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키산맥 대초원이 만나는 기슭의 고원은 버팔로가 살기 좋은 곳이었다. 원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사냥하기 좋은 조건임을 의미한다.
원주민들은 오랜 경험과 지혜를 바탕으로 가장 효율적인 사냥법을 고안해 냈다. 바로 버팔로 떼를 낭떠러지로 몰아서 추락시키는 것이었다. 그렇게 한 번에 수백 마리의 버팔로가 추락한 자리를 버팔로 점프라고 부른다.
북미 대평원 일대에 여러 곳의 버팔로 점프가 발견되었는데, 그중 가장 유명한 사냥터가 헤드 스매시드 인 버팔로 점프(Head Smashed In Buffalo Jump)였기에 1981년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됐다.
6,000년 이상 세대를 건너며 모은 원주민들의 지혜는 어떤 것이었을까? 사냥꾼들은 동물 가죽을 뒤집어쓰고 위장을 했으며 버팔로들이 싫어하는 식물의 연기를 쐬어 체취마저 가렸다.
가장 발이 빠르고 용맹한 사냥꾼이 버필로 떼의 우두머리를 자극해 달리게 만들면, 이에 반응한 무리가 일제히 그 뒤를 쫓기 시작하는데, 이 모든 동선은 사전에 치밀하게 계획된 것이다. 앞이 낭떠러지인 줄 모르고 달려온 버팔로들이 가속이 붙어서 멈추지 못하고 추락하면 뒤를 쫓아오던 버팔로의 뿔에 다시 한번 치명적인 상처를 입었다.
마무리는 온 부족민들의 공동작업이었다. 부패하지 않도륵 빨리 버팔로들을 처리했다. 가죽은 옷이나 천막, 그릇을 만드는 재료였고, 고기는 건조하여 오랜 시간 동안 먹을 양식으로 비축했다.
뼈는 장신구나 도구로 깎아서 사용했다. 삶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버팔로 사냥을 통해 얻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형을 그대로 살려서 설계한 안내센터에 그 모든 과정이 시청각 자료로 설명되어 있다.
그중에서 하이라이트는 실제의 버팔로 점프를 보는 일이다. 뼈와 살이 발라지고 난 부속물들이 높이 쌓여 지금의 낭떠러지는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이후 총이 등장하면서 버팔로는 대량 살상으로 멸종 위기에 처했고, 그것은 원주민들의 삶까지고 위협했다. 그 모든 위기를 견뎌 내고 살아남은 원주민과 버팔로의 이야기에 석연해지지 않을 수 없었다.
광고문의: ad@vanchosun.com 기사제보: news@vanchosun.com 웹 문의: web@vanchosun.com
권순욱의 다른 기사
(더보기.)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