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유엔젤보이스와 함께 한 시애틀 여행

아청 박혜정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07-23 09:01

아청 박혜정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유엔젤보이스를 초청을 해서 밴쿠버 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다음 날 시애틀 공연까지도 멋지게 마무리한 후 시내관광을 했다. 유엔젤보이스는 남자 성악가 5명(테너3명, 바리톤2명)과 피아니스트로 구성된 클래식 아이돌 그룹이다. 5명의 단원으로 구성 한 이유를 단장에게 물어 보았더니, 곡 중에 데스칸트(descant)-따로 떨어진 노래라는 뜻의 라틴어로 선율보다 높은 솔로 파트-를 연주 할 때 필요해서 그렇게 했다고 한다. 밴쿠버에서 우리 뮤즈 교향악단과 연주 할 때 “Oh Happy Day”와 같이 솔로 데스칸트 부분을 따로 하기도 하고,다른 곡의 경우 각자의 목소리와 음역 대에 가장 잘 어울리도록 솔로파트를 나누어 부르고 거기에 화음을 입힌다고 한다.
딸이 시애틀에 살고 있고, 시애틀은 밴쿠버 옆 도시라 많이 다녀 보았지만 현지에 사는 젊은 분이 가이드를 해 주어서 색달랐다. 커피 맛으로 유명하다는 비바체(vivace)에 가서 커피 한 잔을 음미하고, 퍼블릭 마켓에서 연어가 들어있는 빵도 먹어 보고, 스타벅스 1호 점에도 갔다. 스타벅스에는 도시마다 특색 있는 커피 잔들이 있어서 기념품으로 커피 잔을 모으는 취미를 가진 분들이 요즘 여행객들에게는 많은 것 같다.

물건들을 구경하고 있는데 가이드가 껌을 하나씩 나누어 주었다. 씹으라고 하고 껌이 벽에 잔뜩 붙은 곳(Gum Wall)으로 데리고 갔다. 전에는 구경만 했지 직접 우리가 붙여도 되는지는 몰랐다. 단장님이 가장 높은 곳에 껌을 붙이는 단원에게 상금(?)을 준다고 즉석에서 게임을 제안했다. 단원들의 키가 180cm 이상이라 막상막하였다. 젊은이들이라 열심히 점프를 하며 높이 붙이려고 했다. 역시 젊음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차(Seattle Great Wheel)가 있는 바닷가로 갔다. 매 번 갈 때마다 타고는 싶었지만 일행들이 타지않아서 아쉽게 돌아섰는데 드디어 때가 왔다. 하늘은 눈이 부시게 푸르고, 바다는 눈이 시리게 푸르른 환상적인 날씨였다. 15 분 이상 4바퀴를 도는 것 같았다. 하지만 매 번 시즌에 따라 다르단다. 관람차를 올려다보니 굉장히 높았고 또 오랜만에 타는 것이라 걱정이 되었다. 그런데 위급할 때 누르는 비상 버튼이 있어서 안심이 되었다. 밖의 경치가 너무 멋져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유람선이 지나고 있었다. 나는 땅위지만 높은 곳에 있어서 갑판에 있는 사람들을 위에서 찍을 수도 있었고 모든 건물들도 다른 각도에서 찍을 수 있어 신이 났다. 전에는 추신수, 이대호, 이치로가 있어서 학생들이 야구를 보러 간다던 시애틀 야구장(Safeco Field)도 보였다.

점심을 먹으러 한인2세가 운영하는 햄버거 집으로 갔다. 처음에는 '햄버거는 별로인데….'라고 생각했지만 주문을 받을 때부터 달랐다. 스테이크를 먹을 때와 같이 굽는 정도를 물어보았다. 가이드가 “The Pike Burger”를 먹어 보라고 권했다. 그 안에 하바네로(habanero jam)가 들어간다는데 아마 매울 것 같으니 따로 달라고 했다. 호기심에 먹어보고는 만화영화처럼 용가리가 되어 입에서 불이 나오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2006년까지는 하바네로가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였단다. 참고로 청양고추 4,000-12,000 SHU, 하바네로 100,000-350,000 SHU, 2007년 이후 1위가 된 부트 졸로키아는 1,000,304 SHU. 다시 포크 끝으로 살짝 찍어 먹어보니 친근감이 갔다. 그래서 조금씩 발라 먹어 보았다. 뭐라 할까…? 햄버거가 매운 맛 보다는 맑고 깨끗한 맛으로 느껴졌다. 매운 맛은 중독성이 있는지 지금도 생각이 난다.
스타벅스(Starbucks Reserve Roastery & Tasting Room)에 갔다. 즉석에서 원두를 정제해서 판매도 하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데 그곳만의 메뉴와 원두가 있었다. 나는 shakerato bianco를 먹었다. 내가 전에 즐겨먹던 에스프레소 맛이었다.

