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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8-08-08 14:27

박성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3년 전, 한국 '조선일보 에세이'난에 실린 내 글이 어떤 독자에게 꽂혔다. 
궁금증이 인 그녀, 나에 대해 알고 싶었는지 인터넷을 검색하다 내 카카오스토리를 발견하고 뜬금없는 친구 신청과 댓글을 남긴다.
그런데, 이게 웬일. 내 친구들이 달아 놓은 댓글을 쭉 훑어보던 중, 그녀의 고향 친구가 떡 하니 있지 않은가. 소녀 시절 신나게 뛰어 놀던 그녀의 옛 친구가 내 친한 친구로 말이다. 그녀도, 그녀 친구이자 내 친구인 그녀도, 나도, 경악을 했다. 
그러곤 그녀, 인도에 있는 내게 카톡을 하고, 카스에 댓글을 달고, 보이스톡까지 해댄다. 발랄하고 붙임성 있는 그녀, 우린 금방 오래된 친구처럼 가까워졌다.
그렇게 3년여 동안 한국과 인도에서 안부를 주고받다 내가 한국으로 오게 됐다. 그녀, 내가 궁금한지 보고 싶다, 만나자 계속 전화질을 해댄다. 나도 그런 그녀가 이상하게 반갑고 만나보고 싶었다. 얼마나 희한한 인연인가.
드디어 그녀의 고향 친구이자 내 친한 친구가 그녀를 데리고 우리 집으로 왔다. 만나보니 비슷한 스타일에, 성격, 취향까지 닮았다. 끊임없이 수다를 떨다 그녀 무심히 내게 시집이 어디냐고 묻는다. 나는 강원도라고 말했다. 그녀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정확히 어디냐고 또 묻는다. 그래서 옥계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녀 눈이 더 동그래진다. 그녀도 거기란다. 그래서 나도 눈이 동그래졌다.
신기해진 그녀, 설마 자기 시집 동네는 아니겠지 하고, 동네 이름이 뭐냐고 묻는다. 나는 ○○리라고 했다. 그녀, 어안이 벙벙해진다. 세상에,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며 기가 막혀 한다. 왜 그러냐고 했더니, 그녀도 거기란다. 그러면서 집이 어느 쪽이냐, ○○씨를 아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난 ○○근처이고, 안다고 했다. 그녀, 놀라 자빠진다. 우린 서로 말문이 막혔다. 세상이 좁아도 이렇게 좁다니. 
그 다음 질문은 더 가관이었다. ○○씨 잘 아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내 남편 친한 친구라고, 모임이라 가끔 만나 밥 먹고, 놀러 가서 잠도 같이 잔다고 했다.
말문이 꽉 막혀 멍해진 그녀. 이번엔 내가 더 놀라서 물었다. 빨리 말하라고, 어떤 사이냐고. 그러자 그녀 이렇게 대답한다.
“내 남편 형이야.”
“뭐, 뭐라고? 어머, 어머.”
그러니까, 우리 시집 100미터 지점에 있는 집이 그녀의 시집이고, 내 남편 친구 동생 부인이라는 거다. 내 남편이 그녀 결혼식 전 함 받는 날 갔었다고 말한. 
이 넓은 세상에서 이렇게 돌고 돌아 만나다니. 명절 때나 어느 여름휴가 때 우린 그 동네에서 서로 모른 체하고 지나쳤을 것이다. 봐도 못 본 척, 데면데면했을 것이다. 
그날 우린 그 놀라운 사실에 한참 어이없었다. 두 번이나 경악한 만남. 이생에서 반드시 만나야 할 사람으로, 전생에 그녀와 나는 무슨 사연이라도 있었던 걸까. 
우리 인연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인가. 이 무슨 신의 장난이지. 마치 미리 짜 놓은 계획표, 퍼즐 게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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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행 2019.04.24 (수)
내가 남편과 결혼해 산 지 50년이 되었다. 남편이 아프지 않았다면 가족과 함께 한국에 나가 가까운 친지와 친척을 모시고 간소하게 금혼식이라도 하면서 그 걸 핑계 삼아 맛있는 음식이라도 대접했지 싶다. 그러나 그러지 못한 게 한없이 섭섭하고 가슴 아프다.  1969년 1월 25일 결혼하여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어찌 좋은 날만 있었겠는가. 비가 오는 날도, 바람이 부는 날도, 눈이 오는 날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껏 한결같이 남편의 곁을 지키는 건...
심현숙
세월 2019.04.24 (수)
무심히 버려두고먼 길 홀로 걸었는데어느새 날 쫒아와씽끗 웃고 지나더니이제는 멀리 앞서 뛰며날 놀리며 웃는구나다정히 걸었다면내 곁에 있으려나진작에 잡았다면내 품에 머물려나저 세월날 두고 매정히 달아난들이제 와서 어쩌리서라해도 안 설 것을오라해도 안 올 것을불러본들 무엇하며떼써본들 무엇하랴차라리땀 흘려 쫒아가느니돌아서서 갈가나.
