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고 <수필>|
설날 아침, Family Day라고 새로 제정된 휴일로 인해 모처럼 한국의 설날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설날은 겨울이라 코끝이 싸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올해 밴쿠버의 설날은 지루하게 계속되는 비가 멈추고 모처럼 따뜻한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봄 같은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셀폰으로 “카톡, 카톡”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와 세배하는 사진과 그림들을 분주히 받았던 것을 행복한 마음으로 하나씩 열어 보았다. 그중 나를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하는 내용이 있었다. “어렸을 때 얼마나 기다리고 기대했던 설날이었던가요? 어머니께서 깨끗하게 장만 해 주신 옷을 입고 동네 어르신들께 세배하러 다녔던 그 시절이 아마도 지금의 풍요로움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아득히 먼 옛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나의 경우 고향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서울 태생이고 거기에다 본적까지 무교동이다. 학교 다닐 때는 시골이나 지방에 친척이 있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방학이면 풍경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시골에 갈 수 있어서…. 결혼하고 남편이 지방에 직장이 있어 잠시 있었을 때 ‘난 역시 빌딩 숲이 좋고 도시가 훨씬 마음이 더 편해.’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민을 올 때도 이민이라는 생각보다는 조금 멀리 이주한다는 마음으로 밴쿠버에 왔다. 또 요즘같이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세상이니 한국이나 여기나 그냥 옆 동네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보고 싶은 사람들과는 화상통화를 하고, 옛 친구도 페이스 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해 별 아쉬움 없었다.
그런데 그 카톡을 받는 순간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고향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고향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고향이란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 혹은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정의를 하면서 ‘고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다정함과 그리움과 안타까움이라는 정감을 강하게 주는 말이면서도, 정작 ‘이것이 고향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운 단어이다. 고향은 나의 과거가 있는 곳이며, 정이 든 곳이며, 일정한 형태로 내게 형성된 하나의 세계이다. 고향은 공간이며 시간이며 마음이라는 세 요소가 불가분의 관계로 굳어진 복합된 심성이다.” 라고 되어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와는 달리 이민을 와서 ‘고향이 어디일까?’ 라고 생각해보면 내가 태어난 도시라고 하기 보다는 좁은 고향 땅과 넓은 우리나라 땅이 겹쳐서 고향이 곧 고국이며 조국이며 모국으로 확대되어 생각하게 된다. 이제 고향이란 말을 떠올릴 때면 대한민국과 그 땅에서 있었던 많은 추억들이 함께 떠오른다. 물론 거리나 공간적으로는 인터넷으로 인해 가까워짐을 느끼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득하지만 또렷하게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아침에 받았던 카톡으로 인해 한국에서 지냈던 설날 풍경들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단지 세뱃돈만 받는 것이 즐거워서 이유도 모르고 엄마 아빠를 따라다녔던 기억, 한복이 불편했지만 1년에 한 번 입다 보니 몇 년은 입을 수 있도록 크게, 맞게, 작게, 이렇게 3년을 입었던 한복에 대한 기억, 친척들이 큰집에 다 같이 모여서 함께 떡국을 먹던 기억, ‘받은 세뱃돈으로 무엇을 할까?’라고 상상의 나래를 펴며 즐거워했던 기억, 지금은 생존해 계시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들…, 이 모든 생각들이 고향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다.
다른 곳에 잠시 가더라도 밴쿠버가 그립다.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과 일터와 제자들과 친구들이 있는 곳, 이제는 밴쿠버가 제2의 고향이 되어버렸다. 한국만큼 살지는 않았어도 마음속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제자들도 아이러니하게 이곳에 살다 먼 곳으로 대학을 갔어도, 부모님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계시지 않아도 다시 이곳에서 둥지를 트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마 그들에게는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 고향인 듯싶다.
이곳에 살면서 설날이나 추석보다 Happy New Year, Thanksgiving Day가 아쉽게도 익숙해져간다. 이주해 살다보니 세월이 지나면서 남의 땅이 나의 땅이 되어 버렸다. 설날을 보내면서 고향에 대한 좋은 기억을 추억해 보며 잠시라도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설날 아침, Family Day라고 새로 제정된 휴일로 인해 모처럼 한국의 설날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한국에서의 설날은 겨울이라 코끝이 싸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올해 밴쿠버의 설날은 지루하게 계속되는 비가 멈추고 모처럼 따뜻한 햇살이 창을 통해 들어오는 봄 같은 날이었다.
