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수정 : 2018-06-18 16:11

내게는 남다른 취미 하나가 있다. 아이와 손녀의 옷들과 한국산 과자를 박스 속에 차곡차곡 챙겨 넣어 운송하기 좋게 꾸린 다음 우체국에 가서 부치는 일이다. 두어 만에 번씩 나에게서 오는 소포를 풀어보는 재미를 그네들에게 주는 주된 목적이다. 즐겁게 기대와 호기심을 안은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어미가 상자를 뜯고 안을 들여다보는 아이들의 모습을 떠올리면 마음도 두근거려지게 마련이다. 자신을 특별한 현실로 이끌어오는 재미 또한 쏠쏠하여 종종 짐스러움을 떨쳐버리고 일을 계속하고 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엄마 손끝에서 꺼내어진 것들을 이것저것 손에 들고 함박웃음 웃을 그네들을 일상에서 끌어내어 올리면 그들과 하나가 된다.


티셔츠, 재킷, 바지, 머리띠, 모자, 양말, 지우개, 심지어 줄넘기까지 색깔과 모양을 맞추어 어울리게 사려고 애썼던 노력이 아까운 적이 번도 없다. 오히려 나른한 그저 그렇고 그랬던 판에 박혀 젖어 있는 나를 뒤흔들어 봉우리져 있던 꽃이 하늘을 향하여 꽃망울을 터트리듯이 환희에 젖어 들게 한다. 평범하지만 약간 눈에 띄는 옷가지들을 입혀보며 좋아할 딸의 역할 또한 힘들고도 반복되는 생활에서 고무적이고도 빛나는 순간이 것이라고 믿는 일이기에 일을 나는 좋아한다. 어느 춥디추운 이와 같은 기억이 따스한 옷자락 같은 줄기 빛이 되어 그네들을 감싸 것을 상상하면 나는 감미로운 미소를 짓게 된다. 언제나 보낸 옷들은 다행히 아이들 어미의 취향에도 맞아서 페이스타임에 옷들을 입힌 보내준 과자를 양손에 들고 먹으며 통화하는 모습은 모녀가 내게 주는 선물이 된다. 멀리 떨어져 있는 거리를 단숨에 날아 바로 옆에 있는 것과 같은 마술적인 힘으로 나를 살찌운다.


손녀가 어렸을 때는 깜찍하고 화려한 옷을 사서 보내주어도 기뻐서 소리치며 아무 없이 걸쳐 입더니 이제는 고학년이 되어 스스로 골라 입어서 엄마도 어쩌지 못할 만큼 개성이 강해져 큰아이 옷은 그만두고 요즘은 다섯 살배기 작은 아이 옷만 산다. 직장 생활 하는 딸은 한가하게 골라가며 옷을 사기에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주말에는 아이들 각종 과외를 시키느라 세세히 가게에서 고를 수가 없어 인터넷으로 구매를 해보지만 맞지 않는 색이나 크기를 잘못산 경험이 있어 꼼꼼히 살필 시간이 있는 내가 옷을 사게 된다.딸이 사는 곳은 한국 식품점이 왕복 두시간쯤 걸리는 거리라, 맛이 유난히 좋아 아이들이 먹는 과자들을 수가 없다. 이곳에서 판다빵, 크랙커스, 각종 비스킷, 크림케익, 버터 쿠키 그리고 여러 가지 스낵과 시큼 새큼한 캔디도 내가 고른다. 아이들 입맛에 맞는 군것질거리를 다양하게 갖추어 놓은 곳에서 가급적 여러 가지로 구색을 맞추어 산다. 때로는 정성스럽게 그림을 그리고 마음을 담은 글도 적어 카드를 만들어 넣어주기도 하고 손녀에게는 옷을 못산 대신에 현금을 약간 넣어 저금에 일조하기도 한다. 같이 살지 못하니 이렇게라도 하여 정을 나누고픈 마음이 간절 하다고나 할까. 입혀주고 먹여주고 싶은 엄마, 할머니로서의 진한 애정의 표현이 이처럼 표출된 아닌가 싶다.


