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다.

아청 박혜정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12-14 16:57

아청 박혜정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추수감사절에 시애틀에 사는 큰 딸에게 다녀왔다. 딸이 추수감사절에는 터키를 구워 놓고 초대를 해서 기특한 마음으로 다녀온다. 갈 때마다 드는 생각인데 국경을 접한 미국과는 화폐도 통일하고, 미국 최대명절이라는 추수감사절도 같은 때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딸에게 “캐나다와 맞추어서 10월에 추수감사절을 하면 좋겠다.”그랬더니 “아뇨, 11월이 더 좋아요.” 라고 한다. 이유인 즉 “10월에는 할로윈, 11월에는 추수감사절, 12월에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매월 집안 장식이 바뀌는데, 캐나다처럼 10월이 추수감사절이면 집안 장식이 겹쳐서 안 좋아요. 오늘 추수감사절 만찬을 하고, 내일은 바로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바꿀 거예요.”

다음 날 아침 “사람들이 독일 마을이 좋다는데 가보면 어떨까?” “그럼 트리를 할 나무를 사러 그 동네에 가까운 곳에 들러서 올게요.” 나는 독일 마을이 I-5근처 어디쯤에 있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I-5 고속도로에서 2시간정도를 동쪽으로 가는 곳에 있단다. 이젠 크리스마스트리 장식도 하기가 점점 귀찮아지는데 나무까지 사러 간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물론 내가 하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때 같으면 “나무를 사러 2시간이나 간다고?” 하지만 처음 해 보는 것이고 독일 마을도 가고 하루라도 더 늙어지면 그 또한 더 귀찮아 질 것 같아서 따라 나섰다.

홈디포에 들려 톱을 사고 차위에 나무를 묶을 끈도 구해서 길을 나섰다. 전 날 잠을 설쳤더니 너무 졸려서 깜빡 자고 일어나보니 눈으로 뒤덮인 산길을 꼬불꼬불 지나가고 있었다. 갑자기 겨울왕국에 들어와 있는 것 같았다. 그 곳을 지나 나무를 자르는 허가증을 산 후 숲 속에서 트리하기에 멋진 나무를 찾아다녔다. 그 숲에서는 별로 마땅한 것이 없어서 다시 길 쪽으로 조금 이동을 하다가 마음에 드는 나무를 발견하고 잠시 정차를 했다. 톱이 잘 드는지 그냥 쓱 하고 잘라서 금방 구해왔다. 차위에 나무를 싣고 겨울 왕국을 빠져나와 독일 마을로 향했다.

독일마을이 지도에도 그렇게 나와 있는 줄 알았더니 원래 명칭은 레벤워스(Leaven Worth)였다. 온통 마을이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되어있었다. Christmas Lighting Festival이 유명하다. 또 그 외에도 많은 페스티발이 연중 준비되어있으니 미리 정보를 찾아보고 가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그곳은 시애틀보다 기온이 낮기 때문에 매우 춥고 눈이 많다. 작년에는 눈이 많이 와서 아이들이 썰매도 탔다던데 올해는 별로 눈이 없어서 싣고 간 썰매는 그냥 차에서 자리만 차지하고 다시 가지고 왔다.

지난번에 우리 애가 그곳을 갔었을 때는 주차할 곳도 없고 사람에 밀려 걷기도 힘들었다고 했는데, 이번에는 추수감사절 마지막 날이고 일요일 저녁이라 그런지 그렇게 사람이 많지 않았다. 길이 막힐 때는 4-5시간도 걸린다고 했다. 하여튼 감사하게도 편히 다닐 수 있었다. 딸이 마차를 타자고 했다. 마차도 온통 크리스마스 장식에다 심지어 말까지도 꼬리에 크리스마스 장식을 달았다. 말을 타는 것이 별 거 없을 것 같아서 다른 관광지에서도 타지 않았지만, 이번에도 역시 ‘YES!" 생각보다 추웠지만 마차에서 주는 담요를 덮으니 마술처럼 따뜻했다.

저녁으로 무엇을 먹을까하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그곳에서 유명한 것이 소시지와 맥주라고 했다. 그래서 소시지와 전통 음식을 시켰는데 돈가스가 나왔다. 돈가스는 일본 음식이라고 생각했는데…. 궁금해서 찾아보니 돈가스의 원조가 독일이라는 것에 놀랐다. 포크커틀릿이라고 불리는 것인데 이것은 기름에 튀기지 않고 소량의 기름으로 지져내는데 이것을 일본이 근대화되는 과정에서 점점 일본식으로 변하면서 돈가스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시킨 것 중 다른 것은 입맛에 맞지 않아 먹기가 힘들었지만 다행이도 내가 좋아하는 돈가스가 나와서 그것에 정을 붙여가며 먹었다. 집으로 가려는데 누가 똑똑 차 문을 노크했다. 차위의 나무를 반대 방향으로 실었다고 했다. 그렇게 가면 가지가 다 부러진다고 했다. 생각과는 다르게 나무 위가 차 뒤쪽을 향해야 한다. 알려줘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바람을 잘 받고 와서인지 나뭇가지가 멋지게 되어 장식을 매달기에 적당하게 되었다.