늘샘 임윤빈
고려장 2019.04.24 (수)
짐승들은 무덤이 없다고 하는데 아마도 너무 은밀한 곳으로 찾아 가 생을 마감했기 때문일것이다. 아프리카에서 귀한 상아가 무수히 쌓여 있어 찾는다는 코끼리들의 자연 무덤이 바로그와 같은 영지이고, 먼 옛날에는 사람들도 그랬다고 한다.    록키산맥에서 무려 30여 년 동안 흘러내려와 장관을 이루며 쏟아져 내리는 세계최고의나이애가라 폭포에서 50리쯤 떨어진 나이아가라 산맥 위에는 Fonthill 이란 소쿠리같은 지형의 아늑한 계곡이 있어...
이은세
 유달리도 꽃을 좋아하시던 어머니. 나는 꽃이 만발하는 봄이 오면 자주 어머니를 생각하며 깊은 희열과 회상에 잠긴다. 또한 오래 전군 장병을 위한  인기 TV프로였던 우정의 무대에서 젊은 장병들이 소리 높여 외쳤던 어머니가 떠오르며 어머니의 모습이 내 가슴속에서 그리움을 진하게 한다. 나이가 들어가면서도 점점 더 보고 싶어지는 어머니를 글로써 이렇게나마 외쳐보고 싶다.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날에 시장을 둘러보며 사서 선물로...
이종구
빨랫줄 2019.04.15 (월)
이 처마 저 처마가혹시나 질까 봐얼굴이 빨개지도록힘껏 서로 당기고 있을 때나는나비가 꽃인 줄 알고 내려앉던 분홍 영희 옷어깨가 처질 만큼 무거운 아빠 외투거기에 지난 밤에 영수가 누런 그림 그린 요까지모두 팔 높이 받쳐 들고고개 들어 볼 수 없이 찬란한 햇빛 아래끙끙거리며 땀방울을 날렸다신기하게도 해가 서쪽으로 걸어갈수록팔은 가벼워져 콧노래가 나오고내 마음도 뽀송뽀송하루가 보람 있었다마당도 없이 사는요즈음 보람이네...
송무석
천천히 그리고, 다시- 나의 수필 쓰기강은소 / 캐나다 한국문협 자문위원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에 관심이 있다면 익숙한 이름이다.사진작가였던 그가 평생을 찾아다니며 잡으려고 했던 것은 삶의 ‘결정적 순간이다.그러나 “삶에는 어떤 결정적 순간이 있는 것이 아니고, 인생의 모든 순간이 결정적인순간이다는 것을 그는 죽기 얼마 전에 깨달았다고 한다.삶의 모든 순간이 가치 있다해도 그냥 보내 버리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일상...
강은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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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그치면 겨울 가고봄 난다믈-디면 봄도 가고여름 덮겠지숨 넘어가는 중천 해가 자울대면여름 가고가을 든다가을 짙들다 버거우면겨울 트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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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지 원하지도 기다리지도 안았지만 슬그머니 옆에 와서 내 인생에 한발 디밀고 길동무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있다. 하늘에 반짝이는 수많은 별도 때가되면 소리 없이 소멸하고 스치듯 왔다가 사라져가는 자연과 우주의 삼라만상과 더불어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그중에서 우연처럼 만나 좋은 인연으로 이어지는 만남도 있지만 기억하기조차 힘든 그런 인연들도 많은 것 같다. 시작은 좋은 인연처럼 보이지만 끝에는 서로 상처만 주고 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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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고에서 가장 큰 가방을 꺼냈다. 앞뒤로 볼록한 가방의 모양새가 내 마음을 부풀게 했다.사실 나를 더 설레게 하는 것은 남편을 떼어놓고 간다는 거였다. 내 옷, 내 신, 내 모자, 내화장품 등, 내 소지품만으로 여행 가방을 꾸리는 것으로도 스트레스가 반은 풀리는 것같았다. 그가 오랜 승선생활을 끝내고 내 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모든 게 감격스러웠다. 칫솔통에 그의 칫솔이 꽂혀 있는 것, 그의 속옷이 빨랫줄에 널려 있는 것, 외출에서...
정성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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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실
봄의 촉감 2019.04.04 (목)
(1) 수양버들누가 가야금을 뜯고 있다.맑은 진양조(調) 가락이 흐른다. 섬섬옥수가 그리움의 농현(弄絃)으로 떨고 있나 보다.숨죽인 고요 속에 번져 나간 가락은 가지마다 움이 터서 파릇파릇 피어나고 있다.누군가 촛불을 켜고 있다.마음 한 가운데 촛불은 바람도 없이 파르르 떨고 있다. 뼈와 살을 태워서 한 줄기 빛이길바라고 있다.깊은 밤중에 한 땀 씩 수(繡)를 놓고 있다. 바늘귀로 임의 얼굴을 보며, 오색실로 사랑을물들이면 별이 기울고 바람이...
