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최종수정 : 2018-10-22 16:42

이영춘/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산 능선에 올라 앉아
산 아래 바닥을 생각한다
바닥은 하늘이 된다는 것을
오르지 못한 것들의 바닥은 뿌리가 되고
뿌리들은 땅의 기운이 된다는 것을
오늘 하늘 능선에 올라 와서야 비로소 알았다
어느 날 태백산에 올라와서야 알았다
환웅은 바닥을 행해 내려온 하늘의 아들이라는 것을
웅녀는 하늘을 받아 안은 땅의 딸이라는 것을
하늘과 땅 두 손뼉 마주쳐 불꽃 튀는 사랑으로
탄생된 제국,
제국은 곧 바닥의 뿌리들이 모여 사는 곳
바람의 숨결들이 모여 사는 곳
나는 오늘 그 바닥의 맨 밑바닥에서
하늘의 뿌리를 보았다


한인 사회의 중요한 소식을 캐나다 서부 독자에게 전달합니다.
제보 이메일: news@vanchosun.com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 투고안내
밴쿠버 조선일보에 투고는 편집부 이메일(news@vanchosun.com)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투고 시에는 본인 사진과 간단한 소개, 연락처를 첨부해 주십시오.
꽃다발 2019.03.18 (월)
                                 꽃다발을 받아 든 사람의 얼굴이 화안 하게 빛난다. 꽃 하나하나가 촛불인 듯 한아름 안아 든 얼굴을 밝혀준다. 꽃다발은 사람의 밝은 마음과 가장 닮은 유형의 물건인 것 같다. 부드러운 꽃잎을 만지며 배려의 마음을 느끼고, 화려하고 다양한 색들을 보며 행복의 기운을 느낀다. 축하하는 마음과 응원의 메시지를 이보다 사랑스럽게 전할 수 있을까. 꽃의...
김선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불확정성의 원리 2019.03.18 (월)
                            세상 모든 지혜를 몰아     갈 데까지 가서     알아낸 진리는     쌍을 이루는 물질의 움직임은     예측 가능하지 않은 것이란다     아하! 그런 것이었구나     네가 나를 모르는 것     내가 너를 모르던 때     첫눈에 반해 서로 사랑한 것이     예측 가능하지 않은   ...
조규남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뮌헨의 그녀들 2019.03.15 (금)
유방검진 서비스 안내장이 왔다.유방 조영술은 처음 검사 받을 때보다는 불편함이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망설여지는검진이다. 차가운 기계와 낯선 손이 맨 살에 닿는 꺼림칙함이 싫고 X-선 노출에 대한두려움에 늘 마음이 편치 않다. 한편 가슴살을 짓누르고 쥐어짜는 일을 여러 번 겪다보니 가슴이 점점 작아지는 것 같기도 하여, 유방 조영술은 나이 들며 주름이생기고 쪼그라든 젖가슴을 변명하는 좋은 핑계거리다. 주저하며 미루던 검진 날짜와시간...
강은소
딸 사랑 2019.03.15 (금)
아니 벌써한 달이 다 갔네연말을 가족과 함께 보내려한 달 일정으로 왔는데또 한 달이 후다닥 지나갔네애써 붙잡아 한 달을 연기했는데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꿀꺽 삼키고봄은 왔어도 눈 때문에 겨울이고올 때는 행복으로 갈 때는 아픔으로사랑을 가슴에 두고 또 사랑은 떠나고늘 안타깝고, 그립고, 애잔하고나보다 너보다 가족이란 인연으로인생을 함께 나누며 살아가는운명같은 공동체 사랑하는 우리 가족
나영표
나의 앞집에는 노인 여자분이 한 분 사신다. 그분은 그 집의 주인이 아니다. 하지만 몇 년째 그 집에 산다. 그녀에게는 딸이 하나 있다. 그 딸 역시 그녀와 함께 산다. 두 모녀는 앞집의 세입자가 아니다. 정부 지원을 받아 남의 집을 같이 사용하며 산다. 가정 공유(Home Sharing)라는 제도를 통해 정부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남의 집에 사는 것이다. 그녀의 딸은 남의 도움이 없이는 거동할 수 없는 분이다. 그녀의 딸은 좀처럼 밖에 나오지 않는다.그래서,...
