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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오는 날의 피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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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3-06 09:10

정목일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하늘이 잿빛으로 내려와 있다. 버스정류장에 벌써 몇 대의 버스가 서고 지나갔지
만 마을 앞엔 한 사람도 내리지 않는다. 도로 위에 돌개바람이 불어 먼지와 티끌
들을 공중으로 말아 올린다. 겨울의 황량한 바람이 스쳐가고 있다.
'어쩌면 첫눈이 내리려나?’
숙이는 창문에 눈을 대고 바깥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감나무와 대추나무가
심하게 흔들리며 바람 소리를 낸다. 참새 떼들이 몸을 떨며 공중으로 사라진다.
숙이는 교회당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마을 언덕 위에 붉은 벽돌로 지은 교회
당은 언제나 설렘과 흥분을 가져다 준다. 하늘로 솟은 종탑은 십자가와 피뢰침이
햇빛 속에 반짝이고 있어서 눈을 시리게 한다. 새벽을 깨우는 종소리가 낭랑히
울려 퍼질 때나 저녁노을 속으로 번져갈 때는 뽀족탑을 바라보며 귀를 기울이곤
한다. 언덕 위의 교회당은 늘 숙이의 마음을 끌어당기고 있다. 숙이는 할아버지
댁으로 오기 전에는 도시에 살았다. 아버지는 멀리 사우디아라비아라는 나라에
가 계셨다. 용접공으로 사막에 수로를 놓는 일을 하신다고 했다. 아버지가 외국
에 가 계신 일 년 후부터 어머니가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아졌다. 숙이는 혼자서
엄마를 기다리며 밤을 새우곤 했다.

어느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아버지가 귀국하셔서 며칠 동안 식구들이 함께 시간
을 보내게 되었는데도 집안엔 냉기가 감돌았다. 아버지가 다시 사우디아라비아
로 떠나기 전날, 숙이는 시골에 있는 할아버지 댁으로 가 살게 된다는 말을 들었
다.
"싫어 안 갈 테야‥‥‥‥”
숙이는 울음을 터뜨렸다. 부모와 떨어진다는 건 생각해 보지도 않은 일이었다.
아버지가 외국에 가 계시고, 곁에 어머니마저 없다면 견딜 수 없을 것 같았다.
숙이는 방바닥에서 고개를 숙이고 오랫동안 울었다. 다음 날, 아버지의 손에 이
끌려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어머니도 버스를 타고 먼저 떠나려 하고 있었다. 숙
이는 어머니가 떠나면, 다시 보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스쳤다. 버스에 타려는
어머니에게 달려가 '엄마. 왜 나를 두고 가는 거야? ’하고 울먹였다. 어머니도 숙
이를 안고 한참이나 울었다. 아버지가 둘을 떼어 놓으며 '이제 시간이 됐
어‥‥‥’ 라고 했다. 숙이는 버스에서 떨어져 나와 어디론 지 떠나가는 어머니
를 바라보며 울고 있었다. 어머니가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아내고 흐느끼고 있었
다. 버스가 드르렁 엔진 소리를 내며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숙이는 아버지
품에서 벗어나 쏜살같이 버스 앞을 막아서며 '안 돼, 안돼-.' 하고 울부짖었다.
버스가 급히 정차하자, 승객들이 앞으로 쏠리면서 '무슨 일이야'하고 볼멘소리
를 내질렀다. 숙이는 버스의 바퀴 안으로 들어가 누워 버렸다. 버스 바퀴를 붙잡
고 악을 쓰며 울부짖었다.
“가면 안 돼- 가면 안 돼-."
사람들이 새파랗게 놀라 웅성거렸다. 아버지가 달려와 버스 밑에 있는 숙이를 끌
어냈다.
"아버지가 있잖니 ! 정신을 차리거라."
아버지가 숙이를 껴안고 울고 있었다. 숙이가 몸부림치며 우는 동안, 버스는 두
부녀를 남겨 놓고 떠나갔다. 아버지가 외국으로 떠나가신 후부터 할아버지 댁에
서 지내야 했다. 숙이는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마을의 초등학교에 입학했다. 학
교에서 집으로 오면 같이 놀 친구도 없었다. 심심하면 언덕에 있는 교회로 발걸

