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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아청 박혜정 news@van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최종수정 : 2015-10-09 11:44

한국문협밴쿠버지부 회원기고/수필
어렸을 때 엄마의 나이는 단지 생신을 기억할 때만 필요했고(케이크에 초를 몇 개 꽂아야하는지 알아야 했으니까), 어느 노래의 가사에서 처럼 자장면을 정말 싫어하시고, 생선은 머리만 좋아하시는 줄 알았다. 또 엄마는 여자가 아닌 줄 알았다. 그래서 엄마나 할머니들이 멋을 부리면 좀 이상하게 생각이 되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여겼던 엄마의 나이가 되어보니 엄마도 여자라는 것을 알았다.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당연히 할머니도 여자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단지 아이들 앞에서만 엄마이지 밖에 나가면 나이에 상관없이 모든 여자는 멋 부리기를 좋아하고 남에게 예쁘고, 멋있게 보이기를 원한다는 아주 당연한 것도 깨닫게 되었다.
 
‘자연과 벗’이란 이름으로 편한 산행을 하는 팀에서 막내격인(자기도 50세나 되었으면서…) 샘이 걸으면서 60세가 넘는 여자 분을 할머니라고 부르면 “내 나이가 어때서라며 그냥 할머니는 빼고 불러줘.” 라고 대답한다. 할머니는 호적상 누구의 할머니일 뿐이지, 우리가 나이든 분을 부르는 일반적인 호칭으로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누군가가 그렇게 부른다면 괜히 예전의 할머니들 모습이 떠오르면서 늙어 보이는 것 같고 힘도 좀 빠지는 것 같이 느껴질 것 같다. 남자들도 할아버지나 아저씨라고 불리는 것보다는 오빠라고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여자들도 할머니나 아줌마보다 더 멋진 호칭으로 불러주기를 바란다.
 
한국 속담에 ‘인생은 60부터’ 라는 것이 있는데 중국에서는 아주 예전부터 ‘인생은 70부터’라는 속담이 있었다고 한다. (예전에는 중국 사람이 한국 사람보다 더 오래 살았는지는 모르지만.) 요즈음 평균 수명은 그 나라의 경제발전과 관련이 있다. 선진국일수록 의료 기술이 발전했고 영양 상태가 좋아서 평균 수명 순위에서 상위권에 있게 된다. 대한민국은 세계적인 장수국 대열에 들어섰다. 지난해 유엔이 발표한 인간개발지수에 따르면 한국의 평균수명은 80.7세로 전 세계 200여 개국 중 상위 10% 안에 들어 있다. 세계 최장수국 일본(83.6세)과의 격차도 3세 이내에 불과하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다 보니 이젠 60세에 환갑잔치를 하는 사람도 없고, 70세에도…. 한국에서도 몇 살을 노인으로 보느냐가 공론화 되는 것 같다. 복지 예산문제까지 겹쳐져서. 100세 이상 인구가 15,000명이 넘고, 65세 이상은 67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13%를 차지한다. 일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와 환경만 조성되면 연금을 받는 나이를 70세로 바꾸어도 좋다는 분위기인 것 같다. 사실 일 없이, 돈 없이, 건강 없이 오래 사는 것은 정말 힘들 것 같다. 그래서 분위기가 조성되고 기회만 있다면 자기에게 맞는 적당한 일을 하면서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가져 본다.
 
서양에서는 100년 전부터 중년을 50세라고 말했으나 IIAS(International Institute for Applied Systems Analysis)와 Stony Brook 대학의 연구를 보면 중년은 60-65세가 적당하다고 말하고 있다. 그 이유로는 사람들이 전 보다 더 오래살고, 더 건강해지고, 운동도 열심히, 다이어트도 하며 자기 관리를 잘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정말 100세 시대에 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우리 어머니의 경우 한국에 전화를 할 때는 오전 9시 이전, 저녁도 9시 이후라야 안전하게 통화가 가능하다. 밴쿠버에 놀러 오셔도 매일 영어 문장을 어찌나 외우시는지, 나 보고도 외워보라고 성화이시다. 그러다보니 이곳에 놀러 오셔도 정말 독립적이시다. 혼자 버스를 타고 친구만나기, 쇼핑센터, 도서관 등을 다니신다. 젊으셨을 때도 활기차게 사셨다. 40세 전까지는 많은 사회봉사에 앞장서시고 (청소년 선도위원, 무슨 여성 연합회 회장, 이루 다 외울 수도 없을 만큼) 40세가 지나니 이젠 봉사를 할 만큼 했으니 공부를 하시겠다고 우리에게 선언을 하시더니 대학원에 진학하시고, 그 후엔 유학까지 다녀오셔서 하시고 싶었던 교수까지…. 지금도 꿈으로 가득하시다. 늙을 시간이 없는 분처럼 보인다.
 
‘내 나이가 어때서’ 라는 표현은 노래 때문에 나이 드신 어른들에게만 한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라도 자기나이에 어울릴 것 같지는 않지만, 남과 자기에게 해가 되지 않는다면 하고 싶은 것을 실컷 해 볼 때 쓰는 적절한 말인 것 같다. 자녀들 앞에서 기죽지 말고 당당하게 부모의 권리도 주장하고, “너희만 잘 살면 된다.” 라는 말 대신 “우리도 같이 잘 살자.” 라고 하면서 너무 희생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 어린이들도, 청소년들도, 나이가 들면 욕구가 줄어드는 어른들도 이제부터는 나이 탓만 말고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더 늦기 전에 용기 내어 해봄으로써 후회 없는 멋진 인생을 살아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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