송무석
봄은 2019.03.15 (금)
이 동네 저 동네 꽃 잔치굽은 풀잎 허리 펴고개울물은 좋아라 웅얼웅얼먹구름은 하얀 명주 날개 살랑봄 , 봄, 봄신나는 봄이란다딸, 아들, 강아지까지도 싱숭생숭가정에 봄바람 불어저녁 식탁 등이 늦게 켜지고설거지하던 고무장갑창밖 꽃가지 따라 출렁흔들리는 봄이란다진달래 꽃잎처럼 차려입고머언 너에게 달려가고 싶은
임현숙
하늘이 잿빛으로 내려와 있다. 버스정류장에 벌써 몇 대의 버스가 서고 지나갔지만 마을 앞엔 한 사람도 내리지 않는다. 도로 위에 돌개바람이 불어 먼지와 티끌들을 공중으로 말아 올린다. 겨울의 황량한 바람이 스쳐가고 있다.'어쩌면 첫눈이 내리려나?’숙이는 창문에 눈을 대고 바깥 풍경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감나무와 대추나무가심하게 흔들리며 바람 소리를 낸다. 참새 떼들이 몸을 떨며 공중으로 사라진다.숙이는 교회당에 가기 위해...
정목일
배가 두 번 연거푸 급충돌하는 순간 여인의 상·하체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뒤틀리며 사춘기 무렵 틀어진 골반이 바로잡혔다. 여인은 욕지도 주민 숙원이었던 공중목욕탕 사업을 해결한 통영 시장이 된 듯한 기분이었다. 그러나 자기 의지 없이 죽음의 바다에 내던져진 사람들에게 마음이 쏠려 오래가지 않았다. 서서히 생명들이 죽어가는 바다에는 사람들의 아우성이 사라지고 폐허와 같은 정적만이 떠돌았다. 무관심이라는 죽음의 정적도 이보다...
박병호
삼 겹줄 인생 2019.02.27 (수)
50여 년이 스쳐 간 아득한 옛이야기다. 1960년대 초엽 내가 섬기던 군인교회는 군악대와 헌병대와 함께 영외에 자리하고 있었다. 음악을 좋아하던 나로서는 군악대의 친구들과 자주 어울리게 되었고, 또래 중에는 서울대 작곡과 3학년에 재학 중인 김 병장을 비롯하여 나름대로 학교에서 중창단으로 활동하던 친구들이 여러 명 있었다. 하루는 외출에서 돌아온 이 병장이 소식 하나를 들고 왔다. 의정부 시민단체에서 주최하는 노래자랑에 대한...
권순욱
꽃샘 추위 2019.02.27 (수)
겨우내 막혔던 그리움의봇물은 터져뻗어 올린 실가지마다 전신이 온통열꽃 발진으로 불덩어린데느닷없는 음지의 반란인가매화꽃 앙가슴 뒤흔들어 놓는이 혹독한 꽃샘추위는 기진한 춘궁의 영혼들몸살 져 눕고현기증 끝의 각혈처럼울컥 목까지 치받쳐 오르는나의 바닥 모를 이 몹쓸 그리움을봄아, 많이 아픈 봄아, 어이 할거나어이 할거나Spring Cold-Snap                            Bong-Ja...
안봉자
책장 앞에서 2019.02.27 (수)
도킨스와 하라리, 베르베르와 이정모가 사이 좋게 어깨를 밀착하고 있다. 사이 좋게? 인지는 사실모르겠다. 시비를 걸거나 영역다툼을 하지 않고 시종 점잖게 어우러져 있으니 나쁜 사이는 아닌 것같달 뿐.  책들은 과묵하다. 포개 있어도 붙어 서 있어도 일생 서로 말을 걸지 않는다. 책들은 다 수줍음을탄다. 자리를 바꿔 달라 보채지도 않고 어디로 데려가 달라 꼬리치지도 않는다. 즉각적인 피드백을양산하는 다중 미디어들이 창궐하는...
최민자
그날해가 지는 산 위에 바위를 딛고 선 그림자, 나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서 있었다죽음으로 잇닿아 소리 내어 우는 풀벌레, 새소리--움직이지 않는 소나무처럼넋을 잃어 회한과 절망이 교차하는 눈망울엔 이슬처럼 맑은 눈물이 흘러내렸다갈 곳이 없는 나, 멋진 휘파람이라도 불었으면 후련할 가슴에서, 가슴에선이미 소리를 잃었다어머니가 있는 고향아 폐허가 된 고향아니면 고독의 편력(遍歷)에 점(點) 찍힌 비극오, 나는 저 만치 이끼 푸른 옷을...
성기조
직립 보행 소고 2019.02.25 (월)
종이 한 장 집으려다 허리를 다쳤다 고통스럽고 구부정해진 평등의 원칙기둥의 뿌리가 뽑힌 날마른 뼈 사이 고인 냉각수가 터졌다펑크가 나기 전까지우리는 반항의 종잣돈 허리춤에 끼고 연중무휴 활화산이었지뒤돌아 앉은 과거에 빗장을 풀고덥석 무리한 질문을 던졌다 중간이 무너지고 넘어갈 강은 있는지뒤엉켜 샛강이 범람하듯작은 음극에 양지바른 내부는 외출을 준비할지다리로 받치고 있는 힘의 무게로내 몸의...
