국교로 하는 캐나다의 가장 큰 국경일은 당연히 크리스마스이다.다민족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에 따른 다양한 종교가 공존해 크리스마스보다만민의 신과 같은 어머니를 기리는 마더스데이가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국민들이 기리는날이기는 하다.한 해를 마무리하며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국경일이라 크리스마스 트리 등 많은 조명,장식과 선물, 음식, 종교적 문화가 발전되어 온 글로벌 축일이다.솔방울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이은세
자화상 2023.12.04 (월)
1 비춰보면스스로만 늘 추해 보이는모습이 있었다흰 여백으로 가득 찬언덕 위생명과 목숨이라는 두 인간이겹치듯 어른거렸고시작도 끝도 없는 기호들이표면에 기재되었다가물가물 아지랑이로피어나고 있었다 2 허기진 배물 채우듯냄새도 색깔도 없었다스스로에 대한 경고나결심 따위는 팽개치고오로지 자신에게만한없이 너그러워 보이는 그곳늘노릿한 바나나 향이 배어 있어서두통약을 찾다가결국 엉뚱한 소화제를 찾기도...
하태린
숨죽이고 2023.11.27 (월)
비는 내리고까맣게 어두움이 몰려왔을 때에도 나는불을 캐지 않으리창구멍 어디에도 머리카락 한 올을 보이지 않으리숨소리도 죽이고나는 꼭꼭 숨으리 그가 애타게 나를 찾고 찾아도그래도 나는 미동도 않으리 어느 날 그가 말하면몰랐다고 말하리정말 몰랐다고 말하리 당신도 애타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리더 탈 것 없어 하얗게 재가 되게 그냥 두리눈 헐기며 앙탈도 하리 세월의 옷자락이 너풀거릴 때그때에야 말하리한없이...
강숙려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