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영
그 순간을
하냥 기다렸습니다
온 몸을 불태울
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
가난의 적삼을 벗고
풍요의 외투를 걸치는,
무명의 낯에
화사한 시인의 가면을 쓰는,
뭇사람이 우러르는 하늘만큼 드높고
거룩함에 이르는 순간을 평생 소망했습니다
삶의 철로는 녹녹지 않고
여전히 인생 기차는 덜컥거리기만 합니다
이름없는 간이역에
문득 멈춰설 수도 있겠다고 싶은 순간
녹슨 바퀴가 일으키는
게으른 바람에 작은 풀꽃 흔들립니다
그저 존재만으로
누더기진 인생을 어루만지는 저 미소…
아, 저 순수를 만나러 달려왔나 봅니다
작은 존재의 의미를 만나는 지금이,
바로 그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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