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양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어느덧 희수喜壽에 접어들었다. 시작한 지가 너무 오래 되어 햇수를 말하기 부끄럽지만
올해에는 반드시 마치리라고 단단히 마음 먹었던 성경필사를 드디어 생일 맞기 전에
마쳤다.
어느 한 해에 가까운 분 몇을 영원히 잃었고 그 중에 에드먼튼에 살고 있던
동생의 남편이 너무도 갑자기 가족의 곁을 떠났다. 유해를 고향으로 안고 가야 하는
동생이 너무도 안쓰러워 동행하게 되었다. 일을 마치고 서울 본가에 머무는 동안 일가 친척
및 친지들을 방문하고 또 가까운 친구들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그 중에 대학생활을
같이하며 나에게 특별히 믿음생활을 잘 하도록 본이 되어 준 친구가 있는데 자기가 성경을
쓰고 있다면서 필기성경 공책 두 권을 선물로 주었다.
그 해에는 홀로 계신 시어른을 모시고 있는 때여서 가능한 한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기 때문에 필사를 시작하기 좋은 때였다. 그 해 성탄절 이틀 앞두고
시어른께서도 하늘나라로 가셨지만. 그때부터 시작해서 처음에는 계획한 분량을 열심히
썼지만 얼마 지난 후에는 지루해져서 쉬엄쉬엄 쓰다 보니 참 많은 시간이 흘렀다. 필사를
끝내면서 이것을 하도록 동기를 주었던 친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알게 된 것은 그는 신
구약을 두 번, 그리고 영어로 신약만 한 번 더 썼는데 손주들에게 하나씩 나누어 줄 거라고
했다. 시력이 나빠지고 손 힘도 없어져 가니 이제라도 한 번 마친 것으로 내 자신을 칭찬
했는데 여기서 멈출 수 없도록 또 도전을 받았다. 이제 가을이 되면 더 늦기 전에
영어로 신약을 시작해 볼 생각이다. 혼자만 하고 스스로 만족에 빠지지 않고
누군가에게 도전해 볼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해 주는 것은 참으로 본 받을 만 하다.
병원에서 일할 수 있는 천직을 가진 것에 감사하며 한 때는 음악치료사가 되고 싶었다.
육체적인 돌봄뿐 아니라 정신 간호에도 좋은 도구가 될 수 있어 직업과 관련된 일이기도
하다. 자격을 얻을 수 있는 길을 알아보니 대학원 과정으로서 등록 조건에 피아노 수준이
토론로 음악원(TCM)의 그레이드 9 이 필요했다. 오래 전에 그레이드 8 까지는 수료증을
받았지만 손 인대에 문제가 생겨서 그레이드9을 준비하다가 포기한 적이 있다. 그러나 3년
전쯤에 우쿨렐레를 배울 기회가 왔다. 내가 배워서 익힌 것을 한 두 사람씩 전달하여 이제
제법 열 명 정도의 그룹이 되어 간다. 음악적인 배경이 각각 달라서 배움의 속도에 차이가
있지만 열심히 하는 사람은 다르다. 어떤 자격증도 갖지는 않았지만 피아노 공부할
때 이론을 겸해서 공부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음악을 좋아해서이기도 하지만
영어로 공부하다 보면 일상의 대화와는 다른 분야의 용어를 배울 수 있다. 좋은 선생님을
만나서 실기뿐 아니라 전공자들이 치르는 이론, 역사를 겸해서 배우고 시험에 도전했던
것이 지금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악보를 읽으려면 시력이 좋을 때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시작했던 것이다.
피아노는 일정 장소에만 허락되는 악기이지만 우쿨렐레는 어디든지 들고 다니며 즐길 수
있어서 아주 좋다. 근래에는 이 꼬마 악기를 들고 양로원에 방문하기도 하고 특히 교회나
다른 소 그룹에서 함께 노래하며 즐길 수 있어서 더 늦기 전에 이것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척 감사하다. 양쪽 손가락 끝을 계속 사용해야 하므로 뇌 건강에 매우 좋다고 한다. 함께
연습하는 동료들 중에 이것을 통해 어려운 시간을 잘 이겨내고 우울증도 좋아졌다는
체험담을 들을 때 더욱 보람을 느낀다. 이것이 전도의 도구로도 씌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연습한다. 더 늦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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