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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캠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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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8-09-10 10:05

문철봉 / 한인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시내에서 고속도로를 한 시간 반을 달려 골든이글스 주립공원 #1 (Golden Eagles
Provincial Park) . . 캠프장에 도착한다 시더나무 숲이 울창한 캠프장이다 입구의 초소 같은
작은 관리실에 차를 세우니 창이 열리고 그 안에 앉은 직원이 예약번호를 묻는다 차에 앉 .
은 채 차창을 내리고 이름과 예약번호를 댄다 관리인은 확인을 끝내고 캠프사이트의 약도 .
가 그려진 안내지와 이용규칙의 쪽지 지정된 사이트의 표를 건네면서 차단기를 열고 들어 ,
가라고 일러준다 캠프장내 시속 표지판과 지도를 보고 천천히 차를 몰아 숲속 길을 . 30km
따라 들어간다 캠프 사이트의 번 표지는 오른편 번 표지는 왼편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 . 1 , 2
아 홀수는 오른편 짝수는 왼편임을 금방 인식하게 된다 이렇게 찾아들어간 쯤의 지점 , . 1/3
에 번의 표지 말뚝이 서있는 것으로 봐서 이 숲속 캠프장에는 약 여개의 캠프사이트 65 200
가 있음도 짐작할 수 있다 번 사이트로 우회전하여 차를 주차하니 텐트 칠 맨땅의 공간 . 65
하나와 나무로 된 야외용 탁자 하나 그 옆으로 장작을 피울 수 있는 화덕 하나가 있다 이 , .
것이 전부다 번과 마주한 사이트는 번의 출입구와 길을 사이에 두고 어긋나게 . 65 64, 66 65
마주하며 씩 떨어져 있고 홀수로 우리와 나란한 과 도 간격으로 이웃하고 3~5m 63 67 2~3m
있다 그 안에 텐트가 있는지 없는지 우리 사이트에선 보이지도 않는다 숲의 적막함 속에 . .
안긴 느낌이다 잠시 이 적막함을 물리고 아이들과 소란을 떨며 텐트를 친다 그리고 야외 . .
용 식탁에 앉아 캠프장 안내지와 규정집을 훑어본다 동쪽 지점에 호수가 있고 남서쪽 . 1Km
으로 돌아오는 산책로가 있다 호수에는 낚시가 가능하고 물놀이도 가능하다 미리 홈페이 . .
지에서 아이들과 놀기엔 안성맞춤인 곳으로 확인하고 왔지만 한쪽짜리 캠프규정도 마저 읽
는다 대개가 비슷비슷한 화장실과 샤워장 긴급공중전화 사용 등의 캠프장 이용규칙이지만 . ,
꼭 한 두 가지는 이곳만의 특이사항을 명시하고 있기에 굵고 진하게 인쇄된 조항을 주의해
서 읽는다.
- . 호수의 물이 차가우니 사전에 적응 마사지를 충분히 할 것
- . 수상 안전요원이 없을 때는 보호자가 꼭 같이 물 안에 들어 갈 것
-모닥불의 장작은 지정된 땔감나무 창고에서만 가져다가 쓸 것과 불씨는 남겨두지 말 것.
등등 외에 야간의 행동수칙과 가끔은 곰이 나타나기도 하니까 그때는 뒤 페이지의 퇴치요령
을 참고 하라는 것 등이다.
정오를 지난 한 낮인데도 숲 그림자가 짙은 캠프장 안은 오히려 서늘하다 아이들 .
의 성화에 수영복으로 갈아입고 물놀이 기구를 챙겨 호수로 향한다 지나는 길에 보니 번 . 66
과 번의 캠프사이트에도 차들이 주차 되어져 있다 우리 바로 옆 사이트인 번에는 중 67 . 67
년의 부인이 야외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조용한 모습도 보인다 단출한 차림으로 봐서 .
남편과 둘만 왔거나 혼자 온 듯싶다.
캠프장 숲을 벗어난 호숫가는 햇볕이 내리 쬐는 아담한 모래톱이 있어 금방 몸이
데워지고 등짝이 따끔하다 경고문에서 읽은 대로 충분한 마사지와 예비운동을 하고 물에 .
들었는데도 정말 물이 차갑다 물 안에서는 분 이상을 더 놀지 못한다 그늘에 들면 서들 . 5 .
하고 모래톱에 앉으면 볕이 따가워 파라솔을 펴고 허리 밑만 햇볕에 내 놓으니 안성맞춤이
다 한참을 모래톱에서 뒹굴다가 저녁 먹기 전에 산책로를 돌아보기로 하고 나선다 . .
캠프장의 숲길을 벗어나니 임도 같은 제법 큰길에 닿는다 이 길은 호수의 ( ) . 林道
오른편에서 북쪽으로 따라 올라가도록 나란히 놓여 있고 북쪽 끝에서는 산자락을 타고 왼편

으로 돌아오는 오솔길로 이어져 캠프장이 있는 남쪽에 이르게 된다 개울을 이은 통나무 다 .
