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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엄니 / 강숙려

강숙려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5-06 15:02

사는  

그리 만만한일 아니기에 죽여 울던 날도 있었니라 

들국화 아름 피어 시냇물에 얼비치던  

가을비 촉촉이 내려 등성이가 오소소 추워져 

햇살 한줌이 그리 그리운 날도 있었니라

일찍 떠나 아무 기억도 사라진 아버지 잊은 오랜 

등꽃 피던 아침처럼 하든 기억도 이제 세월을 이고

줌이나 될까 모를 엄니 가는 허리 흔들며 

후루루 흘러내린다

 

자식들 자라 줄줄이 떠난 자리엔 하얀 모란이 피어도 

꿈으로도 잊으면 되는 새끼들의 모습 붙들고 

그리움에 젖는다.

그것만이 생의 전부로 남은 아흔 넷의 어머니 

자는 듯이 가야할 터인데 기도 제목으로 일번을 두시지만

그래도 자식들 곁에 머물고 싶은 정이야

손자 녀석 장가가는 보고 가야할 터인데 

숙제처럼 염려시다.

 

개명세상(開明世上) 좋은 보고 하고 싶은 것이야 

사람의 욕망이니 너거 아부지 () 보는 일은 

당연한 일이니 하거라

산들산들 기생첩 앞세우고 헛기침하시던

세상 활량이시든 아버지 가신지도 그림자처럼 아득고

그런 엄니 가슴에 별처럼 자리하신다.

 

칠순을 바라보는 여식을 

아직도 어여쁘다 눈에 담고 계시니 

송구한 마음 전할 없어 만리(萬里) 바다 넘어 

목메여 편지를 띄운다.

 

참빗으로 빗어 내린 반달 같은 쪽머리

고무신에 고운 한복 차려입으신 어머니

오늘도 사쁜사쁜 천국나들이 가실게다.

 

**천국나들이: 교회가시는 어머니의 일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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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무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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