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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마의 자장가

섬별 줄리아 헤븐 김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9-01-14 08:40

섬별 줄리아 헤븐 김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수북이 쌓여만 가던 낙엽이 차가운 바람에 흩어지며 천덕꾸러기마냥 길가에 나뒹굴어대던지난 늦가을, 나는 열 하루의 일정으로 중동지역을 다녀왔다.
수학여행이나 졸업여행과 같은 학연의 연결고리가아닌 개인적으로 소속된 타이틀로 백 여명이 함께 움직이는 거대한 단체해외여행은 처음이었다. 그래서, 가까운 지인도 가족도 아닌 친분이 그다지 두텁지 않은 남과 한 방을 사용해야 하는 부담감은 여행 전부터 스트레스로다가왔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와 예의만 지켜준다면 크게 문제되지는 않을 거라고 낙관적인 생각을 했다.
그러나,나의 예측은 여행 첫날밤부터 빗나가기 시작했다.
 
화장실을가면서 머리맡의 스탠드의 불을 밝히니 눈이 부셔 잠을 설치게 되고, 크고 작게 울려대는 코걸이와 자다말고 흐느끼다 고함을 질러대는 잠꼬대는 여행기간 내내 잠을 청하기가 어려웠다. 간밤의 자신의 행동을기억하는 것은 물론이고, 꿈 내용과 내가 괜찮다고 토닥여 주던 상황까지 기억하는 것은 자못 신기했지만, 예상치 못한 크고 작은 변수가 연달아 생기면서 수면을 방해하니 낮에는 생각지 않은 차멀미까지 애를 먹였다.
밤과 낮의 구별 없이 누적되는 피로에 몸은두들겨 맞은 듯이 뻐근하고 푹 꺼진 두 눈은 작은 티끌이라도 들어박힌 듯이 쑤셔대고 불편했다. 게다가신경마저 날카로워져 누군가 농담으로 건네는 말과 행동에도 일촉즉발의 긴장으로 촉각을 세우니 마치 숨겨진 지뢰 밭을 걷고 있는 것 같은 긴장이 나도모르는 새 감돌고 있던 것 같다.
열흘이야……열 밤만 자면 된다……
열 밤에 맞춰진 나의 특이한 시간은 다소늦게 가는 건 아닌가 싶었지만, 나의 마음과 달리 계속 행진하고 있던 또 다른 시간은 기특하게 여행지에서맞는 마지막 밤 속으로 나를 들여 보냈다.
몰려오는 피로에 순조롭게 꿈나라로 이끌려가던그날 밤 사정없이 울려대는 코골이와 나지막한 잠꼬대가 역시 나를 불러 세웠다.
아, 진짜……아쉬운 탄식을 내뱉으며 짜증과 원망으로 뒤범벅된 무거운 눈꺼풀을 힘겹게 들어올리니 시커먼 덩어리가 눈 안에들어온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쏘아보던 어둠에 눈이 조금 익숙해지고 나를휘감아 짓누르던 짜증의 무게가 어느 정도 빠져나가 가벼워질 무렵 전혀 예측하지 못한 것이 스멀거리며 내 안에서 꿈틀대기 시작했다.
 
온종일 온갖 먼지가 들러붙은 더러운 신발을 아무꺼리낌없이 침대와 침대 사이에 걸터앉아 구두 솔을 문질러대던 사람.
화를 내고 항의를 해봐도 전혀 개의치 않아수많은 여행지를 다니며 여행을 즐겨왔던 내가 일정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한 사람.
미움의 감정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그와반대로 연민도 생기는 걸까?
캄캄한 어둠 속의 실루엣이 조금씩 선명해지며어슴푸레 형태가 드러나자 겹겹이 내 몸뚱어리에 둘러지고 걸쳐져 있던 허물을 벗겨내며 거부할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조심스럽게 비집고 들어왔다.
성경에 쓰여진 긍휼이 정확히 어떤 것이라고설명하기는 어렵지만, 가시처럼 돋아있던 날카로운 신경도 조용히 사그라뜨리고, 뭔 조화인지 귓구멍을 강타하며 짜증을 유발하던 소음 또한 리드미컬한 박자의 코골이로 제법 음까지 갖춰진 것처럼들리기 시작했다.
마치 이중주나 삼중주의 합주를 연주하듯다양한 음의 높낮이와 강약까지 갖춰진 코골이는 재미난 소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본인에게 녹음해서 들려줄까?’
컴컴한 어둠 속의 휴대폰을 찾아 손을 뻗어보던그 순간 이 느낌은 언젠가 내가 경험한적이 있는 것처럼 전혀 낯설지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이 상황이 행복했던 추억의 데자뷔가 되어 지금은 내 곁을 떠나 하늘나라에 안주하신 친정어머니를 불현듯 떠오르게했다.
 
