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성 이봉희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일제 강점기 꽃다운 어린 나이에
종군 위안부로 끌려간 나이 어린 소녀가 있었네
알 수 없는 감옥에 갇혀 몸은 만신창이
혼자 살아갈 수 없다네
전쟁터 끌려온 언니들과 울고불고
반항하면 할수록 온몸엔 피멍뿐
온종일 고통 속에 신음하며 지내는 나날들
해방되어 몇 달을 걷고 또 걸어 고향산천 왔건만
소녀가 있어야 할 곳은 없었네
끊지 못하는 목숨 부여안고 한고비 한고비
어느새 나이 일흔, 여든을 넘기네
한 맺힌 세상 내 몸뚱이야
잊으려고 애를 쓰던 지난날의 끔찍했던 악몽들
치매라도 걸리면 좋으련만
영혼까지 앗아가 버린 쓰디쓴 고통의 나날
잠결에 가위눌려 섬뜩 놀라 잠을 깬다네
꽃신 한 번 신어 보지 못하고 잃어버린 젊은 시절
이제는 기력조차 없는 식어가는 내 병상에 누가
꽃신이라도 넣어 줄까
눈을 감으면 선녀의 날개옷 입고 꽃신을 신고
새로운 세상에 태어나 웃으며 살고 싶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혜성 이봉희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