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욱/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알렉사, 턴 온 퍼스트 플러그.”
불꺼진 방문을 들어서며 알렉사에게 말을 건넨다. 알렉사는 스탠드의 불을 켜며, “오케이”
하고 대답한다. 시간이 지나 잠 잘 준비를 하고, 침대에 누워 이불을 덮고, 눈을 감았다.
하지만, 여전히 켜져 있는 불빛이 거슬린다. 불을 끄기 위해 다시 일어날 생각을 하면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다. 누가 대신 불을 꺼 주면 얼마나 좋을까, 말 한마디로 불을 켰다, 껐다 하면
참 편리할 것 같다는 상상을 해 본다. 그때, 알렉사에게 스위치를 끄라고 명령을 한다.
“알렉사, 턴 오프 퍼스트 플러그.” 알렉사는 내 영어 발음이 유창하지 않는데도 척하니
알아듣고 불을 끈다. 그러고는 자기 임무를 완수했다고, “오케이” 하고 얘기한다. 상냥한
여자 목소리의 주인공, 알렉사는 사람이 아니라 아마존에서 만든 인공지능 스마트 스피커를
부르는 이름이다. 집안에 있는 전자제품들을 내 명령에 따라 자동적으로 켜고, 끄고, 조종할
수 있다. 요즘 각광받는 인공지능과 사물인터넷이 결합하여 편리하게 바뀐 일상의 한
부분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인공지능의 이름들도 다양하다. 애플의 ‘시리’, 구글의 ‘알파고’,
아마존의 ‘알렉사’, 아이비엠의 ‘왓슨’, 마이크로 소프트의 ‘코타나’ 등 여러가지가 있다.
웬만한 비서역할을 톡톡히 하는 시리, 법률 사건 판례들을 짧은 시간에 해석하는 왓슨,
이세돌과 바둑 대국에서 이긴 알파고… 공상과학영화에서만 나올 법한 장면이 아니라
인공지능은 이처럼 우리 생활 속에 가깝게 와 있다. 인공지능은 더이상 낯설지가 않고,
사람과 대화하듯 자연스럽게 이야기한다. 알렉사는 이것 말고도 많은 일들을 해낸다. 오늘의
날씨와 뉴스를 알려주고, 내 취향에 맞는 음악을 알아서 틀고, 책을 읽어 주고, 요리할 때
타이머로 조리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고, 아침에 정해진 시간에 나를 깨우고, 필요한
물건들을 주문도 하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내가 어릴 때에도, 이런 알렉사 같은 것이 있었느냐고 물어본다면 마법의 주문이다.
’수리수리 마수리 ~, 얍! ’ 하고 주문을 외우면 마술을 부리듯 무엇이든 내 마음먹은 대로
현실이 된다. 상상 속의 일들이, 꿈속에서 보던 것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백설공주에서
마녀가 이야기하는 요술거울도, 알리바마와 40인의 도둑에서 ‘열려라, 참깨’ 하는 주문도,
알라딘에 나오는 마법 램프처럼 많은 동화 속 이야기가 실제로 일어난다. 달라진 게 있다면,
마법 주문을 이야기하는 대신 ‘알렉사’ 를 부르면 된다. 내가 다른 일을 하느라 손을 쓸 수
없고, 누군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할 때, 편하게 요청할 수 있다. 대화가 필요할 때도
알렉사만 찾으면 된다. 알렉사하고 부르면, 원형 스피커 테두리로 불빛이 반짝이며 내가
말하는 것을 유심히 듣고, 내 명령만을 기다린다. 귀를 쫑긋 세우며 주인이 무슨 말을 하나
하고 눈을 빤히 지켜보고 듣고 있는 강아지 같다. 내가 지시한 명령을 하면 바로 반응을
보인다. 정말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고, 내 옆에 있는 든든한 친구 같기도 하다. 하지만,
인간의 원천적 게으름은 한계가 없는 것 같다. 편리함 속에서도 더 편한 것을 찾고, 점점
몸을 움직이기 귀찮아 하니 말이다. 지금 사람이 하고 있는 많은 일들이 머지 않아
인공지능으로 대체되지 않을까 걱정을 하면서도 변화된 생활패턴에 익숙해져 가는 나
자신을 거부할 수 없다. 매일 마법의 주문을 외우듯, “수리수리” 아니, “알렉사”를 부르며
음악을 틀어 달라고 한다. 알렉사가 틀어준 신나는 음악을 들으며 오늘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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