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시극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자목련 핀다고 하지만
핀다는 것은
언제나 가슴 설레는 것만은 아니다
그 꽃잎 떨어졌을 때 그 님은 눈시울 적시겠지
비가 온다고 하지만
온다는 것은
언제나 기쁜 것만은 아니다
다리 밑 낡은 텐트 안에서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
갈바람에 먼 길 떠나는 고엽(枯葉)이라 하지만
선뜩 버리고 떠난다는 것은
늘 가슴 도려내는 것만은 아니다
칼날 북풍에 한겨울 버티고 선, 저 나무들을 보라
동지섣달 하루해가 어둠에 묻힌다고 하지만
묻힌다는 것은
항상 슬픈 것만은 아니다
잠깐 밤 지나면 여명(黎明)의 황홀이 그 님의 정원 가득하리
제야의 종소리 우주에 울려 퍼지고
십 삼월 새 천지 쇠북소리에 깨나기 전
그대와 모든 것에
용서를 빈다, 그리고
사랑 한다
살아 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
*법정스님의 잠언집“ 책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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