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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옆 모퉁이 길

백철연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6-02-19 08:50

한국문인협회 밴쿠버지부 기고 / 시

그렇더라
메마른 낙엽 바스락거리던 병원 옆 모퉁이 길
오늘은 기척도 없이 하얀 눈이 쌓여 있더라

아주 작은 회오리바람에도 튼 살 서로 비비며 키득대던
닭살 같은 낙엽
낙엽 같은 눈물
뼈마디 이미 닳아져 버린
꽤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그러나 그렇더라
한겨울 밤 가로등불빛 홀로 더욱 적막할 때
아무 일 없었던 듯
그래, 아무 일 없었던 듯
나도, 세상도

그래 그렇더라
더는 말하지 말고, 더는 찾지도 말고
더는 울지도 말고
낙엽이 흩날릴 때가 있고
흰 눈이 쌓일 때가 있고

강은 얼어도 속 강물은 계속 흘러가야지

병원 옆 모퉁이 길
뉘라서 흰 눈을 탓하랴
꽃 피고 새 울면 이름 모를 풀 포기들 옹기종기 둘렀다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또 떠나갈 텐데

뉘라서 흰 눈을 탓하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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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스 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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