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조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그날
해가 지는 산 위에 바위를 딛고 선 그림자, 나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
죽음으로 잇닿아 소리 내어 우는 풀벌레, 새소리--움직이지 않는 소나무처럼
넋을 잃어 회한과 절망이 교차하는 눈망울엔 이슬처럼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
갈 곳이 없는 나, 멋진 휘파람이라도 불었으면 후련할 가슴에서, 가슴에선
이미 소리를 잃었다
어머니가 있는 고향
아 폐허가 된 고향
아니면 고독의 편력(遍歷)에 점(點) 찍힌 비극
오, 나는 저 만치 이끼 푸른 옷을 입고 도사려 앉은 바위를 바라보며 어쩌지
못해 돌아갈 수 없는 옛날을 우는 것이다
푸른 하늘도 없는데, 푸른 하늘도 없이 낙일(落日)은 오는데 배워온
별을 헤는 법도 잃어버려
별 하나에 웃고
별 둘에 웃던 시절이 가고 파도처럼 울음을 배워, 이 밤 먼 바다 위에
망각의 꽃을 피우리라
움직이지 않는 바위, 움직이지 않는 소나무, 어둠만 남기고 넘어간 태양을,
태양을 나는 어머니라고 부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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