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시가 내게 오는 순간은 말이 불가능할 때다
잠자리 둥근 돋보기가 답답해서 안쓰러워질 때가 시다
그 두껍고 우스꽝스러운 크기 때문에 내 눈가가 젖어 드는 것도
하고 싶은 말이 공중에 떠돌다 가슴에 박히는 것도 내겐 시다
목련 나무가 잎사귀를 떨어뜨리지 못한 바보스러움이 시다
모두가 잠든 밤 적막을 감싸 안고 한 몸이 되는 것이 시다
차가운 비에 추적추적 나뭇잎 적시는 소리가 시며
고요 속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사진 속 얼굴들이 시다
‘겨우 존재하는 것들’이란 책 제목이 나에겐 시다
싸구려 풍뎅이 지갑이 동전을 가득 안고 끙끙거리는 것이 시다
내 머릿속에 있고 내 말에 대답 없는 것들이 시다
세상이 뒤뚱거리고 나도 홀로 뒤뚱거리니 온통 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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