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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수정 : 2015-12-19 11:37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성탄절이 다가올 때면, 이모님은 내 손을 잡고, 서대문에서 전차를 타고 광화문을 거쳐 효자동까지 데려가곤 하셨다. 이모님 집은 교회에 붙어 있는 사택이어서,  문 하나만 열면 바로 교회였다. 신기한 것은 풍금 옆에 세워진 소나무에는 색종이로 만든 고리, 등, 그리고 여러 꽃들이 장식되어 있었고, 사탕이며 캬라멜도 달려 있었다. 풍금을 치는 언니는 중학생인듯 했는데, 성탄송을 연주하는 모습이 꼭 천사와도 같았다. 성탄절에는 맛있는 음식도 많이 먹을 수 있었고, 또 집에 올 때는 한가득 싸왔던 기억이 난다.

성탄절을 장식하는 크리스마스 트리를 처음으로 사용한 나라는 독일이라고 한다. 중세 때, 독일의 북쪽 도시 브레멘에서는 성탄절이 다가오면 수공업에 종사하는 일꾼들이 작은 전나무를 공장 앞에 세워놓고, 각종 과일과 초 그리고 종이로 만든 꽃으로 장식을 하고, 음식을 함께 나누었는데, 이것이 성탄절 장식의 유래가 된 것이다. 그런데 전나무를 사용하게 된 유래도 특이하다. 독일에 파견된 선교사가 게르만 드위이드족에게 예수의 탄생을 알리고 복음을 전할 때, 드위이드족은 참나무를 숭배하는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어느날 그 선교사는 커다란 참나무를 베어버렸다고 한다. 그때 주변의 작은 나무까지 다 쓰러졌는데, 그 곁에 어린 전나무들은 상하지 않고 살아 남은 것을 보고, 그 때부터 독일이나 유럽에서는 전나무를 장식에 사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내가 성인이 되어 결혼 한 이후로는 이 성탄트리 장식은 나의 몫이 되었고, 우리 가족의 아름다운 추억을 주렁주렁 장식하는 행복한 일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 시즌이 되면 12월 첫 주에는 상록수를 구입해 크리스마스 트리 장식을 하고, 1월 첫 주에는 트리를 말끔하게 치우곤 했다. 인조 트리가 나오기 시작할 초기에는 그 가격이 만만치 않아서 박싱데이(Boxing Day)를 기다려 반값으로 구입을 했다. 처음에는 저렴한 것으로만 구입을 하다가 점점 품격있는 것까지 장만을 하게 되었는데, 어느새 열개가 넘는 인조 트리가 되었다. 장식품은 선물로 받은 것도 있고, 한 해 두 해 세일 할 때마다 조금씩 사서 모았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아이들에게 재미있는 선물을 했다. 교회로 출발하기 전 아이들은 산타 할아버지가 좋아할 만한 우유 한 잔과 쿠키를 접시에 담아 테에불 위에 놓고 나온다. 아이들이 아빠와 함께 나가는 틈을 타서 나는 살짝 집으로 들어와 급히 우유를 마시고, 과자를 한 입 베어 먹은 다음, 숨겨 두었던 선물을 꺼내어 크리스마스 트리 아래 와 벽난로 앞에 놓고,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아이들과 합류하여 교회로 갔다.

예배가 끝나자마자 아이들은 빨리 집으로 가자고 성화를 댔다. 산타 할아버지가 왔었는지 궁금한 아이들은 허둥지둥 집에 들어가 우유잔과 과자 접시부터 확인하고는 산타 할아버지가 왔었다는 것을 알고 신이 났다. 그렇게 흥분된 환호속에서 선물들을 펼치는 행복과 기쁨을 누리며 크리스마스 이브를 보냈다.

