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흔들리는 바람의 가지 끝에서
셀로판지처럼 팔딱이는 가슴으로 편지를 쓴다
만국기 같은 수만 장의 편지를 쓰던 그 거리에서
다시 편지를 쓴다
그대와 나 골목 어귀에서 돌아서기 아쉬워
손가락 끝 온기가 다 식을 때까지
한 쪽으로 한 쪽으로만 기울던 어깨와 어깨 사이
그림자와 그림자 사이
그림자처럼 길게 구부러지던 길모퉁이에서
뜨겁고 긴 겨울 편지를 쓴다
오늘은 폭설이 내리고 대문 밖에서 누군가 비질하는 소리
그 소리에 묻혀 아득히 멀어지다가 다가오는 소리
그대, 눈雪이 되어 눈발이 되어 나에게 돌아오는 소리
이 겨울 밤 내 창 문풍지 뜨겁게 흔들리는데
나는 그대의 언 땅에 편지를 쓴다
달빛 휘어진 어느 길모퉁이에서 헤어진
꽃잎 같은 사랑으로 꽃잎처럼 사라져간 그대에게
편지를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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