음을 옮겼다.
화창한 4월의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숙이는 여느 때처럼 교회당에 갔다. 낮 예
배가 끝난 때라 교회당 안은 텅 비어 있었다. 마당에서 혼자 놀다가 가만히 안으
로 가 보았다. 설교단이 있고, 그 아래쪽에 조그만 피아노가 한 대 놓여 있었
다. 숙이는 호기심이 가득 찬 눈으로 피아노 뚜껑을 열었다. 가지런한 치아같
은 하얀 건반이 눈 부셨다. 흰 목련 꽃 잎을 펴 놓은 듯했다. 꽃향기가 날 듯했
다. 숙이는 엄지손가락을 펴서 가만히 눌러 보았다. '도-레-미-' 손끝에서 소리
가 울렸다. 손가락이 간질거리는 듯했다. 숙이는 교회당을 획 둘러보았다. 다행
히 아무도 없었다. 숙이는 안도의 숨을 한번 내쉬고 피아노 건반을 하나씩 눌러
보았다. 피아노에 손을 대본 건 처음이었다. 손끝에서 울리는 소리는 가슴을 타
고 마음을 흥건히 적셔주었다.
"숙이구나?”
뒤에서 남자의 음성이 들려왔다. 숙이는 화들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목사님
이셨다. 숙이의 얼굴이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몰래 피아노를 만지다 들킨 것이
부끄러웠다. 야단맞지나 않을까 가슴이 콩당콩당 뛰었다.
"괜찮아‥‥‥‥ 피아노를 배우고 싶니? 이리 오너라."
목사님은 울 듯한 표정으로 서 있는 숙이를 끌어 피아노 앞의 의자에 앉혔다.
"자 한 번 해 볼까? 손을 이렇게 펴 보아라."
목사님은 숙이의 손가락을 눌러주며,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하며 음
을 불러주었다. "어디 다시 한번 해 보아라."
숙이는 꿈을 꾸는 듯했다. 손가락 끝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울려 퍼지자 하늘로
날아오르는 듯했다. 아버지가 계시는 사우디아라비아로, 어딘지 계실 어머니가
있는 곳에 가 닿을 것 같았다.
"그렇게 좋으니?"
“예, 너무 좋아요."
숙이는 신바람이 나서 목사님을 쳐다보았다.
“나도 너만 한 손녀가 있단다. "

"어디 있나요?"
“응, 다섯 살 적부터 부모와 미국에 살고 있지."
목사님의 눈이 젖어오고 있었다. 숙이는 그날 밤에 집에 돌아와서도 손가락으로
건반을 치는 시늉을 하며 보냈다. 피아노를 치는 생각만 해도 가슴이 뛰고 꿈을
꾸는 듯 황홀해졌다. 숙이는 시간만 나면 교회당에 갔다. 목사님이 피아노 교사
가 되어주었다. 목사님은 서점에서 피아노 교본을 사와 체계적으로 피아노를 가르
쳐주었다. 숙이는 피아노를 칠 때마다 부모 앞에서 자신의 연주 모습을 보여 주
는 광경을 떠올리곤 하였다.
'아버진 어떻게 지내실까? 그리고 어머니는‥‥‥‥ 왜 두 분은 헤어져야 했을까?’
숙이는 알 수 없는 의문과 막막한 그리움과 재회의 그 날을 기다리며 피아노를
치면서 시간을 보냈다. 숙이의 소망은 교회의 피아노 반주자가 되는 일이었다.
피아노를 열심히 배워서 언젠가 교회피아노 반주자가 되어 찬송가를 울리고 싶었
다. 하느님이 듣고, ‘그래, 잘했구나' 하는 칭찬을 듣고 싶었다 자신이 하느님
의 음성을 울려서 외롭고 그리운 이들의 마음을 채워주고 싶었다. 숙이의 피아
노 연주 솜씨는 날로 늘어갔다. 목사님 과도 어느 새 친손녀처럼 다정해졌다.
"목사님, 첫눈이 언제쯤 내릴까요?"
“지금 여름인데, 첫눈이 내리려면 몇 달이 있어야 할 텐데·...”
“빨리 첫눈이 왔으면!"
“그럴 이유라도 있니?"
“비밀이에요! 그때 말씀드릴 게요."
"그래, 좋은 일인 모양이구나."
숙이는 피아노 연습에 열중했다. 꿈 속에도 악보를 따라 피아노를 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 편지도 썼다. 교회에서 목사님에 피아노를 배우고 있는 일, 앞으로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꿈을 편지에 적었다. 아버지로부터 편지가 당
도하였다.