팔년 전인 지난 2010년의 늦가을, 뇌출혈로 쓰러지신 친정어머니의병간호를 위해 나는 한국에 머무른 적이 있다.
그 당시 뇌수술과 한방치료를 병행하여 의술의혜택을 받았음에도 차도가 없던 친정어머니는 의사들조차 포기한 상태로 누워 계셨다. 그러나, 온 마음을 다해 뿜어내는 간절한 기도의 힘은 예수님의 놀라운 치유의 기적으로 이어져서 곧 바로 침대 생활을접고, 말하고 걷게 되어 양국의 비자 기한에 따라 엄마와 나는 한국과 캐나다를 번갈아 오가며 함께 지내게되었다.
 
울 엄마와 나와의 동거는 버리는 것부터 시작을 했다.
첫 걸음마를 뗀 아기 같은 엄마의 발걸음에채이거나 동선에 방해가 될 가구와 물건들을 옮기고 정리하다 보니 빼곡히 꽂혀있는 책장 안에는 못다 끼워 넣은 엄청난 양의 사진들이 쏟아져 나왔다. 몇 해 동안 입지 않은 수많은 옷가지와 장롱 안에 얌전히 개켜놓은 한번도 사용하지 않은 고운 이불들이며……
나는 엄마와 나의 추억이 묻어있을지도 모를것들조차 끄집어내어 미련 없이 내다 버렸다.
엄마의 건강이 좋아지는 대로 양국을 오가며살기에는 최소한 단출한 게 좋을 듯싶었기 때문이다.
안방을 차지하고 있던 장롱은 다른 방으로옮기고, 커다란 침대를 들여놓아 나는 엄마와 함께 한 침대에서 자기로 했다.
그 이유는 나의 친정아버님은 한밤중에 용변을보러 일어나시다가 발을 헛디뎌서 가구 모서리에 머리가 부딪히며 왼쪽마비의 중풍으로 7년 반을 병원침대에누워계셨다.
그리고,같은 병명으로 엄마가 쓰러지고 예수님의 기적으로 일어났던 그 해 시월 말에 하늘나라에 가셨다. (한해에 부모님 한 분은 소생하고, 한 분은 하늘의 부름으로 가셨으니 내게 일어난 이 일은 두고두고 회자되어귀한 간증으로 남게 되었다.)
잠귀가 밝은 나로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엄마의 이불을 올리고 내리는 소리까지 감지할 수 있어서 예상치 않은 불상사에 대비할 수 있고, 엄마도 혼자가 아님에 마음이 놓이는지 편히 잘 주무셨다. 그러다보니, 나는 매일 밤 생각지 않게 울 엄마의 코고는 소리를 듣게 되었다.
 
