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숙 / 한국 문인협회 밴쿠버지부
온종일 안개가 마을을 먹고 있다
시골집 굴뚝에서 웅성웅성 피어오르던 연기처럼
꾸역꾸역 달려와 지붕을 삼키고 키 큰 나무를 베어 먹더니
지나는 차까지 꿀꺽한다
잿빛 도로가 덜거덕거리며 어깨를 비튼다
문득 사람으로 태어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등에 업은 삶의 무게가 저 길만 할까 싶다
달리는 쇳덩어리에 고스란히 밟히다가
달빛이 교교한 새벽녘에서야 숨을 돌린다
신과의 싸움에서 진 아틀라스가 하늘을 떠받치고 있다는 것처럼
거북등 같은 저 길도 돌아눕지 못하는 모진 형벌을 받았는지도 모른다
이윽고 날이 저물어 수은등 빛 안개가 아픈 등을 핥으면
워어워엉 슬픈 울림이 안갯속을 걸어 다닌다
길은 붉은 눈물을 떨구고
바라보는 내 등에 날개가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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