김경래
잿빛 하늘          먹구름으로 고인 체흐르지 못했던 시간들마침내 헝클어진 머리채 풀어헤치며 철지난 소나기로 오열한다아무도 없는 겨울바다이간질하는 칼바람에 휘말려 칼춤을 추는 날 선 비수들허연 거품 물고 파도로 침몰한다 만신창이 온몸으로그러나 바다는 아우성하는 아픔들을 말없이 품어 담는 어미의 가슴이다열 길 물속,자궁 속 같은 그 적막의 한 가운데서 가시를 면류관으로 잉태하는눈멀고...
백철현
어느 날 오후 2019.02.25 (월)
캐나다에 온 지 거의 반세기가 지났다. 한국에서 산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년 수를 보냈으니가히 해외교포라 할 수 있다. 이 곳 생활은 서로 분주해서 주중에는 저녁이 되어야 식구가같이 지낸다. 주말이나, 공휴일이 되면 가족이 함께 지낼 수 있어서 얼마나 기뻐하였었는지.늘 휴일이나 주말이 되기를 고대했었다. 이런 생활은 아들이 장가가고 은퇴하기까지계속되었다.은퇴하고 나니 우리 둘만 남고, 하루하루가 휴일이니 7일 24시간 함께 지낸다....
김의원
강물의 흐름 2019.02.25 (월)
흐르는 강물을 울음 참는유리구슬이라고 부르면 안될까폭우가 스친 자리속내 울음 깊이 묻어 놓고 흐르면유리구슬은 뜨겁게찌르듯 반짝인다저 빛은 깊게 슬퍼해도자기란 존재를 알리지 않는다눈을 찌를 만큼아픔이 있어도 햇살을 물리치는가강가에 유리구슬 빛만 찬란하게 비춘다세월이 지난 자리칠월 폭우로 쏠려서 잃었던 형제들남겨 두었던 이야기로울음 참는 유리구슬로 쪼르르 흐른다
강애나
캐나다 이민을 선택해서 도착한 이후, 열 여덟 해 동안을 한 교회의 성가대 테너 파트의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오케스트라와같이 하모니를 목적으로 하는 조직체에 있어서는 멤버가 된다는 것만으로도 참으로 행복한 일이다. 서로없어서는 안된다는 신뢰감이 거기에 있고, 칭찬이거나 혹평이거나 ‘내’가 아니요 ‘우리’가 함께받는다는 것은 피천득 선생이 그의 수필 ‘플루트 플레이어’에서얘기한 것처럼 오히려 마음 든든한 일이 되는 것이다....
민완기
사랑은 블랙 2019.02.12 (화)
내가 사주는 그의 옷은언제나 검정 단색이다그의 기쁨과 외로움 용기와 절망이 내 눈에 부딪혀 아롱진 무늬가 되므로그가 끓여주는 커피는언제나 블랙이다함께 있어도 목말라하는내 끝없는 그리움그가 덜어내어 함께 녹일 줄을 알기에사랑은 그의 옷을 고르거나그가 끓인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단순한 일이나지나온 설레임의 날들과함께 그리는 미래가오늘 속에 풀어져깊고 그윽한 빛과 무늬 되는것이제 알 것 같다한 오십년 사귀고...
오정 이 봉란
내 마음 줄까요? 2019.02.12 (화)
나는 아마도 짜증이 몹시도 났나 보다. 육아에 지쳐서, 타지 생활이 버거워서 나도 모르게 날이 선상태의 나날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별거 아닌, 아주 작은 일에 바르르 화가 나서 목청을높였다.“조용히 해!”아들 둘이 함께 욕조에 들어가 까르르 대며 노는 모습이 정겨워야 하는데, 무척이나 신경에 거슬리고,답답하고, 불쾌하기까지 했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가슴속에서 자꾸 고요한 평화 따위를 바라는, 설명할수 없는, 불 같은 마음이...
윤의정
내게 시 란 2019.02.12 (화)
시가 내게 오는 순간은 말이 불가능할 때다잠자리 둥근 돋보기가 답답해서 안쓰러워질 때가 시다그 두껍고 우스꽝스러운 크기 때문에 내 눈가가 젖어 드는 것도하고 싶은 말이 공중에 떠돌다 가슴에 박히는 것도 내겐 시다목련 나무가 잎사귀를 떨어뜨리지 못한 바보스러움이 시다모두가 잠든 밤 적막을 감싸 안고 한 몸이 되는 것이 시다차가운 비에 추적추적 나뭇잎 적시는 소리가 시며고요 속에서 환하게 웃어주는 사진 속 얼굴들이 시다‘겨우...
김지현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