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식 / 한인문인협회 밴쿠버지부 회원
무술년 새해가 왔다. 모두 바라보고 싶은 새해 아침, 떠오르는 일출 속에는 많은 의미가 담겨 있다. 앞으로의 바램과 지난 세월의 아쉬움이 교차한다. 여러 해를 지나며 밝아온 새해 첫날, 지나간 추억을 마음에 담은 채 새해에는 조국 땅 대한민국에서 모처럼 새해 첫날을 맞고 있다.
일출 기회보다는 가까운 서해 일몰을 맞이라기 위해 여유로운 차림으로 집을 나섰다. 새해 아침이 지난 오후 한나절, 눈에 밟히는 해안가가 사뭇 낯선 풍경이다. 갈매기 떼의 활기찬 흔적은 찾아볼 수 없으며 몇 척 배뿐이다. 그저 일몰의 순간만을 맞으려 이곳저곳 다리품을 파는 자신의 모습이 왠지 낭망객 같다.
나에게는 어딜 가든지 카메라가 늘 동행한다. 이곳 바닷가서 찾아볼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의 새해 첫날 모습이 이색적이다. 그들을 담아본다. 그리고 찍은 사진을 유심히 살펴본다. 요즈음 한창 유행인 캠핑족의 생활 일상을 이곳에서도 목격하며, 그들에 대한 동경심이 유발된다. 현란한 색이 입혀진 캠핑카와 그 부속으로 따라다니는 자전거들, 또, 별채로써 사용되는 독립형 텐트 안에 설치된 B.B.Q 시설. 모두 완벽하다. 심지어 노래방 음향 시설까지도 갖추어진 이동식 문화 공간에 또 다른 부러움을 갖는다면 이상할까? 정말 멋진 젊은 인생들의 모습! 부럽다는 외마디 메시지를 미소로 대신하며 그 자리를 벗어나는 순간, 나의 모습에서 상대적인 쓸쓸함을 보게 된다.
무작정 기다리는 일몰은 아직 이르다. 조바심도 난다. 언제나 일몰의 순간은 일출보다 짧게 연출된다. 일출 후에는 장렬한 빛과 함께 바라보는 하루가 시작되지만, 일몰 후 어둠 속에 사라져 가는 마지막 하루가 있기에 또 다른 매력이 있다.
때마침 일몰이 한 편의 영화 속에서 볼 수 있는 여러 소품 일부처럼 눈에 들어온다. 그 곁에 그림 같이 떠 있는 몇 조각구름, 그들과 함께하고픈 배 한 척의 모습도 서서히 그 곁을 향하고 있으니, 정말,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이 역시 장렬함이다. 흐뭇함과 만족감이다.
그리고, 짧은 순간이 지나고 그들 소품이 제자리를 잡았다. 나의 카메라 앵글은 연신 분주했다. 한낮에는 젊은이들을 향하더니 밤에는 지는 태양을 향했다. 그 카메라는 진실을 간직하고 있을 것이다. 인생의 한낮과 밤에 대해 수많은 기억, 일몰이 오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것이 어는 순간 너무도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되는 것과 같은 기억들이다. 바로 이 하나하나의 기억들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자, 사진기 앞에서처럼 의식적으로 나는 저무는 태양을 마주하고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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