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 한인문인협회밴쿠버지부 회원
작년 겨울에는 밴쿠버에 비가 너무 많이 내렸다. 그 까닭인지, 새해가 시작되면서 연초에 햇빛 많은 멕시코 여행을 다녀오기로 하였다. 모처럼 저렴한 크루즈가 나와 전화로 예약하였다. 공항서 내려 부두까지 가는데 그곳 크루즈에서 제공한 관광버스를 탔다. 이미 예약 시 추가로 낸 그 버스 가격이 거의 택시 비용과 맞먹었다. 먼저 다녀온 분의 말에 의하면 Blue Shuttle 이라는 것이 있어, 이것을 이용하면 좀 저렴하다고 했지만, 우리는 예약한 버스를 타지 않을 수 없었다.
크루즈의 특이한 광경으로, 직업 사진사가 승객들을 끊임없이 찍어대는데, 처음 승선할 때도, 식사할 때도, 그리고 멕시코 현지 3번 내려 관광을 하는 중에도 부지런히 사진을 찍는다. 이렇게 찍힌 사진들은 배 안의 일정한 곳에 전시되어, 중간 크기는 미화 25불, 작은 것은 15불에 원하는 이에게 판매된다. 이런 모습을 보고 홍콩에서 온 한 부부는 휴대전화기로 사진을 찍으면 되지 굳이 그곳에서 구매할 필요가 있을까 하고 혀를 찼다.
밴쿠버의 비를 피해, 해가 연일 뜨거운 이곳에 오니 좀 들뜬 분위기에 젖는 것 같다. 사는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을까. 어떤 심리학자가 B= f(E) 라는 공식을 내놓았는데, 행동은 환경의 함수관계라는 것이다.
배를 타고 갑판 한쪽 음지 편을 내려다볼 때는 바다가 나에게 우울한 언어를 속삭인다. “너 한번 여기 빠져 볼래?” 반대의 양지쪽 갑판에 가면 에너지가 넘치고, 삶의 보람을 느낀다. 밴쿠버의 봄, 여름, 가을은 좋지만, 겨울엔 자칫 우울하게 만들어 마음의 병이 생길 수도 있겠다. 겨울철마다 햇빛이 있는 곳으로 여행 가는 것이 좋으리라. 여러 학자에 의하면, 늘 생활하던 환경을 피해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삶의 여러 면에서 매우 좋다. 또 어떤 신부는 유산 몇 푼 남기려 애쓰지 말고, 여행하며 다 쓰고 죽는 것이 자녀를 위해서나 본인을 위해서 좋다고 했다.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죽음에 문턱에 서서는 후회들 하지 않는가. 암에 걸린 사람들도 건강할 때 더 즐겁게 지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어느 학자 말대로 “Here & Now”가 정답인 것 같다. 경제적 여유가 나아지면 부모님께 더 잘 해드려야지 하면 때를 놓치고 만다. “여기서, 그리고 지금”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이미 돌아가신 뒤에 아쉬워 해보아야 마음만 아플 뿐이다.
이번 여행에 좀 아쉬운 것이 있었다. 쿠르즈 배 안에서 물 150mL가 한 병에 미화 2불 75센트로 비싼데, 인터넷 와이파이 이용에도 분당 내는 값이 아주 비싸다는 것이다. 마지막 날은 이용료를 할인해 주긴 했어도 15분 이용하는데 15불로 여전히 비쌌다.
크루즈를 마치고 간 유니버설 스튜디오의 물가는 정말 놀라웠다. 물값은 배 안에서보다 더욱 비싼 3불 20센트, 햄버거 하나에 17불, 그리고 입장료도 100불이 넘었다. 그곳을 방문하려면 먹을 것과 마실 것을 준비해 갔어야 함을 뒤늦게 깨달아 본다.
여행을 마치고 이렇게 캐나다로 돌아와 보니 자연과 물가가 여행지에 비교해 크게 달랐다. 그곳에서 만난 몇몇 현지 교포들도 캐나다에 사는 우리를 아주 많이 부러워하였듯, 그래, 내가 사는 이곳이 얼마나 행복한지 새삼 느낀다. 내 환경에 만족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오는 것, 이것이 바로 여행의 목적이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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