정목일
봄길 2019.04.04 (목)
백석 천주교 묘지 길가한송이 제비꽃으로 피어난 어머니사무치게 그리워오월 꽃잎 싱싱한 아이들이 부르는 어머니 호칭에가슴은 난류로 흐르다가 때로는 곤두박질 한랭전선잃어버린 삼십 년참으로 길었던 광야의 시간거칠고 험한 강물에한 마리 연어로 거슬러 헤엄쳐 온회한의 길들을다시 접어 둘둘 말아 올리면언젠가 그 길가에  또 다른 제비꽃 한 송이 피어나고고갯마루에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 닦아 내리면멀리 보이는 새로운...
신금재
어머니의 냄새 2019.04.04 (목)
나에게 어머니는 어떤 분이셨을까?위로 오빠와 언니 그리고 내 밑으로 줄줄이 동생이 넷이 있었던 나에게 엄마는 없고 어머니만 있었다. 말 배울 때부터 엄마라는 단어를 몰랐다. 어머니, 엄니 는 있었지만 엄마는 없었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닐 때쯤인가, 어머니가 후회스럽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 너무 엄하게 아이들을 길렀더니 엄마 소리도 못 한다고. 그 후 우리 형제들은 오빠와 나를 빼고는 모두 어머니가 아니라 엄마라 불렀는데 나는 엄니란...
김춘희
Father's heart 2019.04.04 (목)
아버지의 마음김현승바쁜 사람들도굳센 사람들도바람과 같던 사람들도집에 돌아오면 아버지가 된다.어린것들을 위하여난로에 불을 피우고그네에 작은 못을 박는 아버지가 된다.저녁 바람에 문을 닫고낙엽을 줍는 아버지가 된다.바깥은 요란해도아버지는 어린것들에게는 울타리가 된다.양심을 지키라고 낮은 음성으로 가르친다.아버지의 눈에는 눈물이 보이지 않으나,아버지가 마시는 술에는 눈물이 절반이다.아버지는 가장 외로운 사람들이다.가장...
로터스 정
아무도 모르는 일 2019.04.04 (목)
똑바로 살자. 솔직하게 살자. 늘 감사하며 행복 느끼자. 이것은 내 삶의 철학이다.  세상은 장단이 있는 법. 오만한 지식분자, 큰 부자도 무식자 가난뱅이에게 손 벌릴 때가있고, 지혜와 경험을 무장한 사람들에게 도움 받을 수 있다. 누구든 우월한척 뻐기다가는누군가가 내지른 주먹에 한방 먹는다.     매순간 최선을 다하고 만족할 줄 알면 행복한데, 때로 느슨하게 살고 남과 비교하며 과한욕심을 부린다.  아버지 친구 중 서울대...
박성희
모순도 모순 나름 2019.04.04 (목)
번지수 잘못 찾은 편지가 반송되듯때아닌 엄동설한 절기도 모르는 듯꽃눈을 맞고 걸으니 눈사람이 되가는듯 치열한 삶의전쟁 추위도 추위 나름말과 행동이 다른 사람도 사람 나름그들과 이웃해사는 모순도 모순 나름 설핏 기우는 달이 처연한 모습으로던지는 메세지에 깨어난 모습으로연둣빛 화두를 찾는 멋스러운 모습으로
우림 이상목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어릴 때 어른들께 자주 듣던 말이다. 나쁜 버릇이 한 번 몸에 배면 고치기 힘들어 늙어서까지 계속 되니 좋은 습관을 들이며 살라는 뜻이었다. 영어에도 이와 같은 말이 있다. ‘Old habits die hard.’ 영화 ‘다이하드’의 주인공 브루스 윌리스가 불사조마냥 절대 죽지 않는 거처럼 몸에 밴 습관도 여간해선 죽지 않는다는 말이다.사실 어릴 땐 이 말에 수긍이 가질 않았다. 살다가 아니다 싶으면 그때가 고치면 되는 거지...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그때 2019.03.25 (월)
               그 순간을하냥 기다렸습니다 온 몸을 불태울운명적인 사랑을 만나는,가난의 적삼을 벗고풍요의 외투를 걸치는,무명의 낯에화사한 시인의 가면을 쓰는,뭇사람이 우러르는 하늘만큼 드높고거룩함에 이르는 순간을 평생 소망했습니다  삶의 철로는 녹녹지 않고여전히 인생 기차는 덜컥거리기만 합니다이름없는 간이역에문득 멈춰설 수도 있겠다고 싶은 순간녹슨 바퀴가 일으키는게으른 바람에 작은...
한국문인협회 캐나다지부
꽃다발 2019.03.18 (월)
                                 꽃다발을 받아 든 사람의 얼굴이 화안 하게 빛난다. 꽃 하나하나가 촛불인 듯 한아름 안아 든 얼굴을 밝혀준다. 꽃다발은 사람의 밝은 마음과 가장 닮은 유형의 물건인 것 같다. 부드러운 꽃잎을 만지며 배려의 마음을 느끼고, 화려하고 다양한 색들을 보며 행복의 기운을 느낀다. 축하하는 마음과 응원의 메시지를 이보다 사랑스럽게 전할 수 있을까. 꽃의...
김선희 / 캐나다 한국문협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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