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고 / 시
그렇더라
메마른 낙엽 바스락거리던 병원 옆 모퉁이 길
오늘은 기척도 없이 하얀 눈이 쌓여 있더라
아주 작은 회오리바람에도
튼 살 서로 비비며 키득대던
닭살 같은 낙엽
낙엽 같은 눈물
뼈마디 이미 닳아져 버린
꽤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그러나 그렇더라
한겨울 밤 가로등불빛 홀로 더욱 적막할 때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래, 아무 일 없었던
듯
나도, 세상도
그래 그렇더라
더는 말하지 말고, 더는 찾지도 말고
더는 울지도 말고
낙엽이 흩날릴 때가 있고
흰 눈이 쌓일 때가
있고
강은 얼어도 속 강물은 계속 흘러가야지
병원 옆 모퉁이 길
뉘라서 흰 눈을 탓하랴
꽃 피고 새 울면
이름 모를 풀 포기들 옹기종기 둘렀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또 떠나갈 텐데
뉘라서 흰 눈을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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