며칠 전부터 셀폰으로 “카톡, 카톡”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으며 “새해에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메시지와 세배하는 사진과 그림들을 분주히 받았던 것을 행복한 마음으로 하나씩 열어 보았다. 그중 나를 잠시 생각에 잠기게 하는 내용이 있었다. “어렸을 때 얼마나 기다리고 기대했던 설날이었던가요? 어머니께서 깨끗하게 장만 해 주신 옷을 입고 동네 어르신들께 세배하러 다녔던 그 시절이 아마도 지금의 풍요로움보다 더 아름답고 행복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이제는 아득히 먼 옛 추억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립고 또 그립습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며 생각해 본 적이 있었던가?’ 나의 경우 고향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서울 태생이고 거기에다 본적까지 무교동이다. 학교 다닐 때는 시골이나 지방에 친척이 있는 친구들이 참 부러웠다. 방학이면 풍경화에서나 볼 수 있는 시골에 갈 수 있어서…. 결혼하고 남편이 지방에 직장이 있어 잠시 있었을 때 ‘난 역시 빌딩 숲이 좋고 도시가 훨씬 마음이 더 편해.’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민을 올 때도 이민이라는 생각보다는 조금 멀리 이주한다는 마음으로 밴쿠버에 왔다. 또 요즘같이 인터넷으로 전 세계가 연결되는 세상이니 한국이나 여기나 그냥 옆 동네 같다는 생각이 들었었다. 보고 싶은 사람들과는 화상통화를 하고, 옛 친구도 페이스 북으로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어서 한국을 떠나는 것에 대해 별 아쉬움 없었다.
그런데 그 카톡을 받는 순간 ‘내 마음 속에 자리 잡고 있는 고향은 어디일까?’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지나갔다. 그래서 고향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고향이란 태어나서 자라고 살아온 곳 혹은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라고 정의를 하면서 ‘고향’이라는 말은 누구에게나 다정함과 그리움과 안타까움이라는 정감을 강하게 주는 말이면서도, 정작 ‘이것이 고향이다’라고 정의를 내리기는 어려운 단어이다. 고향은 나의 과거가 있는 곳이며, 정이 든 곳이며, 일정한 형태로 내게 형성된 하나의 세계이다. 고향은 공간이며 시간이며 마음이라는 세 요소가 불가분의 관계로 굳어진 복합된 심성이다.” 라고 되어있었다.
한국에 있을 때와는 달리 이민을 와서 ‘고향이 어디일까?’ 라고 생각해보면 내가 태어난 도시라고 하기 보다는 좁은 고향 땅과 넓은 우리나라 땅이 겹쳐서 고향이 곧 고국이며 조국이며 모국으로 확대되어 생각하게 된다. 이제 고향이란 말을 떠올릴 때면 대한민국과 그 땅에서 있었던 많은 추억들이 함께 떠오른다. 물론 거리나 공간적으로는 인터넷으로 인해 가까워짐을 느끼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아득하지만 또렷하게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아침에 받았던 카톡으로 인해 한국에서 지냈던 설날 풍경들이 생각났다. 어렸을 때 단지 세뱃돈만 받는 것이 즐거워서 이유도 모르고 엄마 아빠를 따라다녔던 기억, 한복이 불편했지만 1년에 한 번 입다 보니 몇 년은 입을 수 있도록 크게, 맞게, 작게, 이렇게 3년을 입었던 한복에 대한 기억, 친척들이 큰집에 다 같이 모여서 함께 떡국을 먹던 기억, ‘받은 세뱃돈으로 무엇을 할까?’라고 상상의 나래를 펴며 즐거워했던 기억, 지금은 생존해 계시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들…, 이 모든 생각들이 고향이라는 단어와 함께 떠오른다.
다른 곳에 잠시 가더라도 밴쿠버가 그립다.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과 일터와 제자들과 친구들이 있는 곳, 이제는 밴쿠버가 제2의 고향이 되어버렸다. 한국만큼 살지는 않았어도 마음속에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다. 제자들도 아이러니하게 이곳에 살다 먼 곳으로 대학을 갔어도, 부모님이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계시지 않아도 다시 이곳에서 둥지를 트는 아이들을 보았다. 아마 그들에게는 청소년기를 보낸 곳이 고향인 듯싶다.
이곳에 살면서 설날이나 추석보다 Happy New Year, Thanksgiving Day가 아쉽게도 익숙해져간다. 이주해 살다보니 세월이 지나면서 남의 땅이 나의 땅이 되어 버렸다. 설날을 보내면서 고향에 대한 좋은 기억을 추억해 보며 잠시라도 입가에 미소를 지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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