요즘에는 높은 산에 가자고 하면 일단 ‘갈까 말까? 내가 잘 갈 수 있을까?’ 걱정이 된다. 하지만 내일은 오늘보다 하루 더 늙어지니까 오늘 못 올라가면 내일은 더 갈 수 없다는 마음으로 전보다 더 쉽게 결정을 하게 된다. 나이가 들수록 점점 자신 없는 일들이 많아진다. 물론 몸이 따라주지 않아서 일수도 있지만…. 그럴수록 더욱 용기를 내서 오늘이 가장 젊은 날이라는 생각으로 하고 싶었던 일들을 해 보면 좋겠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마스크 인생 2023.12.18 (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COVID-19) 팬데믹이 2020년 1월 30일부터 시작되었다. 세계 보건 기구(WHO)에서는 3년 4개월 만인 지난 2023년 5월 5일에 팬데믹의 종식을 선언하였다. 이제 COVID-19은 독감과 같은 엔데믹(풍토병)이 되었다. 그러나 아직 COVID-19은 변이를 일으키며 감염을 일으키고 있어, 변이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을 계속 개발, 접종하고 있다.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게 되었다. 팬데믹 초기에 약국이나...
김현옥
가을의 그림자 2023.12.18 (월)
가을은 차츰 가을다워저 가고 있다세월을 견디어 나가기 위해자연은 버리며 산다가을 바람이 일면남길 것과 버릴 것으로가을 비가 내리면가질 것과 보낼 것으로가을은 점점 가벼워지고 있다.아름다운 가을의 멋과소중했던 가을의 추억까지도아낌없이 떠나보내며가을의 그림자는 점점 익어 만 가는데난아무것도 갖지 못하는 줄 뻔히 알면서늘 청춘인 줄 착각하고늘 건강한 줄 오해하고늘 당연한 줄 생각하며허전하다며, 부족하다며, 비어 있다며뭔가...
나영표
길을 가는 사람들 2023.12.11 (월)
영원에서 와서 영원으로 가는무한의 시간이어라잠시 다녀가는 생명들이오가던 길모퉁이에서 낙엽처럼 모였어라반갑게 즐겁게웃음을 나누고 꿈을 나누고 그 마음 우울할 때는슬픔과 회포를 나누고어느 날그 인연 다 하는 갈림길에 다다르면조용히 손 흔들며추억 한두 개 가슴에 보듬고 가는 길 친구 주고받은 우정에 감사하며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며약속하지 못하는 내일의 어느 길목에또 다른 만남을 기대하며우리에겐 좀 더 가야 할 각자의...
안봉자
아버지의 뒷모습 2023.12.11 (월)
 딸아이를 만나러 시애틀에 갔다. 거의 일 년 만이다. 마중 나온 아이가 환하게 웃으며 내 품 안으로 파고든다. 어색하게 끌어안으며 살가운 냄새를 맡는다. 새로 이사한 집을 둘러본다. 이 많은 짐을 혼자 싸고 풀었을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찡하다. 홀로 살아도 갖추어야 할 것은 한 가족이 사는 것과 다름이 없다. 아직도 어린애 같이 느껴지는 딸아이가 또 다른 나라에서 직장 다니며, 잘 적응하는 것이 대견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다.  ...
민정희
벌거숭이 산 2023.12.04 (월)
캐나다 로키에는 세 자매 봉이 다정하게 솟아있습니다. 요정이 살 것 같은 아름다운 산입니다. 세 자매 봉에는 일 년 내내 하얀 눈이 덮여 하늘에 닿을 듯했습니다. 하지만,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세 자매 봉 꼭대기에는 더 이상 눈이 없습니다. 이제 세 자매 봉은 덩그러니 벌거벗은 바위산이 되어버렸습니다.“아이 추워! 언니들!”막내는 포근하던 눈옷이 벗겨지자 추웠습니다. 두꺼운 눈옷을 입고 있을 때는 춥지 않았습니다. 눈 속은 참 따뜻하고...
이정순
솔방울의 추억 2023.12.04 (월)
카톨릭을 국교로 하는 캐나다의 가장 큰 국경일은 당연히 크리스마스이다.다민족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종교의 자유에 따른 다양한 종교가 공존해 크리스마스보다만민의 신과 같은 어머니를 기리는 마더스데이가 실질적으로는 더 많은 국민들이 기리는날이기는 하다.한 해를 마무리하며 예수님의 탄생을 기리는 국경일이라 크리스마스 트리 등 많은 조명,장식과 선물, 음식, 종교적 문화가 발전되어 온 글로벌 축일이다.솔방울도 크리스마스 트리와...
이은세
자화상 2023.12.04 (월)
1 비춰보면스스로만 늘 추해 보이는모습이 있었다흰 여백으로 가득 찬언덕 위생명과 목숨이라는 두 인간이겹치듯 어른거렸고시작도 끝도 없는 기호들이표면에 기재되었다가물가물 아지랑이로피어나고 있었다 2 허기진 배물 채우듯냄새도 색깔도 없었다스스로에 대한 경고나결심 따위는 팽개치고오로지 자신에게만한없이 너그러워 보이는 그곳늘노릿한 바나나 향이 배어 있어서두통약을 찾다가결국 엉뚱한 소화제를 찾기도...
하태린
숨죽이고 2023.11.27 (월)
비는 내리고까맣게 어두움이 몰려왔을 때에도 나는불을 캐지 않으리창구멍 어디에도 머리카락 한 올을 보이지 않으리숨소리도 죽이고나는 꼭꼭 숨으리 그가 애타게 나를 찾고 찾아도그래도 나는 미동도 않으리 어느 날 그가 말하면몰랐다고 말하리정말 몰랐다고 말하리 당신도 애타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하리더 탈 것 없어 하얗게 재가 되게 그냥 두리눈 헐기며 앙탈도 하리 세월의 옷자락이 너풀거릴 때그때에야 말하리한없이...
강숙려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