사랑하는 딸 숙이,
부모와 떨어져 숙이가 외롭게 지내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잠을 이루지 못한다.

네가 피아노를 배우고 있다니 하나님의 축복인 듯싶구나. 목사님께서 큰 은혜
를 베풀어 주시는구나, 아빠도 숙이에게 선물을 준비하고 있단다. 피아노 연습
을 잘 해 두어라. 첫눈이 내리는 날, 너에게 피아노를 사 줄 수 있도록 하겠다.
열심히 공부하고 건강하게 잘 지내라. 아빠로부터.

숙이는 아빠의 편지를 읽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세상이 온통 자신의 것이 되어버린 듯 황홀했다.
피아노를 배우고, 아빠에게서 피아노 선물을 받을 수 있다니!
분명 하느님의 도움이 아닐 수 없다.
숙이는 편지를 가슴에 댄 채 꿇어 앉아 감사의 기도를 드렸
다. 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얼굴을 타고 내렸다.
"목사님, 아빠한테서 편지가 왔어요."
"오, 정말 반가운 소식이구나!"
"그럼요, 기쁜 소식도 있죠."
숙이는 목사님에게 자랑을 늘어놓았다. 이제껏 한 번도 자랑거리
가 없었던 외롭고 초라한 소녀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고 싶었다.
아버지의 편지를 자랑스럽게 목사님에게 보여주었다.
"오, 이런! 너무나 좋은 소식이구나! 이제 피아노를 갖게 되었구
나!"
목사님도 감격하시며 숙이를 안아 주셨다. 숙이는 가을이 오자 크
리스마스 캐롤을 치고 있었다. 눈이 내리는 광경을 연상하면 숙
이는 너무 행복해 가슴이 떨려왔다. 온통 눈으로 덮인 들판으로
스키를 타고 달려가면, 아버지가 환한 얼굴로 팔을 벌리며 맞이
해 주었다. 하늘에 서 경쾌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울려 퍼지고 있
었다.
"첫눈이 어서 와야 할 텐데‥‥‥”
목사님이 미소 짓고 계셨다.

“매일 기도하고 있어요."
"네 마음은 안다만, 다 때가 되어야 하지 않겠니?”

드디어 기다리던 겨울이 다가왔다. 첫눈만을 기다리던 숙이에게
겨울은 환희의 계절이었다. 첫눈 내리는 날에 아버지가 선물한
피아노를 연주하는 꿈에 젖어 있는 숙이에게 뜻하지 않은 소식이
전해졌다. 어느 날, 아버지 회사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고 할아버
지는 그만 졸도하고 말았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귀국을 준비하
며 일하던 중에 사고가 일어나 사망하게 되었다는 슬픈 소식이었
다. 청천벽력과 같은 이 소식은 시골 마을 전체에 슬픔을 안겨 주
었다. 숙이의 할아버지도 통곡하며 자리에 누워 멍한 시선으로
가슴을 치고 있었다. 집안 친척들이 모여 시신이 도착하는 대로
행해야 할 장례 절차를 의논하였다. 시신이 오는 대로 교회당에
서 간단한 영결식을 하고 공동묘지로 옮기기로 했다. 숙이는 갑
자기 세상이 엉뚱하게 변해버린 것을 느꼈다. 첫눈과 피아노와
아버지와 행복은 산산조각이 나 사라지고 말았다. 첫눈이 내린
들 이제 아무 상관이 없어졌다. 그토록 기다리던 것들은 환상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숙이는 피아노를 칠 겨를도 없었지만 다시
는 피아노를 치지 못할 것 같았다. 숙이는 침울과 슬픔의 밑바닥
에 가라앉아 숨을 죽이고 있었다. 어디든 자신이 나설 공간이 없
었다. 숨이 막혔지만 아무 데라도 갈 곳이 없었다. 언덕 위의 교
회당에도 가고 싶지 않았다.
이 세상에 아무도 자신의 소원을 들어줄 이가 없다는 사실, 비극
과 슬픈 일만 벌어지는 운명에 할 말을 잊고 있었다. 기도와 찬송
과 꿈도 아무 소용없다는 것을 느꼈다. 숙이는 이제 마지막으로
교회당에 갈 일이 남았다는 걸 안다. 어제 아침 무렵, 아버지의
시신이 도착하였고, 오늘 교회당에서 친척과 교회 신자들이 모
인 가운데 간단한 영결 예배를 본 뒤에 공동묘지로 향한다는 것

