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

게르니카(Guernica)와 부로 택시(Burro Taxi)

권순옥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8-05-24 17:08

권순욱 /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얼마 전 스페인 여행 중에 마드리드 레이나 소피아 국립 미술관과 이와는 대조를 이루는 당나귀 택시가 있는 미하스의 하얀 마을을 다녀왔다.   
 
피카소의 유명한 그림 중에 “게르니카(Guernica)”라는 것이 있다. 이 그림 속에는 하나같이 본래의 모습을 잃어버린 사람과 짐승들이 처참한 모습을 하고 공포에 질려 있다. 그림을 더 자세히 살펴보면 그들의 억울하고 분에 북받친 듯한 비명과 아우성이 들려오는 착각 속으로 빠져들게까지 한다. “게르니카”는 스페인 내전 당시 독일 나치군의 무차별 폭격으로 전멸되다시피 한 그리 크지 않는 도시이다. 한때는 평화롭기로 유명했던 이 도시가 순식간에 전운이 스쳐 간 잿더미로 변하고, 그 도시에 살던 수천 명의 무고한 생명이 한꺼번에 죽어갔다. 피카소는 바로 그 해에 나치군의 만행에 분노하여 이 그림을 그렸다. 사람들은 전쟁이 없는 평화를 원하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엔 여전히 평화는 멀리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있다.
 
미하스(Mijas)는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 말라가주의 도시로 마을 건물이 모두 흰색이다. 높은 지대에 있는 마을로 멀리서 보면 흰색 집들만 눈에 들어온다. 거리에 놓인 벤치도 흰색이다. 전망대 벽면에 새겨진 마을 이름인 미하스(Mijas)가 아름다운 색채로 수놓아져 있고 전망대에서 마을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었다. 그곳에는 당나귀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이 당나귀들이 오늘날 미하스의 명믈이 되어버린 Burro Taxi 들이다. 1960년대에 당나귀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노동자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걸 본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도 하고 산책을 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렇게 해서 관광객들로부터 받은 돈이 노동자들의 월급보다 많아지게 되어 하나의 일거리가 되어버렸고 마침내 당나귀 택시 회사까지 생기게 되었다고 한다.
 
왼쪽으로 가면 마을을 보호했던 오래된 성 위에 지어진 공원인 플라자 드 라 콘스티 튜션(Plaza de la Constitucion)이 있고, 흰 대리석으로 만든 벤치들이 있는데 대리석 장인 Galiano가 1884년에 분수대와 벤치를 처음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고개를 돌려보니 예배당이 하나 있었다. 버진 드 라 패냐(Virgin de la Pena)의 모습인데 돌로 만들어진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예배당 앞에 서 있는 당나귀를 보면서 성경 속에 나오는 예수님이 타고 가던 당나귀가 생각났다. 그날이 바로 종료 주일이었다. 그 당시 나귀는 교통수단의 하나로 사용되었으며, 때로는 평화를 상징하기도 했다. 나귀라고 해서 아무나 타고 있으면 평화를 상징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 나귀가 강도를 태우고 있다면 이는 평화가 아닌 재앙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주님은 평화의 왕으로서 나귀를 타고 자신의 몸을 인류를 위한 고난을 통해 진정한 평화를 선물로 주셨다.
 
그래서 성경은 “고난 겪기 전에는 내가 그릇 행하였더니 이제는 주의 말씀을 지키게 되었다”고 교훈하고 있다. 고난은 우리가 자신을 돌아볼 필요한 하나의 도구(Tool)다. 지금도 우리 주위에는 “게르니카” 시대를 살아가던 사람들처럼 자기가 당하고 있는 고난 때문에 고통받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한 번쯤 돌아보아야 할 때이다. 거기에는 고난이 우리를 유익한 길로 이끄는 유일한 길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고난에 참여하는 삶을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하고, 그 삶을 터득하기 위해서는 기도와 말씀과 순종이라는 은혜의 삼겹줄을 놓치지 않고 굳게 잡는 일로, 이는 반복되는 삶의 훈련을 통해서만 가능한 것이다.


밴쿠버 조선일보가 인터넷 서비스를 통해 제공하는 기사의 저작권과 판권은 밴쿠버 조선일보사의 소유며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허가없이 전재, 복사, 출판, 인터넷 및 데이터 베이스를 비롯한 각종 정보 서비스 등에 사용하는 것을 금지합니다.

