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수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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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8-11-29 17:02

서정식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간밤 비 소식이 있다는 일기 예보에 하루를 쉽게 접고 있다. 매년 구순의 홀어머니 위안차 고국땅을 추석 전후로 택하지만, 올해는 추석을 넘긴 10월 중순 서울 땅을 다시 밟았다.

지금 고국 하늘은  유난히 맑고 그와 함께 주위를 감싸는 산야에는 단풍이 붉게 물들고 있다. 길가에 펴쳐진 단풍잎 열기에 시선이 모아진다. 들리는 얘기대로 올가을 서울 날씨는  햇볕이 좋아 가을 단풍이 장관인 셈이다. 모처럼 느껴보는 한밤 중 고요 속에 들려오는 빗줄기. 그간 캐나다에서 느끼고 볼 수 없었던 옛 시절 기억속에서 한동안 잠자고 있었던 감추워진 옛 추억을 느껴보고 싶어진다. 세찬 빗줄기 소리가 지붕에서 춤을 추며 울려퍼지는 그 소리 또한 , 옛적 기억 소리가 틀림이 없다. 현재 , 어머니께서  계시는 집은 그 옛시절 재래식 기와에서 스레트지붕으로 일부 개조되어 꾸며진  집에서 들려오는 지금의 빗소리, 그시절 느꼈던 소리인 듯 귀속으로 깊이 스며드는 것이다.  

비가 오는 한밤 중, 급하게 귀가하는 이웃 발걸음과 함께 스쳐지는 빗소리는 그시절 모습과 들려오는 소리다. 새벽인 듯 싶다. 세찬 빗줄기 탓에 일찍 잠을 깬 듯 ,지져되는 이웃집 개의 우렁찬 짓음 소리가 울려퍼지고 이른 새벽부터 하루를 시작하는 청소차 소음에  그도 연실 지져되고 있는 이른 새벽이다. 모두가 그 시절 익숙했었던 소리와 모습이고 , 이들 모두를 다시 한번 추억으로 마음에 세기고 있는 것이다.  
 
 밤세 느꼈던 빗줄기는 새벽에도 계속되고 있었지만 아침이 밝아오면서 다소 빗줄기가 약해졌음을 알고 나는 또 하나의 추억이 어린 동네 약수터를 찾으려 할때, 바로 어머니께서 옛날 얘기를 들려주신다. 그전과 달리 요즘 약수물량이 줄었다 하시며 그리 권하는것이 아니시다. 사뭇다른 약수터 길목에 혹시나 하시는 걱정에 한마디 하시는 모습을 보며 나는 문을 열고 우산을 펼쳤다. 길목에는 자연의 멋을 최대한 살렸고, 길목 군데 군데 표시판 내용에 동네 역사를 곁들여 읽을수 있게 만들어진 지금 모습은 매우 멋져보였다. 
 
마음속으로 조용히 어머니에게 묻고싶어진다. 언제까지 이곳에 발길을 하셨는지, 조금은 죄송한 마음으로 그져 어머니 모습만을그려볼 뿐이다.  현재 구순 어머니 체력에 얕으막한 지금의 멋진 이 길목은 그져 눈으로 그려볼뿐, 외면당하는  어느 한길목으로 생각하고 계시는 것이다.  한손에 들리어진  주머니속에  몇병의 빈생수통이 담겨져 함께하면서 어머니의  말씀이 기억이난다. 간밤, 비가 왔기에 돌길을 피하고, 절대 바위 부분을 딛지 말라고 하시며 자식 걸음걸이를 염려하시는 당부에 말씀이다.
 
동네 언저리 길, 저길을 찾아 걸으면서 느껴본다. 새삼 세월을 손가락으로 세워보니 그간 지난 세월이 약 60년이 지났지만, 동네 큰 길 모습은 변함이 없다. 이 동네는 어머니의 고향이기에  나는 중학교 시절부터 발길을 옮겼던 곳이고, 그 시절 서울에서 가장 가까운 시골마을이기에  여름 방학의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이다. 현재 이곳의 위치는 유명호텔 (Walker - Hill) 근처 한강을 내려다 볼 수 있는 아주 멋진 곳이다.
 
간밤에 세찬 빗줄기에 떨어진 듯한 낙엽이 아스팔트 위  빗속에 잠겨있는 그들과, 단풍나무에 그져 의지하며 메달려 이리 저리 흔들리는 또 다른 그들의 모습은 정다운 단풍길 풍경이다. 약수터 표시판과 길목 표시판이  눈에 들어오면서  도착한 그곳의 모습은 큰 변화가 없다. 내방객에 알려진 약수터가 아닌, 동네 뒷산에 조용히 자리잡은 지금의 옛모습과  관할지에서 공지한 내용 물성분  분석표에는 청색으로 적혀진  "적합" 이라는 문구가 눈길에  들어온다. 어머니가 들려주신대로 가느다란 물줄기가 전부인듯 곁에는 받아 먹을 수 있게 놓여진 프라스틱 그릇 뿐 변함 없는 초라한 모습만이 나를 반기는 것이다.

한편 , 요즈음 대다수 가정이 정수기에 의존하여 식수를 해결하는 환경에서 지금 약수터는 별 의미가 없기에 지금의 모습이 아닌듯도 싶다. 느끼보는 이 물맛은 시원함과   옛맛이 함께가슴에 스며들면서 물 몇병을 담아 오랜 추억을  다시 세겨보며 간밤 빗줄기로 적셔진 길목으로 발길을 되돌리는 하루가  자주 이어질 것을 마음으로 약속하며 고맙다는 미소로 다음을 기약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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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활 타오르던 아궁이 불길처럼 사랑이 타오르던 청춘에도 그림 속 불길처럼 차갑게 느껴지는 사랑이 식어버린 중년에도 그리움조차 메마른 모래사막처럼 말라 버린 날에도 새싹이 움트는 봄처럼 웃음꽃 피우는 아이보고 사랑은 몇 백 년 만에 피어 오른 화산처럼 꿈틀댄다어쩌면 다시 돌아 오지 않을 봄날처럼긴 겨울이 된다고 해도여름날 햇살처럼부서지는 사랑 거품이목욕탕 속에서 꿈처럼...
전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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