아이들은 사과를 깍아 애플파이를 만들고, 케비지 롤과 만두도 백여개 씩이나 만들었다. 얼굴에 밀가루로 분칠을 해가며 진저브레드 쿠키하우스(Ginger Bread Cookie House)를 만들었는데, 신이 나면 아예 더 만들어서 주일학교에도 가져 가곤 했다. 과자를 만들어서 크리스마스 트리에 매달아 놓고, 심심할 때마다 따먹는 즐거움에 아이들은 행복해 했다. 이젠 그 아이들이 모두 어른이 되다 보니, 함께 트리를 장식하는 것도, 아이들을 속이는 일도 오래전 일이 되었다.

남편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든 상자들을 꺼내 주면서 아직12월이 채 되지도 않았는 벌써부터 장식을 하느냐고 한마디 한다. 올해는 한 일주일 빨리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워 본다. 그리고 옛날 생각을 떠올리며 트리도 장식 하고, 트리 아래 선물을 하나씩 하나씩 준비하고 있다.

예전 같으면 리스트를 만들어 빠짐 없이 쇼핑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성탄절이 되기도 전에 녹초가 될텐데, 이젠 손자들도 속지 않을 만한 나이가 되고, 조카의 아이들도 모두 성장을 했으니, 그리 빠쁘지가 않다. 저녁마다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밝혀 놓고, 한가한 마음으로 커피 한잔을 하며, 평안하게 하루를 지낸 것에 감사하는 고즈넉한 시간을 보내는 나이가 되었다.

70년대 초반에는 한국음식을 먹고 싶어도 재료 구하기조차 쉽지 않았는데, 요즘  밴쿠버에는 어디를 가든지 한국식품점이 있어서 너무 편리해졌다.  작년에는 레몬차와 생강차를 만들어서 친구들과 나누어 먹었는데, 올해는 생각과 달리 건강이 좋지 않아서 망설이고  있었는데, 농장의 무가 좋다는 소문이 들려왔다. 결국 깍두기랑 동치미는 식구들이 좋아 하니 담그는 김에 넉넉이 담았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받아 놓은 갓씨가 여러 종류가 있었다. 올 여름은 많이 가물어서 싹이 잘 나오지도 못하고, 텃밭이 엉망이더니만, 촉촉한 가을비 때문에 갓이 예쁘고 풍성하게 자랐다. 우리 텃밭에는 청개, 자개 그리고 여수 돌산갓이 자라고 있다. 인터넷을 참고하며 처음으로 갓김치를 담아 보았다. 갓김치는 찡하며 톡 쏘는 맛이 입맛을 돋꾼다.

올해는 친구들에게 깍두기, 동치미 그리고 갓김치로 내 조그만 사랑을 나누기로 했다.        선물 할 동치미를 정성들여 병에 담아본다. 사과, 배, 마늘, 생강, 파뿌리채 그리고 갓을 넣었더니 동치미 국물이 시원하고, 적색 갓이 우러나 핑크 보라색으로 아주 먹음직스럽다. 나누어 먹어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옛날처럼 깔깔거리는 소리는 안들려도, 성탄절을 함께 할 가족이 있고, 마음을 담아 작은 것이라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있으니 참 행복하다. 갑자기  “친교”라는 말로 번역되기도 하고, “함께 나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코이노니아(Koinonia  우리모두 선물이 된다)] 라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당신에게 내 기도를 주고 싶어요
푸르른 꽃씨 같은 사랑의 마음
너와 나는 하나 같은 꿈 속에 피어
우리 모두 선물이 되면
당신에게 내 눈물을 주고 싶어요
따뜻한 그 물결 같은 진실의 마음
아픔 없이 줄수 없는 엄마의 기도 처럼
아름다운 선물이 된다
코이노니아 코이노니아 온 세상이 당신 숨결로 하나가 되어
하모니아 하모니아 온 마음이 당신 길 위에 빛이 되어
당신 앞에 내 그늘을 내려 놓아요
잔잔한 그 빛으로 날 채워 주지요.
 
구세군 자선냄비 옆에서 땡그렁 땡그렁 종소리가 따뜻한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찬바람이 불고 손 발 시려오는 초겨울, 따뜻한 이야기로 마음의 손길을 전하는 연말이 되기를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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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토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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