을‥‥‥ 아버지의 장례는 숙이가 꿈꿔 오던 모든 것들을 묻어 버
리는 일이기도 하다. 숙이는 '강해져야 한다'고 스스로 다짐한다.
아버지의 영결식에 딸로서 참석하는 일이다. 사람들이 보는 중
에 슬픔을 견뎌내야 한다.
"숙이야, 교회당에 갈 시간이구나, 이 가여운 것!"
할아버지는 손녀를 가슴에 안고 뜨거운 눈물을 쏟는다.
"전생에 이 할아버지가 죄가 많았는가 보다!"
숙이는 할아버지 손에 이끌려 교회당으로 간다. 교회당엔 친척과
마을 사람, 신도들이 거의 다 모여 있었다 40여 명이나 될 듯했
다. 숙이와 할아버지는 제일 앞자리에 가 앉는다. 영결식이 시작
되었다. 목사님의 음성은 오늘따라 유난히 떨리는 듯하다. 시간
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르게 지나고 있다. 한동안 정적이 흐르
는가 싶더니 목사님의 목소리가 한결 높아지면서 떨려 나온다.
"오늘 이 자리에서 여러분에게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망자(죽은
사람)는 사우디아라비아 일터에서 숨을 거두기까지 자나깨나 사
랑하는 딸을 생각했습니다. 여기 있는 숙이지요. 숙이 가 피아노
를 배운다고 편지에 썼습니다. 아버지는 딸에게 약속했습니다.
첫눈이 내리는 날, 피아노를 선물하겠다고 했습니다. 자, 여러
분! 바깥을 보세요! 첫눈이 내리고 있어요. 첫눈입니다. "
사람들은 일제히 바깥을 바라본다. 어느 새 흰 눈이 내리고 있다.
펑펑 첫눈이 내리고 있다.
"여러분, 숙이 아버지는 다시 딸을 만나지 못하고 눈을 감았지
만, 첫눈이 내리면 피아노를 선물하겠다는 약속만은 지켰답니다
여기 보세요. 새 피아노가 배달돼 있습니다. 아버지가 딸에게 보
낸 것입니다. "
"오, 정말이군! 이럴 수가!”
사람들은 첫눈과 피아노를 보고 입을 벌리며 경탄한다.