 “드르렁, 드르렁 퓨퓨퓨~우”
흑백TV시절의 코미디언이 흉내를 내던 따발총과 기관총 쏘는 소리까지 내시기도 한다.
“두두두두둗둗……” 누군가 총탄에 맞았는지맞대응 사격에 영락 없는 신음하는 소리까지.
“따따따 따……우 우우~~ 피융 큭” 누군가 꿈 속에서 쓰러지는지 갑자기 소리가 멈춰지면나는 화들짝 놀라 울 엄마의 잠자는 얼굴을 살핀다. 그럴 때면 엄마는 숨을 참았다가 내쉬는 사람처럼내 얼굴을 향해 퓨~우 큰 숨을 뿜어 내셨다.
주무시는 엄마의 얼굴을 몇 번을 재 확인하고들여다보고 나서야 안심이 되어 비로소 무거운 나의 머리를 베개에 떨군다. 그렇게 나의 밤 문화는 울엄마의 코 고는 소리에 맞춰 바뀌어 갔다.
힘겹게 아침을 맞는 나는 간 밤에 겪었던엄마의 전쟁놀이를 볼멘소리로 설명을 한다.
밤새 폭격을 가한 사실은 까마득히 잊고남의 이야기를 듣듯이 호기심이 담긴 눈망울로 내 이야기에 귀를 쫑긋거리는 울 엄마.
“어? 내가?진짜?” 그럴 때마다 되묻고 반문하는 엄마의 모습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같이 순수하고 아름답다는생각을 한다.
아침마다 의도치 않게 나의 전쟁무용담으로시작하던 어느 날,
엄마는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코고는 소리때문에 잠을 계속 놓친다면 다른 방에 엄마가 가서 자면 어떻겠냐는 말씀을 하셨다.
지금까지 나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마냥 입안의고인 침까지 튕겨가며 간밤의 엄마의 전시상황을 전했던 건데 진심으로 딸의 건강이 염려되었던 엄마는 미안함이 근심이 되어 그런 제의를 하셨던 거다.
“엄만 무슨 쓸데없는 소리를 하셩~ 내가 엄마랑따로 잘 거면 엄마를 돌보러 온 사람이 아니자뇽.” 입술을 쭈욱 내밀며 코맹맹이 소리로 한껏 애교를부려 보는데,
“네가 나 때문에 가뜩이나 예민한 앤데 잠을 못 자니까 그렇지.”
뇌출혈의 후유증으로 어눌해진 말투에 걱정이가득 실린 울 엄마의 슬픈 대답을 듣고서야 비로소 나는 정신이 퍼뜩 들었다.
엄마가 쓰러지셨을 때,
“하나님 살려 주세요, 살려 주세요. 울 엄마 살려 주세요…… 저는 엄마에게 갚을 빚이 얼마나 많은데요. 엄마에게 갚을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울 엄마의 한없는 사랑과은혜를 울 엄마 살아생전 다 갚을 수도 없을텐데 하나님, 살려 주세요.제게 기회를 주세요……하나님 울 엄마 살려 주세요.”  눈물 콧물 쏟아가며 하나님께 매달리던 나의 진심 어린 회개와 간절하고 절실한기도로 엄마의 치유를 빌었고, 하나님께서는 내게 엄마에게 빚진 사랑을 되갚으라고 기회를 주셨다.
그리고,기적은 지금 내 앞에 아니 매일 밤 내게 사랑의 자장가를 불러주고 계시는 것임을 그제야 엄마의 근심 어린 나를 향한 따뜻한 사랑에서깨닫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나는 울 엄마의 자장가를 들어본 적이 없다.
두 명의 외손주를 포함 일곱 명의 손주를품에 안았지만 흥얼거리는 자장가를 불러주시는 엄마의 모습은 내 기억 어디에도 없다. 굳이 기억이라는것을 소환해도 내가 어렸을 때라서 기억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눕혀놓고 자장가를 불러주실 엄마의 성격이 아니다.
그런데,이게 어찌된 영문인지 이제사 엄마는 매일 밤 내게 자장가를 불러주고 있는데 그 걸 나는 왜 몰랐을까?
밤마다 들려주는 울 엄마의 코골 이는 사랑의세레나데(이탈리아어로 ‘저녁의 음악’이라는 뜻)요, 매일 밤엄마가 건강하게 잘 살고 있다는 하나님의 사랑의 선물이라는 것을.
귀한 사랑을 깨닫고 나니 매일 밤 전쟁의격전지에선 전우애가 새롭게 꽃처럼 피어났다.
때론 도무지 알 수 없는 말에도 감사와기쁨으로 나는 엄마의 꿈 속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엄마가 나의 대답을 들었던 못 알아들으셨던그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나도 어느새 울 엄마의 자장가 소리에 맞춰달콤한 꿈나라 여행을 즐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어둠 속에 들려오는 뒤척이는 소리에 연신 뺨을 타고 흘러내리던 눈물도 엄마와의 즐거웠던옛 시간도 멈췄다.
스르르 바닥으로 미끄러지듯 떨어지는 그녀가덮고 있던 담요 한 장처럼.
살며시 담요를 주워 들고 그녀에게 다가가니즐거운 꿈을 꾸고 있는지 소리 내어 웃기까지 한다. 그 모습이 지난날 울 엄마에게 느꼈던 것처럼 어린아기같이 귀엽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녀 역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불을 훤히 밝혀야 했고, 내가 객지에서 느낄 외로움을 잠꼬대와 코골이로 곁에 함께 있음을 알려주고 있던것은 아니었을까?
생각이 울 엄마와 오버랩 되자, 요란하게 울리는 그녀의 코골이도 들을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하나님께서는지금 밟고 있는 이 땅에서, 예수님께서 사람의 아들로 살아계시면서 베푸셨던 이루 말할 수 없는 크나큰사랑과 수많은 은혜의 기적이 펼쳐졌던 이 땅에서, 내가 또 하나의 사랑을 깨닫고 품고 가길 원하신다는것을 그 밤, 그 마지막 밤에 깨닫게 해 주셨다. 할렐루야!!
누가복음6장 38절의 귀한 말씀을 되새기며 그날 밤, 내게허락된 밤 시간 동안 나는 모처럼 깊은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하나님께서 내게 주시는 사랑의 세레나데를들으면서……
 
“주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줄 것이니 곧 후히 되어 누르고 흔들어 넘치도록 하여 너희에게 안겨 주리라 너희가 헤아리는 그헤아림으로 너희도 헤아림을 도로 받을 것이니라”
 
2018년 12월의 마지막 밤에 즐거웠던 시간을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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