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줄과 씨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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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8-10-01 11:15

민완기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바지를 한 벌 사서 데님을 맡겼다. 옷 수선이 끝나 찾아 들고 오면서 찬찬히 살펴보니 천의 가로줄과 세로줄이 촘촘히 교차되며 참으로 일사불란한문양을 만들어내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가만히 그 문양을 들여다보다가 그 안에 날줄과 씨줄이 교직되어있고, 참으로 정교한 그 한번씩의 엇갈림을 통해 채워지는 우리 ‘삶’ 전체를 그 안에서 만날 수가 있었다.

살면서 불가항력적인것들이 있게 마련이다. 내가 선택하거나 노력해서 될 수 없는 부분들을 우리 삶의 ‘날’줄이라고 설정해보면, 나의 노력과 재능, 집념과 성취동기 등등은 ‘씨’줄에해당 되리라. 청실과 홍실이 어우러져 아름다운 수를 놓기 위해서는 결코 ‘씨’줄만으로는 될 수 없는 일일 터…‘날’줄의 끊임없는 개입이 없이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임에도 때로 그 ‘날’줄의 존재를 우리는 자꾸 잊어버리곤 한다.  절대자, 시대정신, 운(運)…  우리가 스스로 할 수 있는 것들은 정말얼마나 미미한 것들인가?

문득 빌 게이츠가 한 연설 중에 “인생은 공평하지 못한 것, 그것에 익숙해져야 한다.( Life is not fair, get used to    it.)”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떤 이는 명문 대가의 금 수저로, 어떤 이는 찌든 가난에 그것도모자라 신체장애까지 안고 태어나는 경우도 허다하다. 별다른 노력 없이도 부와 영예를 쟁취하는 이가 있는가하면, 죽도록 노력해도 가난과 고통의 질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이들도 흔하다. 이러한 운명의 ‘날씨’는또한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포도원 품꾼의 비유를 통해서 위로와 안식을 얻는다. 먼저 온 자나 나중 온 자나 다 귀하게 대접하는 포도원 주인의 태도는 참으로 관대하고도 넉넉하다. 또한 실존 인물 가운데 스페인의 천재 건축가 안토니오 가우디를 떠올려보면, 인생의공평과 불공평은 보이는 것만으로는 판단 할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혼자서 지금의 바르셀로나 사람들을다 먹여 살린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전세계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는 그가 길가에 쓰러져 행색이 초라한 채 방치된 채로 외롭게 숨져갔다고 하는점은 인간의 눈에 불공평해보이는 것 뒤에 숨겨진 신의 공평한 ‘날줄과 씨줄’을 뜻함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더웠던 여름이 끝나고 우기에 접어드는 모양이다. 바뀐 계절을 깨닫지 못하는 제 ‘철’ 모르는 이가 되어서는 곤란 하리라. 무엇보다도 이 가을에는 날줄과씨줄이 엮어내는 ‘날씨’에 순응하고, 또한 마음의 ‘날씨’를잘 살피고, 우리 몸 안에 가로줄과 세로줄을 따라 흐르는 ‘경락(經絡)’에도 민감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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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깔대다 흐느끼다 침묵하다 생각한다.내가 왜 여기 있을까.집에서 밖에서 여행 중에도 늘 이런 생각을 한다.내가 왜 여기 있을까.혼자 있거나 누군가와 함께 할 때, 아름다운 자연 풍경 앞에서도 문득문득 알고 싶다.내가 왜 여기 있을까.거울 보면서, 약속 장소에서, 신혼 첫날밤 침대 위에서도 순간순간 궁금했다.내가 왜 여기 있을까.그에게 속옷과 와이셔츠 넥타이와 양복을 챙겨주고, 상을 차려주고 구두를 윤나게 닦아주고, 배웅할때 키스까지...
박성희
가을나무 2018.11.19 (월)
해질녘 강 언덕에 서서깊고 투명한 겨울 강을 건너기 위해고요히 옷 벗는 가을나무를 보라발등에 수북이 쌓이는 여름의 무게무성한 기억의 파편들벌판을 휩쓸어 가는 바람에 맡겨 두고정갈한 알몸으로먼 길 떠나려는 이의 뒷모습을 보라아무리 못생기고 작은보잘것없는 나무라 할지라도살아 있는 것은 모두죽을 힘을 다해 제 몫의 여름 무게를 짊어지고온 힘을 쏟아 푸른 잎으로 누군가의 그늘이 되어 주고새들을 잠재우고 매미들이 노래하게...
