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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에 심어진 나무처럼...

권순욱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11-27 09:39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몇 년 전 고국을 방문하여 친구가 사는 경남 거제도엘 간 적이 있습니다. 거제도에 가면 해금강 관광코스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바위에 서 있는 나무들입니다. 이 나무들은 물이 없는 위치에서 무수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건강하게 자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안내자에 의하면 나무의 뿌리들이 바위틈 사이를 타고 물의 근원까지 내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습니다.
 
나는 주일 아침마다 안내원들이 건네주는 주보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아 제일 먼저 살펴보는 것이 우리 교회의 로고입니다. 이 로고를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시냇가에 심은 나무라는 작은 표현 속에 담긴 인간의 의존적 존재의 큰 의미를 생각하게 됩니다.
나무는 그 뿌리를 토양에 깊이 내려서 움직이지 아니하고 한 곳에 계속 머물러 있을 때 성장이 가능하며 시절을 좇아 열매도 풍성히 맺을 수 있습니다. 이는 나무가 그 심어진 곳의 풍토 곧 토양과 햇빛, 바람과 기후에 전적으로 의존할 때 나무는 나무로서의 풍성한 생명력을 얻어 열매를 맺으며 자기 가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한 그루의 나무를 볼 때마다 더욱 중요하게 생각되는 것은 그 나무가 지니고 있는 생명의 씨앗입니다. 씨앗이란 그 모양의 크고 작은 것과는 상관없이 씨앗 자체가 지니고 있는 생명력입니다. 죽은 씨앗은 아무리 크고 보기에 아름다워도 전혀 소망이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그 씨앗은 시간이 지나면 썩어서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생명력이 있는 씨앗은 발아의 과정을 거쳐 점점 자라서 주위 사람들에게 기쁨과 유익을 주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은 생명력이 있는 씨앗이 계속 공급될 수 있도록 그 여건을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결실의 계절에 나무마다 주렁주렁 매달린 과일들을 보고 있노라면 보는 것만으로도 풍요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 풍요로운 계절이 우리 모두의 것이 되기를 소원해 봅니다. 시냇가에 심어진 저 푸른 나무의 싱그러움처럼.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일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무릇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 <시편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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