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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7-10-13 15:31

이영춘 / 캐나다 한국문협 고문

가을 산사에서 하룻밤을 재샌다
깊이 잠든 별도 쳐다보고
솔숲에서 이는 바람 소리도 들으면서
큰 스님의 이야길 듣는다
내 진작 어려서부터 중은 안 되더라도
절을 가까이 하면서 살았더라면
스님의 깊은 언저리라도 배웠을 것을

밤 깊어 스님은 풍경 속으로 잠들고
슬프도록 적막한 고요 속에서
나는 홀로 귀 세운 짐승처럼
어디선가 흐르는 시냇물 소리와
산이 우는 소리를 듣는다

오늘 밤은 이 산사에서 귀를 뉘이고
내일은 또 어느 곳에 가서 잠들 것인가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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