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3년 전, 한국 '조선일보 에세이'난에 실린 내 글이 어떤 독자에게 꽂혔다.
궁금증이 인 그녀, 나에 대해 알고 싶었는지 인터넷을 검색하다 내 카카오스토리를 발견하고 뜬금없는 친구 신청과 댓글을 남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 친구들이 달아 놓은 댓글을 쭉 훑어보던 중, 그녀의 고향 친구가 떡 하니 있지 않은가. 소녀 시절 신나게 뛰어 놀던 그녀의 옛 친구가 내 친한 친구로 말이다. 그녀도, 그녀 친구이자 내 친구인 그녀도, 나도, 경악을 했다.
그러곤 그녀, 인도에 있는 내게 카톡을 하고, 카스에 댓글을 달고, 보이스톡까지 해댄다. 발랄하고 붙임성 있는 그녀, 우린 금방 오래된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그렇게 3년여 동안 한국과 인도에서 안부를 주고받다 내가 한국으로 오게 됐다. 그녀, 내가 궁금한지 보고 싶다, 만나자 계속 전화질을 해댄다. 나도 그런 그녀가 이상하게 반갑고 만나보고 싶었다. 얼마나 희한한 인연인가.
드디어 그녀의 고향 친구이자 내 친한 친구가 그녀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다. 만나보니 비슷한 스타일에, 성격, 취향까지 닮았다. 끊임없이 수다를 떨다 그녀 무심히 내게 시집이 어디냐고 묻는다. 나는 강원도라고 말했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확히 어디냐고 또 묻는다. 그래서 옥계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 눈이 더 동그래진다. 그녀도 거기란다. 그래서 나도 눈이 동그래졌다.
신기해진 그녀, 설마 자기 시집 동네는 아니겠지 하고, 동네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나는 ○○리라고 했다. 그녀, 어안이 벙벙해진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기가 막혀 한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녀도 거기란다. 그러면서 집이 어느 쪽이냐, ○○씨를 아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난 ○○근처이고, 안다고 했다. 그녀, 놀라 자빠진다. 우린 서로 말문이 막혔다. 세상이 좁아도 이렇게 좁다니.
그 다음 질문은 더 가관이었다. ○○씨 잘 아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내 남편 친한 친구라고, 모임이라 가끔 만나 밥 먹고, 놀러 가서 잠도 같이 잔다고 했다.
말문이 꽉 막혀 멍해진 그녀. 이번엔 내가 더 놀라서 물었다. 빨리 말하라고, 어떤 사이냐고. 그러자 그녀 이렇게 대답한다.
“내 남편 형이야.”
“뭐, 뭐라고? 어머, 어머.”
그러니까, 우리 시집 100미터 지점에 있는 집이 그녀의 시집이고, 내 남편 친구 동생 부인이라는 거다. 내 남편이 그녀 결혼식 전 함 받는 날 갔었다고 말한.
이 넓은 세상에서 이렇게 돌고 돌아 만나다니. 명절 때나 어느 여름휴가 때 우린 그 동네에서 서로 모른 체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봐도 못 본 척, 데면데면했을 것이다.
그날 우린 그 놀라운 사실에 한참 어이없었다. 두 번이나 경악한 만남. 이생에서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으로, 전생에 그녀와 나는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던 걸까.
우리 인연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가. 이 무슨 신의 장난이지. 마치 미리 짜 놓은 계획표, 퍼즐 게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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