이제 신문도 이메일로 받아 보세요! 매일 업데이트 되는 뉴스와 정보, 그리고
한인 사회의 각종 소식들을 편리하게 받아 보실 수 있습니다. 지금 신청하세요.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하루를 다독인다 2024.02.12 (월)
하늘에 먹구름 한 점이 맘에 짙게 내린 어스름 같아바람이여 가져가라 했는데바람이 더디 온다고 구름은들먹들먹 울고 있다홀로 쏟는 속 울음이그리 쉬이 강이 되어 흐를 수 없어언젠가 올 바람을 기다리며두 손 모아 축축한 무릎그렁그렁 눈물로 씻는다마음에 창 하나 그려하늘가에 열어 놓고알몸으로 굴러야 했던 하루를바람결 이랑이랑 애절히 묻고가슴 비벼 문지르며썩어라, 아픔도 잘 썩으면꽃으로 피어나리버거웠던 하루를 다독인다
한부연
시인의 뜨락 2024.02.12 (월)
허퉁할 때 들여다보는 비밀의 뜨락이 있다몸집 가녀린 진달래가 머리숱 돋은 반송을 두르고실팍한 일본단풍 뒤 키만 껑충한 설악산 단풍나무 새강아지풀 같은 입술 내민 양버들까지다들 고꾸라질 듯 앞으로 몸을 내밀고 있다볕이 그리운 게다서녘볕이나마 온몸에 받고 싶은 게다고곡 방문길 노시인의 속주머니에 묻어와노수필가의 정성으로 틔운 고향 진달래병든 소설가의 퇴원길에 안겨온 희미한 분홍색 튤립제각기 다른 품, 다른 발길에...
김해영
전나무와 향나무 2024.02.12 (월)
   나무를 잘랐다. 앞마당에서 전나무와 함께 바람막이가 되어주고, 아름다운 경관을 이루었던 향나무였다. 이사 왔을 때만 해도 둘이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해가 지나 서로의 몸체가 불어나면서 향나무 가지가 전나무 속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향나무와 맞닿은 전나무 부분은 푸른색을 잃으며 죽어가고 있었다. 향나무를 진즉 다듬어 주어 서로의 간격을 마련해 주어야 했다. 나무에 대해 잘 몰랐던 무지함과 게으름의 결과였다....
민정희
광교산 계곡에서 출발해 소리 없이 흘러온 물이 수문 앞에 다다라 소용돌이쳤다. 태양이 서포루(화성 서측 성벽 위 2층 누각) 너머로 뚝 떨어지는 순간, 사나운 포성을 질렀다. 기울어지지 않고 평평하던 물이 일곱 홍예(화성의 북쪽 수문)를 지나 수직 낙하하며 갑자기 격정의 폭포수로 변했다.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실개천보다 크고 일반 하천보다 작은 공간에 소망을 추구하는 사람, 우연의 재회를 꿈꾸는 사람들로 채워졌다. 꿈들이 모여 방주의 천정...
박병호
   어린 시절 나는 눈을 참 좋아했다. 눈이 오는 날이면 동생과 뛰쳐나가 눈사람을 만들고 눈싸움하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았던 기억이 있다. 코끝과 손끝이 발개져서 집에 들어오면 갑작스레 따뜻해진 공기에 손발이 가려워 피가 맺힐 때까지 긁어 대곤 했다. 그래도 동네 친구들과 함께 눈을 굴려 가며 누가 더 큰 눈사람을 만들지를 겨루는 시간은 더없이 즐겁기만 했던 기억이다.  그 시절 눈이 오면 부모님이 “눈이 오네. 길 얼지...
윤의정
그림자 3 2024.02.05 (월)
한여름 고산의빙하를 감상하고내려오다 길을 잃었다초저녁부터브랜디와 와인을 걸친 산의 양 어깨는더욱 무거워 보였다어둠 속에서 혼자 싸우다 먹칠하다무사히 내려왔다​라면 끓여 허기 채우고산짐승 공포와 습기를 머금었던이슬 친 옷가지며 어두웠던 마음조차따사로운 모닥불에 털어 말렸다빠닥빠닥 말리고 훌훌 날려버렸다진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선애써 잠을 청했다산 그림자 서늘하다 못해오싹한 밤이었다​날카롭게 흘기던외 눈 달빛...
하태린
봄이 오는 밤 2024.01.29 (월)
조용한 호흡이크게 느껴지는안식의 긴장이무의식의 시간을날 선 칼같이 새롭게 한다대지의 핏줄은이미 봄을 바로 집터 밑까지밀어 오고밤은 내일 터질 성벽을벼르듯 턱 밑까지숨이 차다가느다란 비가적막의 커튼을 드리우고어둠의 너머에새봄의 생기가아가의 숨골 위에새록 인다긴 여정 끝지난 모든 과실은겨울 추위와 얼은 땅거죽아래에서 모두 해체되어 다시준비되었다땅 밑의 수로는물길을 뚫어바로 봄의 축제를 대비했다모든 생명은 이제이해...
김석봉
밴쿠버에서 남들은 거의 다 가보았다는 멕시코 캔쿤 여행은 갑작스럽게 결정이 났다. 막내 딸과 아내 세 식구가 비행기를 탄 것은 작년 12월 11일이었다. 근래 비행기를 타러 공항으로 향할 때는 에어 캐나다 직원 가족으로 자리가 있어야 탈 수 있기 때문에 빈자리가 있으려나 하는 불안감이 들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할인 가격으로 사기는 했지만 어쨌든 공짜는 아니다. 공짜가 아니면 당당해진다. 비행기는 이륙 후 기수를 남쪽으로 돌려 콜로라도...
한힘 심현섭
이전페이지
 
다음페이지
 1  2  3  4  5  6  7  8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