임완숙
말은 스스로 누구도 해하지 못하고칼은 저절로 누구도 베지 못하지만나의 말이 너의 가슴을 에일 수 있고나의 칼이 너의 목숨을 앗을 수 있을 때나는 두려움에 떨어야 하리,절제할 수 없는 나의 믿음누구에게고 향할 수 있는내 무모한 믿음의 폭력배곯은 맹수보다도 위험한내 어리석은 믿음을나는 두려워해야 한다,무수한 저 생명들이 스러지는 이 순간*2011.07.23. 노르웨이 오슬로의 극단 신념주의자가 일으킨 사건에 부쳐
송무석
황 서방, 빗소리를 배경음으로 한 Stjepan Hauser의 첼로 연주와 뜨거운 커피 한잔에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얻고 있는 아침이네. 어느새 잎새를 다 떨군 나무들이 빈 몸으로 묵언 수행을 시작하는 계절, 어제는 볕이 좋아 동네 호숫가를 한 바퀴 걸어 보았네. 건강하게 일상을 보낼 수 있음을 감사하며, 벤치마다 새겨진 죽은 이들을 기리는 문장을 곰곰이 음미해 보았지.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떠난 이들을 기억하는 이곳 사람들이...
조정
2년전 가을, 밴쿠버 시온합창단의 서울 공연이 있었다. 나는 공연에서 찬양을 5일동안 마치고 나만의 자유시간을 가졌다. 그 시간에 친척, 친구들을 만나느라고 코에 땀이 다 났다.어느날 하루 작은 어머님 집에 갔었다. 작은 어머님은 올해 90세가 넘으셨으나, 다리만 불편할 뿐 정신은 거의 또렷한 편이셨다. 내 사촌들과 내가 있는 자리에서 내가 죽으면 내 장례에 따라올 사람이 많아서 좋으시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그곳의 있는 사람들 중 나이가...
이종구
소나기 2018.11.16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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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샘 임윤빈
걷기 2018.11.16 (금)
우리는 걷기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어느 누구도 잘 안다. 너무 많이 먹고 적게 걷는다면건강이 나빠진다는 사실도 잘 안다. 요즈음 현대인의 건강 비법이 덜 먹고 더 많이 걷는 것도잘 알 것이다. 마사이족이 먹는 물을 구하기 위해 하루에 3만 보 이상을 걷는 생활을 통해서건강하다는 사실도 잘 알 것이다. 최근의 연구결과에서 대장암 위험이 감소하고 창의력도높아질 뿐 아니라 중년 이후 기억력, 사고력 감퇴도 예방한다는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최낙경
사랑 방정식 2018.11.16 (금)
활활 타오르던 아궁이 불길처럼 사랑이 타오르던 청춘에도 그림 속 불길처럼 차갑게 느껴지는 사랑이 식어버린 중년에도 그리움조차 메마른 모래사막처럼 말라 버린 날에도 새싹이 움트는 봄처럼 웃음꽃 피우는 아이보고 사랑은 몇 백 년 만에 피어 오른 화산처럼 꿈틀댄다어쩌면 다시 돌아 오지 않을 봄날처럼긴 겨울이 된다고 해도여름날 햇살처럼부서지는 사랑 거품이목욕탕 속에서 꿈처럼...
전재민
외과 의사로 충청도에서 38년간 살면서 한화 야구팬이 되었다. 부산고등학교 야구선수중에 추신수가 투수로 활약한 고등학교 3학년 때 전국대회 3승을 했다. 천안에서외과의원을 개원하면서 북일 고등학교 야구를 많이 응원하게 되었다. 한화의 구대성 선수의특출하게 자신 있는 투구에 매료됐고 류현진 선수도 좋아했다. 류현진 선수가 LA다저스로 간 후로는 LA다저스에 폭 빠졌다. 한화의 김성근 감독이 그렇게 심혈을 다해노력했지만, 성적이 따르지...
尤善김 명준
내리사랑 2018.11.07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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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의순
수십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꿩이나, 산토끼는 흔히 볼 수 있는 동물이었다. 농한기인 겨울 어른들은 눈이 덮인 들판에 독을 넣은 콩을 뿌려 먹이를 구하기 어려운 동물들을 잡았다. 나도 덕분에 꿩고기와 토끼 고기를 적어도 한 번은 먹어볼 수 있었다. 우리가 가난하고 먹을 게 적었기 때문에 이렇게 야생동물들을 잡아먹었다. 이렇게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농약을 많이 써서 먹이 사슬을 끊은 까닭에 우리나라는 이제 시골에서도 야생동물을...
송무석
첫눈 오는 날 만나자 정호승로터스 정 번역첫눈 오는 날 만나자어머니가 싸리 빗자루로 쓸어 놓은 눈길을 걸어누구의 발자국 하나 찍히지 않은순백의 골목을 지나새들의 발자국 같은 흰 발자국을 남기며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만나러 가자   팔짱을 끼고 더러 눈길에 미끄러지기도 하면서가난한 아저씨가 연탄 화덕 앞에 쭈그리고 앉아목장갑 낀 손으로 구워 놓은 군밤을더러 사먹기도 하면서첫눈 오는 날 만나기로 한 사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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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1974년 첫 딸이 두 살 쯤 되어 캐나다 이민 바람을 타고 몬트리올로 훌적 떠나 왔다. 캐나다가 어떤 나라인지는 대충 알았지만 할로윈이라던가 하는 이 곳 풍속을 전연 알지 못했다. 어떤 교회에서 저렴한 가격에 유아 방에 아이를 맡겨도 된다기에 딸 아기를 잠시 맡긴 적이 있었다. 아이가 너무 집에만 있으니까 ‘엄마 심심해“ 하며 아기 식으로 불평을 간간히 해 오던 차라, 유아 방에 가서 다른 아이들과 놀다 오라고 보냈던 것이다. 아이가...
