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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간이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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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8-11-16 17:17

이종구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2년전 가을, 밴쿠버 시온합창단의 서울 공연이 있었다. 나는 공연에서 찬양을 5일동안 마치고 나만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에 친척, 친구들을 만나느라고 코에 땀이 다 났다.

어느날 하루 작은 어머님 집에 갔었다. 작은 어머님은 올해 90세가 넘으셨으나, 다리만 불편할 뿐 정신은 거의 또렷한 편이셨다. 내 사촌들과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죽으면 내 장례에 따라올 사람이 많아서 좋으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곳의 있는 사람들 중 나이가 내가 다음으로 많다. 다음차례는 내가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작은 어머니와 나와의 나이 차는 있지만…. 나는 작은 어머님의 말씀에 저승사자가 힐끔거리는 것을 느꼈다. 묘한 느낌이었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는 않지만, 늘 주님이 부르시면 쫒아가리라는 마음을 지니고 산다. 5년전 간이식한 이후로 나의 삶은 보너스로 생각하며 감사하며 산다.
 
 예전에 어떤 불교에 관한 글에서 읽은 적이 있다. 인간의 태어남이, 마치 뱀이 개구리의 넙적다리를 물고 계속 삼키고 있는 것이라고 비유하였다. 또한 집에 불이나 계속 타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모든 것이 시간문제이리라. 언젠가는 다 먹히고, 언젠가는 다 타버릴 집이라고 한다면 그리 욕심내고 아웅다웅 사는 것이 부질 없으리라. 그래도 인생 말년까지 충실히 만족하고 운영하여 살 의무와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5년전 간이식 수술로 나는 내집을 거의 다 태우고 지금은 남은 기둥으로 건강한 노후를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중국의 문필가 임어당의 말처럼 “세상 구경 한번 잘했다”라고 말하지는 못해도, 그래도 열심히 살았다라고 말할 수 있어야하지 않을까. 내인생 종착역-불에 다 타버린 내집-에 다다르기 전에 병없이 조용히 살도록 간이역에 서서 조용히 생각해 본다. 아울러 내세에 내가 살 집을 그리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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