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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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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8-08-21 17:08

김영주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나는 365일, 365편의 시를 쓰고 싶다
             등 푸른 풀잎에 누워
             온 몸이 싯퍼런 풀 냄새로 젖은 
             그런 시를 쓰고 싶다

             삶이 생을 으깨고 짓누를 때
             내 영혼의 집을 헐어서라도
             시 정신이 맑은 어여쁜 시를 쓰고 싶은거다

             몰래 고독을 노래하고
             이 세상 모든 풀잎에
             내 시를 낳아
             아이들 키우듯 풀어놓고 
             죽지도 말고 시나 써야지

             어느날 
             사랑이라고 믿었던 것들이
             나를 떠날 때
             헤어지지 않을 시 하나쯤 붙들고 싶다

             누군들 무엇이 되고 싶지 않으랴
             아름답고도 슬픈 시를 쓰는 
             아름답고 슬픈 시인으로 살아라

             어디선가 불어오는 
             내 인생을 끌고 다닌 바람 앞에
             나는
             낮게 아주 낮게 엎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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