"오늘 장송곡은 첫눈 내리는 날에 아버지의 선물을 받은 딸 숙이
가 연주하도록 하겠어요."
목사님의 말에 숙이는 자리에 일어섰지만 영문을 알 수 없다. 바
깥엔 기다리던 눈이 펑펑 쏟아지고, 정말 눈앞에 큰 피아노 한 대
가 놓여 있다. 도대체 어찌 된 일인가. 숙이는 정신을 차릴 수 없
다.
"숙이야, 어서 나오너라."
목사님의 손을 잡고 간신히 피아노 앞으로 간다. 눈물이 범벅이
돼 앞을 볼 수 없다. 목사 님은 손수건을 꺼내 눈물을 닦아준다.
교회당은 돌연 정숙에 빠져든다. 숨소리도 들리지 않는다. 눈이
내리는 소리가 사르락 사르락 들릴 뿐이다. 숙이가 피아노 앞에
앉아 숨을 고른 다. 사람들의 시선이 일제히 숙이의 표정과 손가
락에 머물고 있다. 한가하고 궁색한 마을에 함박눈이 내리고 있
다.
"열린 천국 문 내가 들어가
세상 짐을 내려놓고‥‥‥
요단강 건너 가 만나리 -."
장송곡이 끝난다. 숙이의 뜨거운 눈물이 하얀 건반 위에 떨어지
고 있다.
"아버지 ‥‥‥‥”
숙이는 피아노 건반 위에 쓰러지고 만다. 목사님과 할아버지가
달려가 숙이를 안아 일으킨다. 할아버지가 목사님을 향해 말한
다.
"목사님. 정말 감사해요!"
바깥에는 첫눈이 내리고 교회당에 새 피아노 한 대가 놓여 있다.
교회당의 모든 사람들은 피아노 곁의 숙이와 목사님과 할아버지
를 에워싸고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첫눈이 펑펑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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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철현
어느 날 오후 2019.02.25 (월)
캐나다에 온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다. 한국에서 산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년 수를 보냈으니가히 해외교포라 할 수 있다. 이 곳 생활은 서로 분주해서 주중에는 저녁이 되어야 식구가같이 지낸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뻐하였었는지.늘 휴일이나 주말이 되기를 고대했었다. 이런 생활은 아들이 장가가고 은퇴하기까지계속되었다.은퇴하고 나니 우리 둘만 남고, 하루하루가 휴일이니 7일 24시간 함께 지낸다....
김의원
강물의 흐름 2019.02.25 (월)
흐르는 강물을 울음 참는유리구슬이라고 부르면 안될까폭우가 스친 자리속내 울음 깊이 묻어 놓고 흐르면유리구슬은 뜨겁게찌르듯 반짝인다저 빛은 깊게 슬퍼해도자기란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눈을 찌를 만큼아픔이 있어도 햇살을 물리치는가강가에 유리구슬 빛만 찬란하게 비춘다세월이 지난 자리칠월 폭우로 쏠려서 잃었던 형제들남겨 두었던 이야기로울음 참는 유리구슬로 쪼르르 흐른다
강애나
캐나다 이민을 선택해서 도착한 이후, 열 여덟 해 동안을 한 교회의 성가대 테너 파트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오케스트라와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서로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함께받는다는 것은 피천득 선생이 그의 수필 ‘플루트 플레이어’에서얘기한 것처럼 오히려 마음 든든한 일이 되는 것이다....
민완기
사랑은 블랙 2019.02.12 (화)
내가 사주는 그의 옷은언제나 검정 단색이다그의 기쁨과 외로움 용기와 절망이 내 눈에 부딪혀 아롱진 무늬가 되므로그가 끓여주는 커피는언제나 블랙이다함께 있어도 목말라하는내 끝없는 그리움그가 덜어내어 함께 녹일 줄을 알기에사랑은 그의 옷을 고르거나그가 끓인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단순한 일이나지나온 설레임의 날들과함께 그리는 미래가오늘 속에 풀어져깊고 그윽한 빛과 무늬 되는것이제 알 것 같다한 오십년 사귀고...
오정 이 봉란
내 마음 줄까요? 2019.02.12 (화)
나는 아마도 짜증이 몹시도 났나 보다. 육아에 지쳐서, 타지 생활이 버거워서 나도 모르게 날이 선상태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별거 아닌, 아주 작은 일에 바르르 화가 나서 목청을높였다.“조용히 해!”아들 둘이 함께 욕조에 들어가 까르르 대며 노는 모습이 정겨워야 하는데,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리고,답답하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가슴속에서 자꾸 고요한 평화 따위를 바라는, 설명할수 없는, 불 같은 마음이...
윤의정
내게 시 란 2019.02.12 (화)
시가 내게 오는 순간은 말이 불가능할 때다잠자리 둥근 돋보기가 답답해서 안쓰러워질 때가 시다그 두껍고 우스꽝스러운 크기 때문에 내 눈가가 젖어 드는 것도하고 싶은 말이 공중에 떠돌다 가슴에 박히는 것도 내겐 시다목련 나무가 잎사귀를 떨어뜨리지 못한 바보스러움이 시다모두가 잠든 밤 적막을 감싸 안고 한 몸이 되는 것이 시다차가운 비에 추적추적 나뭇잎 적시는 소리가 시며고요 속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사진 속 얼굴들이 시다‘겨우...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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