리와 계곡을 건너는 출렁다리까지 다양한 형태를 갖추고 있어 길 따라 걷는 재미가 있다.
간간히 자신의 이름표를 달고 있는 나무도 만난다 빨갛게 익은 산딸기도 보랏빛이 짙어가 . ,
는 블루베리도 이름 모를 꽃들이며 나무들을 무수히 보며 가는데 명판 하나가 눈에 꽂힌 ,
다. <These are the food for wild animals. Please do not touch them!> “이것들은 야
생동물의 먹이입니다 손대지 마세요 라고 적혀 있어 가까이 가서 보니 블루베리가 한 무 . !”
더기를 이루고 있다 그렇다 사람만큼이나 곰도 잘 익은 블루베리를 좋아한다고 했다 블루 . , .
베리 덤불 속에서 금방이라도 곰이 머리를 쑥 내밀 것 같아서 서둘러 아이들을 재촉하여 캠
프장으로 돌아온다.
숲 속에 해거름이 진다 아이들을 시켜 장작을 가져오게 하고 화덕에 불을 피운다 . .
소나무의 타는 소리와 냄새가 참 좋다 시내에서는 시 가까워서야 해거름이지는 서머타임 . 10
계절인데도 숲이 짙어서인지 시 전인데도 어둑해지고 선들선들 하다 그래서인지 화덕의 8 .
모닥불이 소시지와 스테이크를 굽고 물을 데우는 그 이상의 것을 우리에게 주는 듯하다 빛.
과 따스함으로 캠핑의 가족들을 둘러앉게 하는 정겨움을 덤으로 얻는다 캠프파이어가 가진 .
축복의 기능이다 주위가 적막 같은데 우리만 도란도란 얘기하다 기타를 치며 캠프송을 함 .
께 부른다 얼마나 지났을까 살며시 들려오는 낯 선소리 에 고개를 돌려보니 . ? “Excuse me.”
중년의 여인이 종이 한 장을 손에 들고 서있다 그리고 캠프장규칙을 읽지 않았냐 고 하 . “ ?”
며 랜턴을 비춰 손가락으로 가리킨 끝에는 시 이후에는 모두의 취침을 위해 정숙할 것 ‘10 .’
의 조항이 또렷이 보인다 미안합니다 규정을 읽어 알고는 있었지만 미쳐 시간을 보지 못 . “ .
했습니다 사과하니 너희 캠프사이트에서 무엇을 해도 상관없지만 시 이후로 자신들의 .” “ 10
텐트까지 사람의 소리가 넘어 와서는 안 된다 며 살살 맞게 말 못을 치고선 돌아서 간다 .” .
사이트와 사이트 사이 간격이 있고 수풀이 자연스레 울타리를 하고 있어 옆 사이트
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서로 간에 눈에 보이지 않는 것 까지 배려해 .
야만 내 것을 보장 받을 수 있다는 경고인 셈이다 분위기가 조금은 머쓱해졌지만 숲 안 캠 .
프장의 공동 질서를 지키는 것과 또 이를 어겼을 때 지적하고 시정하게 하는 것 시정이 되 ,
지 않고 반복되거나 불가한 것일 때는 퇴장 조치하는 캠퍼의 권리와 의무를 곱새기며 사그
라지는 모닥불과 함께 잠이 든다.
한국의 여름 바야흐로 캠핑시즌이고 해마다 이 캠핑가족은 늘어나는 추세다 하지 , .
만 한국 어디에도 밴쿠버서 경험한 저런 캠프장은 찾을 수 없다 지금 한국의 산림과 토목 .
기술이면 자연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설치 가능한데도 그렇다 새롭게 개장한다는 캠프장들 .
을 보면 년 전 해수욕장 한 귀퉁이의 텐트촌을 시설과 장비만 바꾸어 그대로 옮겨 30~40
놓은 듯하다 다닥다닥 붙어 있는 사이트에선 밤새도록 취중 고성방가가 이어지고 자고난 .
아침이면 쓰레기가 넘쳐난다 안전사고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이런데도 캠프장 그 어느 . .
곳도 안전수칙과 이용규칙을 손에 쥐어주는 곳을 경험하지 못한다 누구하나 뭐라 하는 사 .
람도 없다 프라이버시는 고사하고 조용히 잠 좀 자자고 할라치면 되레 말하는 사람만 우습 .
게 된다 자연에서 쉼과 평화를 얻고 자연의 생기와 품성으로 회복되는 캠핑이 아니라 도시 .
만 벗어난 또 다른 도시인의 대리만족 행위와 자연에 대한 횡포만 취하는 듯하다 이러지 .
않았으면 좋겠다 장비와 시설이 아닌 자연의 품에 찾아드는 캠퍼 나만이 아닌 너와 나 우 . , ,
리가 자연 속에 함께 있는 캠프장과 캠퍼들을 만나고 싶다.
짧은 경험이지만 북미의 저 캠프장을 되새겨보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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