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철현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잿빛 하늘
먹구름으로 고인 체
흐르지 못했던 시간들
마침내
헝클어진 머리채 풀어헤치며
철지난 소나기로 오열한다
아무도 없는 겨울바다
이간질하는 칼바람에 휘말려 칼춤을 추는
날 선 비수들
허연 거품 물고 파도로 침몰한다
만신창이 온몸으로
그러나 바다는
아우성하는 아픔들을 말없이 품어 담는
어미의 가슴이다
열 길 물속,
자궁 속 같은 그 적막의 한 가운데서
가시를 면류관으로 잉태하는
눈멀고 귀먹은 모성
아무도 없는 겨울바다
나는 잠잠이 눈을 감는다
가시면류관이다
피 묻은 면류관이 된 서러웠던 가시를 본다
그리고 감사한다
"내 잔이 넘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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