다음에는 파이오니아 광장으로 갔다. 전에는 저녁에 가서인지 홈리스들이 많았는데 날씨가 화창하고 낮이라 그런지 분위기가 그 때와는 달랐다. 거기에는 게임 기구들이 있었다. 그 중 탁구 라켓과 공을 무료로 빌려주는 곳이 있었는데, 단장님이 탁구를 토너먼트로 해서 우승하는 단원에게 2번째 상금을 걸었다. 그런데 일반 탁구채와는 달리 플라스틱으로만 되어있어서 스매싱(smashing)과 서브가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옆에서 구경만 해도 젊음의 기를 받는 것 같아 좋았다. 머리를 묶어 눈에 띄는 권화평씨가 1등을 했다. 암만 도구 탓을 해도 실력은 실력인가보다.

시애틀 시내가 가장 잘 보인다는 케리(Kerry)공원에 갔다. 보통 때는 보기 힘들다는 마운틴 레이니어가 스페이스 니들과 함께 선명하게 크게 보였다. 전에 그 산이 시애틀 시내에서 가까운 줄 알고 LA가는 길에 들렸다가 고생했던 기억도 떠올랐다. 들꽃이 환상적이라는데 다음에는 여유 있게 가보려고 한다.

시애틀도 항구도시지만 밴쿠버와는 다른 맛이 있다. 갈 때마다 느낌이 다르고 날씨에 따라 도시의 색과 나의 기분도 다르다. 또 동행한 사람에 따라서도 다르다. 이번에는 연주와 더불어 젊은 단원들과 같이 다녀서 다시금 활기도 느꼈고 다운타운을 걸어 다녀도 힘들지 않고 신이 나서 다녔다. 마음은 20대같아도 몸은 따라 주지 못하는 듯하다. 하지만 그때로 돌아가라면…? NO! 그래도 지금이 시간적 여유도 있고 좋다. 나이가 들면서 쳐지지 말고, 나쁜 기억은 빨리 잊고, 항상 좋은 일만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즐겁게 사는 것이 앞으로의 남은 생을 좀 더 신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인 것 같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1.23세. 대학을 마치고 지도교수의 추천으로 들어간 나의 첫 직장은 강북구 미아동 소재 S여중이었다. 첫 출근 날 아직 군대도 미필인 시절, 솜털이 뽀얀 홍안의 청년이 여중생의 수업을 들어간다는 사실이 못내 마음에 걸리셨는지 교감선생님은 나를 따로 불러 세워 다짐을 하신다.“민 선생, 오늘 수업을 들어가게 되면 무조건 민 선생은 딸이 하나 있는 애 아빠라고 자기 소개를 하시고, 학생들이 딸 이름을 혹시 묻거든 ‘들레’라고 하세요.”라며...
민완기
삼겹살 2024.04.08 (월)
아들이 군대 간다고 둥지를 떠나고문 선생은 중첩된 설움을 곰 삭이며외롭다는 말 대신삼겹살 한 절음 불판에 그슬렸다사방에 튀는 기름 파편을 손등이 접수하며그렇게, 모르는 듯 타들어가고 있다 나무젓가락 사이 낑긴 고기가숨이 붙어 더 살아갈 날을 깨우고 있다참기름장에 발라 입에 넣고떠난 가족을 씹어 그렇게 삼켜 버렸다외로움은 콧날에 상큼하다는 말겨자 한입 넣지 못한 사람은 모른다혼미한 푸념을 담배 연기처럼 뱉어버리고앉았던...
김경래
팔자를 생각하다 2024.04.08 (월)
 가져가야 할 짐들을 거실 가득히 늘어놓은 채, 남편은 가방에짐을 챙겨 넣고 있다. 그가 짐 싸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가 다시 떠난다는 게 실감 난다. 가방의 지퍼가 고장 났는지 닫히지 않는다고 남편이 말한다. 그를 붙잡고 싶은 내 마음이 염력을부린 듯하다.남편은 파도 치는 바다로 고생하러 가면서도 아내의 눈치를 본다. 뭘 사다 주면 좋겠느냐고 자꾸 묻는다. 대답 대신 고개를 흔드는데 눈물이 또 주책을 부린다. 냉장고 문을 열고...
정성화
봄밤 2024.04.08 (월)
부활절 날 밤겸손히 무릎을 꿇고사람의 발보다개미의 발을 씻긴다연탄재가 버려진달빛 아래저 골목길개미가 걸어간 길이사람이 걸어간 길보다더 아름답다
