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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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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9-02-25 09:32

김의원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캐나다에 온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다. 한국에서 산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년 수를 보냈으니
가히 해외교포라 할 수 있다. 이 곳 생활은 서로 분주해서 주중에는 저녁이 되어야 식구가
같이 지낸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뻐하였었는지.
늘 휴일이나 주말이 되기를 고대했었다. 이런 생활은 아들이 장가가고 은퇴하기까지
계속되었다.
은퇴하고 나니 우리 둘만 남고, 하루하루가 휴일이니 7일 24시간 함께 지낸다.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다른 이국 땅에서 사니 사회생활에서 사교의 범위가 제한되어 있다.
일가친척은 물론 친하게 지내는 친구도 몇 안 된다. 새로운 사람들과 사귀어야 하는데 우선
언어 장벽 때문에 본토인들과 의사소통이 원활치 못하다. 직장생활을 30여 년 간 했는데
친절한 사람들을 만나지만 개인적으로 가족이 오가며 사귄 사람은 거의 없다. 언어의
중요성을 절실하게 느낀다. 문화는 오래 살아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되고 배우게 되는데
언어는 만만치가 않다. 언어 소통이 잘 되면 문화 습득도 빠르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영어권에서 반세기 살았지만, 말을 완전하게 알아듣는 게 나는 쉽지가 않다. 아직도 새,
나무, 물고기, 꽃등의 이름을 모르는 것이 수두룩하다. 허기는 한국 이름을 다 아는 것도
아니지만. 직장에서는 전문 분야에 대하여 이야기할 때는 어느 정도 문제가 없었다.
커피타임에 동료들이 같이 앉아 자유롭게 농담하며 사회 문제들에 대하여 왁자지껄하며
대화할 때가 문제였다. 완전히 알아듣기가 쉽지 않아서 동료들은 웃는데 나는 왜 웃는지
이해가 안 될 때가 가끔 있었다. 특히 인기 있는 TV프로 “시트콤”을 보게 되면 동료들은
까르르 하고 웃는데 왜 웃는지 모를 때가 많았다.

세상의 언어가 다르고 인종이 다른 것에 대하여 성경에서는 처음에는 “온 땅의 언어가
하나요 말이 하나였더라. (창세기 11:1)”라고 했다. 인류가 성읍과 탑을 건설하여 그 탑
꼭대기를 하늘에 닿게 하여 자신들의 이름을 내고자 하는 것을 하나님께서 보시고 “……. 한
족속이요 언어도 하나이므로 이같이 시작하였으니 이후로는 그 경영하는 일을 금지할 수
없으리로다. (창세기 11:6)”라고 하시면서 언어를 혼잡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고
그들을 온 지면에 흩으신 고로 성 쌓기를 그쳤다고 했다.
인류는 다섯 가지로 분류되어 있고, 세계 언어의 종류는 6,500개가 넘는다고 한다. 종족은
어떻게 달라졌는지 나는 궁금하다. 언어는 생활 수단으로 수렵할 때 서로 신호를 교환하는
데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언어 중에 나로서는 한국어와 영어를 주로 생활 수단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일본어, 중국어, 독어 정도를 배운 일이 있는데 생활 수단으로 쓰기에는 어림도
없다. 
살다 보면 자연히 문화와 언어의 배경이 같은 한인이 모이는 동문회, 교회 또는 한인회를
찾게 된다. 교회를 다녔던 우리 부부는 교회 중심의 생활이 되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고 떨어져 사니 친구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먼 당신이 되어간다.
교회에서 여러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같은 학교 또는 같은 고향에서 왔다고 하면 참으로
반갑다. 학교 동문회는 그런 면에서 좋은 사교의 모임이 된다. 교회는 배경이 서로 다른
여러 부류의 사람들이 모이니 서로 교제하는 데 때로는 부담스러움이 있는 게 사실이다.
동문회는 매주 만나는 것은 아니지만 같은 학교에서 같은 선생님들에게 배웠다는 동질감
때문에 마음이 편하고 친근감이 간다. 동문회 중에도 고등학교 동문회가 가장 마음이
편하다. 거기에다 동기생이 있으면 더욱 신이 난다. 많은 동문이 밴쿠버 지역에 사는데 그
중에 나와 고등학교, 대학교를 같이 나온 동문이 하나 있다. 당연히 우리는 친한 친구가
되었다.
버나비 (Burnaby)에 있는 Metrotown Shopping Center는 British Columbia에서 규모가
제일 크다고 한다. 광역 밴쿠버 (Greater Vancouver) 중심에 있고 Sky Train 역이
연결되어 있다. 매일 평일에도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오가고 있다. Food Court에는 세계
여러 나라 식당들이 있고 여러 인종을 만날 수 있다. 백인종, 흑인종, 황인종, 그리고 필리핀
사람처럼 약간 검은 인종은 맨눈으로 구별할 수 있다. 사실 인종의 “살아있는 전시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느 날 오후 동기 친구와 우리 부부는 커피를 마시기 위해 푸드코트에 갔다. 사람이 하도
많아서 3명이 같이 앉기가 쉽지가 않았다. 겨우 자리를 확보하고 커피를 마시며 사람 많은
것에 대해 감탄하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갑자기 경보종이 간헐적으로 울리며 공중 경보가
확성기를 통하여 공포되었다. 우리는 깜짝 놀라 무슨 경보인가 알기 위해 귀를 기울였으나
알아듣기가 어려웠다. 두 번, 세 번 공포되는데 여전히 알 수가 없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놀랍게도 그 많은 사람이 꼼짝도 안 하고 무관심하게 앉아있는 것이 아닌가. 혹시나 백인은
움직이지 않나 둘러보는 데 그들도 안 움직였다. 우리 눈에 거의 반 이상이 황인종이고
백인종은 가끔 눈에 띄었다. 아무도 움직이지 않아서 대중을 따라 우리도 계속 이야기를
나누며 공포하는 말이 무엇인지 모르는 것에 대해 실소를 했다. 사실 푸드코트의 확성기
시스템의 품질은 아주 열악해서 한국말로 했어도 못 알아들었으리라 고 스스로 위로도
했지만 어쩐지 기분이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과연 영어권 사람은 알아들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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