김춘희
나무의 길 2018.11.02 (금)
햇살이 따갑다빈속 감추느라 돌돌 감아입은허영의 옷을 벗는다정념,탐욕,아집이헐렁한 대지에차곡차곡 쌓인다바람이 깊다빈속 채우느라 겹겹이 쟁여둔이기의 결을 털어낸다한줌의 소망,한삼태기 사랑과 한알의 생명이빛 사윈 숲을 흐북이 채운다이 가을이 되어비로소나무가 된다나무의 길에  선다
김해영
한지방문 2018.11.02 (금)
우리 나라 아침은 한지 방문으로부터 온다.희끄무레한 여명이 물들어 있는 한지 방문을 보면서 아침이 온 것을 알게 된다. 한지 방문은정결하고 고요롭다. 세상에서 가장 먼저 밝아오는 아침의 서기와 명상이 어려 있다.유리창처럼 빛을 투과하지 않고 머물게 하는 것은 한지 방문밖에 없을 듯하다. 아침 빛을맞아들이고 그 표정을 보여줌으로써 평화와 맑음을 준다. 한지 방문은 빛을 품어 광명을 안게 한다. 지난날의 어둠과 근심을 지워버리고 새...
정목일
이 가을에 2018.11.02 (금)
눈이 부시게 고운가을엔 난 마음이 불편하다물어볼 말도 없지만내일이면 너무 늦을 것 같아한 번의 만남이라도 좋은 이런 핑계가얼른 생각나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코스모스 꽃잎이 날리는가을엔 늘 마음이 바쁘다띄울 사연도 없는데예쁜 꽃잎이 다 날리기 전에꽃잎에라도 마음을 적어 보내고 싶은간절한 소원이 들기 때문인지도 모른다낙엽이 거리에 쌓이는가을엔 왠지 마음이 급하다받을 사람도 없는데아름다운 단풍이 다 지기 전에내 마음을...
나영표
그해 3월 첫 장날은 찬 공기가 남아 있어도 추위를 느끼지 못할 만큼 화창했다. 따뜻한 희망을 품은 남풍이 부는 바다는 은빛 물결로 잔잔했다. 짙푸른 물이 물결치며 만든 새파랗고 신비로운 색상들이 고흐의 ‘몽마주르의 고귀한 석양 하늘’을 떠올렸다. 꿈을 안고 떠나는 사람들을 설레게 만드는 부두에는 남해 섬들과 통영을 오가는 30톤 여객선 하나가 출항을 기다리고 있었다. 빛바랜파랑과 때 묻은 흰색이지만 태평양 횡단에나 어울릴 이름을...
박병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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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지 않은 열매는 왜 푸를까?  답은 익지 않아서이다. 말장난하냐고? 아니, 진언이다. 무림의 고수에게 칼날의 광휘를칼집 안에 감추고 내공을 다질 시간이 필요하듯, 열매들도 무르익기 전까지는 이파리와비슷한 보호색으로 위장하여 본색을 감출 필요가 있다.열매의 첫 번째 사명은 번식에 있으므로 씨가 여물기 전에 곤충이나 새에 먹혀서는 낭패다.덩샤오핑의 대외 기조 정책이었던 도광양회韜光養晦가 식물들에게는 초 짜 상식인 셈이다....
최민자
뿌리 2018.10.22 (월)
산 능선에 올라 앉아산 아래 바닥을 생각한다바닥은 하늘이 된다는 것을오르지 못한 것들의 바닥은 뿌리가 되고뿌리들은 땅의 기운이 된다는 것을오늘 하늘 능선에 올라 와서야 비로소 알았다어느 날 태백산에 올라와서야 알았다환웅은 바닥을 행해 내려온 하늘의 아들이라는 것을웅녀는 하늘을 받아 안은 땅의 딸이라는 것을하늘과 땅 두 손뼉 마주쳐 불꽃 튀는 사랑으로탄생된 제국,제국은 곧 바닥의 뿌리들이 모여 사는 곳바람의 숨결들이 모여...
이영춘
오래전 나는 딸의 친구와 가깝게 지낸 적이 있었다. 그 아이의 이름은 노미였다. 밴쿠버에서 처음으로 내 집을 마련해 이삿짐을 막 들여놓고 있는데, 노미가 엄마의 손을 잡고 우리 집에 찾아왔다. 사람 맞을 준비가 안 돼 당황하는 내게 그 모녀는 정원에서 꺽은 꽃 한 다발을 내밀며 간단한 환영인사를 남기고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은 쿠키를 만들어 찾아오고 또 다음날도, 그렇게 매일 우리 집에 출근도장을 찍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노미가 그...
박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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