부칠 짐을 꾸려놓고 나면 어김없이 떠오르는 잊지 못할 추억이 떠오른다. 지금 같으면 택배로 보내면 되련만 서울에서 자취 생활하는 딸네들을 위하여 나의 어머니는 추위가 시작될 때쯤 해서 고들빼기, 배추, , 무우, , 구세미 김치와 동치미, 그리고 된장 속에 박아두었던 콩잎, 깻잎, 아기 고추들이 아직도 붙어있는 고춧잎장아찌, 고추장 속에 박혀있는 벌건 더덕과 무우 장아찌를 보자기에 하나하나 싸서 가지고 왔다. 방에 이것들을 늘어놓으면 자매들은 둘러앉아 축제처럼 가슴 설레며 어머니가 푸는 모습을 보곤 했다. 그러면 어머니는 각종 음식을 만드는 방법과 자료를 고를 때의 주의사항, 그리고 완성된 음식을 보관하여 오래 두고 먹는 비결을 또박또박 자신 있는 어조로 미소지으며 자세하게 가르쳐준 , 밤새 기차 타고 피곤함도 잊은 시골로 내려갔다. 독특한 맛이 나는 익은 갓김치, 찬물에 말아 장씩 얹어 먹으면 살살 녹는 어린 콩잎 장아찌, 쪽파로 담궈 하얀 뿌리 부분을 씹으면 터지는 파김치 , 고추장 속에 박혀있었던 더덕의 향긋한 내음, 사이다보다 훨씬 시원한 동치미 세월이 많이 흘렀건만 어찌 맛에 관한 것은 이리도 선명하게 몸속에 머물러 있는지 참으로 경이롭다. 설에는 참깨와 호박씨 강정을 비롯한 여러 가지 강정과 조청을 뒤집어쓴 박우거리 정과, 그리고 은행, , , 대추, 곶감을 넣어 만든 약식, 또한 김의 일종인 속대기로 안든 모찜이 우리의 입맛을 돋우었다. 사랑과 정성이 담긴 삶의 풍요로운 에너지는 우리 자매들에게 엄마가 때마다 피곤한 서울 생활의 활력소가 되곤 했다


남들에게서 극찬을 받았던 솜씨로 온갖 성의를 다하여 공부하는 딸네들에게 주려고 적지 않은 연세에 서울행을 했던 어머니를 생각하면 내가 꾸리는 소포와 어머니가 옹기 항아리에 담고 보자기에 싸온 한국전통과자를 비교하게 되고 나의 정성은 한없이 작아진 떠나간 어머니를 떠올리며 한숨 짓는다. 음식을 왔던 분홍색, 하늘색, 무늬 있는 밤색 보자기들은 이민 때에도 꾸려와 나의 보물이 되어 지금도 나는 그것들을 고이 간직하고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꺼내어 냄새를 맡고 볼에 비벼도 본다. 처음에는 김치, 더덕, 된장 냄새들이 배어 있었는데 세월이 많이 흘러 보자기마다에서 부드러운 어머니의 손길처럼 자식 사랑만 가득히 전해져 온다.


어린 손녀의 옷들을 다독거려 상자 속에 넣고 위에는 크고 작고 길고 짧은 과자들을 높낮이가 같도록, 조금도 빈틈없이 채운 패킹 테이프로 쓰다듬어 붙여가며 묶은 다음 종이에 주소를 써서 상자 겉에 붙이고 우체국으로 가는 발걸음은 내용물이 무거운데도 가볍기만 하다.


'엄마, 소포 받았어요.'


들뜬 딸의 목소리가 어디선지 들리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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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들 옆에 앉아서너를 생각한다연못은 가물어 물은 마르고부들 가지 위로까마귀 몇 마리 날아가는데초록색 지붕 아래네가 이름 붙여준 꽃과 나무들너의 꿈 이루어지는 날다시 피어날 거야마차를 기다리던 길가에부들 꽃은 빨강 머리 앤너처럼 피어나는 부들 한 송이푸른 하늘 흐르는 구름 따라가면기쁨의 하얀 길저 길 끝으로빨강 머리 앤 다시 달려올 거야
신금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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