정호승
가로등 2024.04.02 (화)
어둡고 긴긴 밤을그대 왜 서 있는가 길고 긴 세월 동안지칠 법도 하건만은 가신 님 오시려나행여 떨며 기다리나 어두워 못 오실까 눈 밝혀 길 비추나 이 밤도 아니 오면이제 그만 쉬소서
늘샘 임윤빈
떠도는 섬 2024.04.02 (화)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고립되어 있는 지역을 우리는 섬이라 말한다. 어느 곳은 썰물이면 육지와 맞닿아 있다가 밀물 때면 수면위에 떠 있는 섬으로 변신하기도 한다. 망망대해에 고고히 떠 있는 섬을 외로움과 고독에 비유하는가 하면 인고를 견디는 삶을 대변하기도 한다. 물이 아니라도 우리 주변에는 섬처럼 떠 있고 고립된 모습들을 자주 보게 된다. 수많은 친구들이 있다고 하면서도 혼자가 되면 금방 외롭다하는 모습이 그렇고, 사과밭 한가운데...
자명
  엘리베이터를 탔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안에 은은한 향기가 감돌고 있다. 무슨 향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싫지 않은 냄새, 내 앞서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한 흔적일 것 같다.나는 향수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강렬한 향은 더욱 그렇다. 화장품도 향이 짙은 것보다 있는 듯 없는 듯 수수한 것을 선호한다. 사실 냄새란 무엇이건 그 자체만으로도 나기 마련이다. 미미한 것은 미미한 대로, 짙은 것은 짙은 대로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 스치기만...
최원현
사순절의 약속 2024.04.02 (화)
내 무지개를 구름 속에 두었나니이것이 나와 세상 사이 언약의 증거이니라만물이 소생 하는 봄의 문턱에서텅 빈 가지마다 약속이나 한 듯꽃망울이 송알 송알 맺히게 하는 일그 또한 언약의 증거일 터몸과 마음이 움츠려 들 무렵사순절을 맞이하여 고난을 당하신주님을 잠시 생각해봅니다40일 광야에서 금식하시며십자가를 짊어지고고난의 길을 걸어가신 주님담장 너머 새 한 마리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한참을 머물다가봄 소식이라도 가져오려는...
유우영
사람이 사람을 피한다. 오고 가는 사람들끼리 나누던 정다운 인사는 사라졌다. 맞은 편에서 사람이 오면 ‘누가 먼저 비껴서나’ 기 싸움을 한다. 대부분 옹고집으로 뭉친 의지(?)의 한국인이 이긴다. 그러나 덩치가 검은 곰만한 사람이 전방 1미터까지 접근하면서도 비껴 설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면 도리 없이 내가 양보한다. 그리고는 중얼거린다. 이것 봐라. 젊은 놈이 예의도...
이원배
아프리카 대자연의 푸른 초원과 그 속에서 자유롭게 뛰노는 온갖 야생 동물들과 그들의 사냥 장면을 지프를 타고 관찰하는 사파리 여행은 아프리카의 상징이다. 아프리카에는 남아공의 크루그, 나미비아의 에토샤, 오카방고 델타,...
정해영
푸른 달빛이 앞마당에 내려앉은 추운 겨울이에요. 턱밑에 앞발을 모은 프린스는 은별이 누나와 헤어지던 때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비행기를 타기 전 누나는 나를 꼭 껴안고 약속했었지, 우린 다시 만날 거라고.’프린스는 며칠 전부터 시골 은별이 누나 외할머니댁에서 살게 됐어요. 오래된 한옥 마루 밑에서 살아야 하는 믿지 못할 일이 시작됐지요. 함께 살게 된 바우는...
조정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